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거리가 멀다?’ 광주시장 관사 ‘부활’ 논란
  • 광주 = 조현중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 13: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섭 당선인, 3억원대 전세계약…폐지 흐름에 역행 비판 일어

 

‘관사(官舍)’의 사전적 정의는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주어 살도록 하기 위해 지은 집이다. 단독건물의 경우 공관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일어난 박찬주 전 2군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 파장이 워낙 컷던 탓인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민간부문에서도 1995년 민선단체장 시대가 막을 올린 이후 관사 사용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 호화 관사, 세금 낭비 등 집중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이유로 전국의 상당수 자치단체가 기존 관사를 매각하거나 없애는 추세다. 

 

민선7기 들어 부산시장 당선인은 관사를 시민에 개방하겠다고 밝혔고, 충남지사 당선인도 관사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관사를 주민사랑방이나 어린이도서관, 게스트하우스 등 주민 편익시설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지역 정치권 “권위주의 구태”···당선인 측 “첨단 전셋집이 너무 멀어 업무 불편” 해명

 

그럼에도 광주시는 오히려 민선6기 때 반세기만에 폐지한 시장 관사를 민선7기 들어 부활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이용섭 시장 당선인이 공관으로 사용할 관사로 서구 매월동 아델리움 앤 로제비앙 아파트 112㎡(34평)형 한 채를 3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민선6기 윤장현 시장이 관사를 폐지한 지 4년 만이다. 2014년 당시 윤장현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관사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라며 관사인 쌍촌동 힐스테이트 아파트(159㎡·48평형)를 4억여원에 매각 처분해 광주시 살림에 보탰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인수위원회 요청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당선인 측 관계자도 “당선인이 현재 거주하는 전세 아파트가 낡은데다 시 청사와 멀어 업무를 하고 휴식을 취할 공간이 필요해 시청 근처에 관사를 마련하게 됐다”며 “개인의 집이 아닌 ‘제2의 시장 집무실’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들은 ‘개혁’과 ‘혁신’을 외쳐 온 당선자가 민선6기 때 50년 만에 없앤 관사를 ‘부활’시킨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6월28일 이와 관련한 논평을 통해 “권위주의 구태”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자가(自家)가 없어 관사를 구입해야 하겠다는 것은 시민 혈세를 우습게 하는 발상이자, 과거 권의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구태”라고 지적했다. 시당은 그러면서 “시민과 동고동락할 자세라면 시작부터 혈세로 관사를 찾을 게 아니라 전셋집 대신 자가를 구해 광주에 등기하는 모습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지역 일부 시민단체들도 단체장 관사 부활에 대해 “전국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기존 관사를 매각하거나 없애는 추세임에도 관사를 새로 장만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의 한 시민은 “그냥 자신의 전세금을 빼내 자연스럽게 이사를 하면 될 일인데, 굳이 예산을 들여 새 아파트를 마련토록 한 것은 분명히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처신”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 측이 밝힌 “집이 시청과 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29일 오전 10시께부터 승용차를 이용해 실측한 결과, 당선인이 현재 살고 있는 첨단지구 부영1차 아파트 정문에서 순환도로~무진대로~시청까지 거리는 10㎞ 남짓에 불과했다. 시간상으로는 10여분 정도 걸렸다. 또 다른 코스인 ‘빛고을 대로’를 통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할 경우 출근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 보였고, 시청이 ‘멀다’고 느끼지 못했다. 

 

민선7기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시장직 인수위원회 격인 ‘광주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축사에서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다. ⓒ광주혁신위원회

시사저널이 비록 출근시간을 약간 비켜나서 측정을 했지만, 평소 이 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외곽도로여서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데다, 시청까지 교통신호를 받지 않고 막힘없이 뚫려 있어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새로 마련한 아파트는 시청과 4.5㎞ 정도 떨어져 있으나 교통신호등에 여러 차례 걸리는 바람에 시간은 10여분이나 걸렸다. 거리상으로는 차이는 있으나 소요시간은 두 곳이 엇비슷했다. 오히려 출근 시간에 도심을 통과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는 곳이다.

 

광주시는 민선5기까지 관행적으로 시장에게 관사를 제공했다. 민선1기 송언종 시장은 1995년 7월부터 1998년 6월까지 학동 삼익세라믹아파트 208㎡(63평형)에서 생활했다. 민선2기 고재유 시장도 이를 수리해 2002년 6월 말까지 관사로 썼다. 민선 3, 4기 박광태 시장은 시 청사가 상무지구로 옮기면서 상무지구 금호쌍용아파트(197㎡·60평형)를 2010년 5월까지 이용했다. 민선 5기 강운태 시장은 서구 쌍촌동 상무힐스테이트 아파트 159㎡(42평)형에서 4년을 생활했다. 이어 2014년 7월 민선 6기 윤 시장이 취임하면서 공매 처분됐다.

 

전남북 지사는 별도 단독건물을 관사로 쓰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 당선인은 박준영·이낙연 전 지사가 사용해 온 관사를 계속 사용할 방침이다. 간부회의·외빈 접대 등 업무 공간의 연장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남지사 공관은 무안군 삼향면 도청 인근에 있다. 지난 2006년 박준영 도지사 시절 도청이전과 함께 34억원을 들여 안채, 사랑채, 문간채 등을 갖춘 전통한옥으로 지었다. 

 

지사거주 공간(445㎡ 규모)과 일명 수리채로 불리는 외부 손님 숙소, 회의 공간(650㎡ 규모)으로 이뤄졌다. 이곳에도 청원경찰과 시설직원이 상주한다. 재선에 성공한 송하진 전북지사도 민선6기에 이어 관사(402㎡)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이곳도 청원경찰이 머물며 경비를 서고 있다. 이들 관사에는 전기요금과 보수료 등으로 예산 100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 모두 공교롭게도 행정고시를 거쳐 중앙관료와 시장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 수장을 지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