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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조되는 북·미 긴장, 한국엔 절호의 협상 기회 ”

박상기 협상전문가가 보는 향후 북·미 시나리오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3(Tue)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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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지 20여일이 지났다. 소강상태를 거친 뒤 다시 시끌시끌해지는 걸 보니 본격적인 후속 협상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도 "(북·미) 양 측 모두가 추가 협상을 위해 신속하게, 곧 움직일 것"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7월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라운드라 할 수 있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흥분과 우려 속에 막을 내렸다. 2라운드 이후는 어떻게 진행될지 종잡을 수 없다. 협상 전문가는 양측 분위기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은 "아직 협상의 극초반에 와있을 뿐"이라며 속단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배짱 좋은 지도자를 앞세운 북한과 미국은 모두 내공을 보여주며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박 부회장은 "앞서 북·미 모두 공격적이면서도 망설이는 척하는, 즉 '릴럭턴트 셀러'(reluctant seller, 회피) 기법으로 협상하며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중간중간 협상 결렬 위기 때는 약간의 타협으로 절충하는 식이었다"며 "향후 비슷한 수싸움, 결렬, 절충 등의 과정이 계속 이어질 여지가 많다"고 내다봤다. 

 

이런 북·미의 협상 게임을 우리 정부가 멀뚱멀뚱 쳐다만 봐선 안 된다고 박 부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정부가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하며, 그 수수료를 받아내야 한다"면서 "가만히 앉아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북·미처럼) 장사꾼 마인드로 절호의 기회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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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모두 릴럭턴트 셀러(회피)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부터 회피 전략을 협상 시 가장 많이 써왔다. 자신이 아쉬운 상황이라도 티 내지 않고, 오히려 여러 조건 중 선택을 주저하는 척하며 판을 키우는 방법이다. 이 전략을 쓰면 협상력이 높아지고 결국 예상보다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으나, 안 그래도 되는 척했다. 5월24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데서 그런 면모가 잘 나타났다. 

 

이번에 북한 역시 체제 보장, 군사적 위협 해소 등이 절실했다. 그런데 사전 실무회담 등에선 무관심한 듯 행동했다. 북한이 단순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면 비핵화 하겠다'는 논리로 나왔다면, 미국으로부터 최소한의 보상밖에 못 받아냈을 것이다.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의 안을 거부하는가 하면 제3자인 중국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신들의 몸값을 한껏 올렸다." 

 

 

현재까지의 협상 성적을 매긴다면. 북한과 미국 중 누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갔나.
 

"아직은 무승부라고 생각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새삼 놀랍다. 트럼프 대통령은 6자회담 무산 이후 최초로 북한이, 그것도 수령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했다. 협상 과정이 난항을 겪을 때는 반(半) 결렬 선언을 통해 활력을 만들었다."

 

 

트럼프·김정은식 협상 전략이 아슬아슬한 건 사실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둘 다 협상에서 워낙 공격적이면서도 회피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한 차례의 협상 결렬은 협상학 관점에선 예견된 결과였다. 앞으로 북·미 협상은 또다시 판이 깨지는 과정을 겪으며 최소 4라운드 이상으로 이어질 거라 관측한다. 라운드 수를 세는 기준은 결렬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부의 우려·비판 목소리와도 싸워야 한다. 북한이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낼 경우 수세에 몰릴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그러니 추가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정작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 다시 가깝게 지내는 등 미국 속을 긁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급할 게 없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데드라인'까지 끌고 가야 협상력이 높아진다. 시점을 정확히 알 순 없으나, 데드라인이 임박했을 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요구 사항도 들이밀 거다. 바로 협상의 말미에 상대에게 극도의 압박을 가하면서 추가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는, '니블링'(nibbling)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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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협상 전략을 펼쳐야 할까.    


"북·미 협상의 장이 열린 상황에서 우리도 끼어들어야 한다. 주한 미군 주둔 비용 협상과 대(對)미 통상 리스크 등 우리 이익과 관련한 사안에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때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주한 미군 주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아니다. 큰 이슈가 발생하면 국익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경계를 넘어 활용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곧 죽어도 일단 배짱을 부려 보고 이익을 최대한 얻어낸다.

 

약자와 강자 간 협상 시 약자가 이길 방안을 찾긴 쉽지 않다. 상황 변화에 따라 천금 같은 기회가 오기도 하는데, 이를 '시츄에이셔널 파워'(situational power)라 한다. 지금이 우리가 시츄에이셔널 파워를 가진 시점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 한국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협상 촉진자로서의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진땀을 뺀 뒤 한국 정부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본다. 협상을 적극 돕되, 그에 걸맞은 '중계자 수수료'를 받아내야 한다. 예컨대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많이 부르지 말라'는 등 이익과 직결된 솔직한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북한과도 정상 간 핫라인 등을 통해 (대미 협상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북·미는 최근 판문점 실무회담 라인을 재가동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월 5~7일 재방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7월1일(현지시간) '핵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라는 시간표를 북한에 내밀었다. 앞으로 본격화할 비핵화 추가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두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속도감 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아온 북한을 압박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북한발(發) 긴장감 역시 고조되는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정보국(DIA)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탄두와 주요 비밀 핵시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6월30일 보도했다. NBC 방송도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최근 수 개월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6월29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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