“中·美 두 대국이 한반도 비핵화 운명 최종 결정”
  • 박승준 아시아리스크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2 15:27
  • 호수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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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북·미-북·중 정상회담 다음 수순으로 ‘중국 역할 확대론’

 

“얼마 전 열린 조·미(朝·美) 수뇌회담은 각국의 이익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합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만약 조·미 쌍방이 수뇌회담의 공통 인식을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간다면 조선반도 비핵화에는 앞으로 중대한 국면이 열릴 것입니다. 우리 조선은 중국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차이나 패싱’ 우려…세 차례의 ‘시김회’

 

지난 6월19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세 번째 회담을 하면서 자신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렸다. 자신과 트럼프의 회담이 “각 당사자(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말한 듯)의 이익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합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김정은은 이어서 “조·미 회담에서 이뤄진 (자신과 트럼프 사이의) 공통인식을 한 걸음, 한 걸음씩 실천해 나가면 조선반도 비핵화에 앞으로 중대한 국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중국 관영매체들은 지난 3월 베이징, 5월엔 다롄(大連)에서 그리고 이번 6월엔 다시 베이징에서, 모두 세 차례의 ‘시김회(習金會·시진핑과 김정은 회담)’가 잇달아 열린 것 자체가 첫 번째 회담에서 합의한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사이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약속을 실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는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싱가포르 회담 1주일 만에 이뤄진 사실은 (2012년 이후 지난 6년간 저조했던) 중국과 조선의 관계가 회복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구시보는 이어서 “중국과 조선은 두 개의 독립적인 주권국가”라고 전제하고 1990년대 북한 핵 위기가 폭발한 이래 중국과 조선이 양호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실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의 추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중국은 조선과의 관계를 이용해 조선반도의 안정을 파괴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중국은 반도의 비핵화와 지속적인 평화 촉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려고 해 왔으며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월27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전쟁은 끝!(Korean War to end!)…미국과 그 위대한 국민들은 지금 코리아(Korea)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거론하고, 5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자 즉각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있었던 김정은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설명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분명한 어조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5월31일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우리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조속한 시일 내 전쟁상태 종결을 지지하고 있으며, 지구적(持久的)인 평화체제가 임시적인 정전체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는 반도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이자 정전협정의 체결 당사자로서 그동안도 그래 왔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응당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중국으로선 1971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헨리 키신저 미 닉슨 대통령 안보보좌관 사이에 국제정치 구조를 뒤흔들어 놓은 미·중 데탕트를 연출하면서 “한반도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배타적으로(exclusively)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합의한 이래 미·중 양대국(兩大國)이 한반도 문제의 결정권을 쥐고 있던 형세를 트럼프 대통령이 무너뜨린 데 대해 당황한 모습을 보여왔다. 관영매체들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中國被邊緣化)”는 표현을 써가며 차이나 패싱론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북한 핵문제를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과 경제 대화(Strategy and Economy Dialogue)’ 채널에서 프리토킹을 하던 분위기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협의하는 일이 벌어지자 시진핑·김정은 간의 긴급 회담을 잇달아 세 차례나 개최하는 당황스러운 모습을 연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中, 한반도 평화체제 재편에 적극 개입할 듯

 

“앞으로 중국이 회복해야 하는 모양은 북한 핵문제를 미국과 중국 두 대국(大國)이 최종 결정권을 쥐고 논의하는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김정은·트럼프의 6·12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만난 한 원로 중국 외교관은 시진핑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 입장에선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통해 “대국 외교와 중국이 주도하는 인류운명 공동체 건설”을 제시한 사실에 대한 체면회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제시했다. 이런 판단은 6월27일 중국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언급에서도 분위기를 찾아볼 수 있다. 

 

“미·중 관계의 좋은 발전은 양국 인민과 각국 인민들에게 복을 가져다줄 것이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공동 이익은 서로 간의 이견보다 훨씬 크다. 태평양은 두 나라 사이의 광대한 이익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중국으로선 현재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자 구도에 의해 북한 비핵화 문제가 다뤄지는 것 자체가 중국이 제시한 ‘쌍잠정(雙暫停)’ ‘쌍궤병진(雙軌竝進)’이라는 ‘중국 방안(中國方案)’에 따른 것인데도 현실적으로는 차이나 패싱이 이뤄지는 모양새라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이 선택할 다음 수는 “중·미 두 대국이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최종 결정하는 구조의 회복”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휴전협정 서명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정전(停戰)체제를 평화체제로 재편하는 국면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전략적 행동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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