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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 이번엔 고대 아닌 연대 파벌?

한국 축구 향한 ‘이유 있는’ 오해…‘잦은 실수’ 장현수 기용에 근거 없는 비난 봇물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Fri) 1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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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이겨서 좋긴 해도 연세대 파벌로 얼룩진 대한축구협회는 자성해야 한다."(한 네티즌)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독일전(戰) 승리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겨우 자존심을 건졌다. 이 경기에서 역시 무기력하게 져 '3패'로 대회를 마감했다면,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을 것이다. 회의론과 부정적인 예측을 뒤엎은 승리는 대표팀에 시쳇말로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안겼다. 

 

그러나 월드컵 준비 과정과 본선 스웨덴·멕시코전에서의 실망감이 워낙 커서였을까, 한국 축구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계속 들린다. 벼락승리에 취해 형편없던 기량과 무능한 축구 행정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연세대 파벌' 언급이다. 꽤 많은 네티즌이 "축구협회 연세대 라인이 선수 기용에 영향을 미쳐 대표팀 수준을 떨어뜨렸다는" 등의 분석을 내놨다. 이는 타당한 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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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김민우-김호곤…'연세대 라인'이 한국 축구 망쳤다?

지난 6월27일 한국과 독일의 F조 3차전을 앞두고 장현수가 출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인터넷은 술렁였다. 장현수는 앞선 두 경기에서 실점에 직간접적인 원인이 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로 장현수는 독일전에 출전했고, 네티즌들은 "대한축구협회의 '라인 축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장현수는 김민우와 더불어 연세대를 중퇴했다. 김민우도 1차전인 스웨덴전에서 무리한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준 바 있다. 두 사람이 연세대 동문이라고 하니, 일부 네티즌들의 의식은 '같은 학교였어?'에서 '역시 축구협회의 연세대 라인이 문제'라는 방향으로 흘렀다. 한 네티즌은 "장현수와 김민우가 연세대를 나와서 축구협회가 이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연세대 출신인 김호곤 전 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이름도 소환됐다. 지난해 6월 취임했던 김 전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뒤 대표팀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4개월여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협회를 떠났다. 계속된 성적 부진에 '거스 히딩크 파문'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사퇴 후 새 대표팀 사령탑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히딩크 전 감독이 감독을 맡고 싶다는 측근의 의사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장현수, 김민우, 김호곤, 그리고 연세대는 순식간에 파벌 축구의 원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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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일각의 의심은 근거가 약한 게 사실이다. 우선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23명 중 연세대 출신은 김민우와 장현수, 정승현 등 3명이다. 다른 선수들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단국대 2명(윤영선, 홍철), 전주대 2명(구자철, 김영권), 중앙대 2명(이용, 김신욱), 건국대 1명(주세종), 경희대 1명(정우영), 고려대 1명(이재성), 국민대 1명(기성용), 선문대 1명(조현우), 숭실대 1명(박주호) 등으로 다양하다. 신태용 감독은 영남대를 나왔다. 축구협회 임원진 35명 중 연세대 출신은 4명이다. 이들 중 축구인 출신은 전한진 사무총장 1명뿐이다. 나머지는 정통 행정가, 의사, 회계사다.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연세대 라인이 장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축구 등 체육계 구조적 폐단·불신 해소해야   

 

그럼에도 축구팬들의 파벌 논란 지적을 '일방적인 오해'로 치부하기엔 찜찜함이 남는다. 그간 국내 지도자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할 때마다 고려대 혹은 연세대 라인이 한국 축구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축구인들 사이에선 '2002년 히딩크 감독이 거쳐간 이후 대표팀 선수가 되는 데 고려대나 연세대 학맥이 미치는 영향이 많이 줄었다'는 의견과 '아직 상당하다'는 비판론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직전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에도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을 위시한 고려대 파벌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고려대와 연세대 학맥은 여전히 한국 축구계의 주류다. 전국 각지에서 '에이스'라고 평가받는 유망주들이 고려대 혹은 연세대로 모인다. 두 학교가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 내며 한국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겨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 이면에는 엘리트 체육의 폐해가 필연적으로 따라붙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2011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학 입시 비리, 연세대와 고려대의 심판 매수 사건, 초·중·고 학원축구의 승부조작 등 축구를 돈으로 사고 파는 일은 너무나 많다"며 "축구계는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는 비단 축구계 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구계에서도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빙상에선 한국체대와 비(非)한국체대 간의 세력 다툼이 수차례 표면화했다. 유도계의 용인대-비용인대 간 파벌싸움 역시 유명하다. 근거 없고 불필요한 오해는 금물이지만, 체육계의 구조적 폐단과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불신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스포츠팬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 못지않게 주목받은 '레전드' 이영표(KBS), 안정환(MBC), 박지성(SBS) 해설위원은 각각 건국대, 아주대, 명지대 출신이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비주류 학교를 졸업한 '히딩크 키즈'들이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결국 '인맥이 아닌 실력'이란 기본 중의 기본이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에서 선수 선발 기준이 돼야 함은 더 말하기도 입 아프다"며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비주류 학맥 또한 (주류 학맥에 대한) 선의의 라이벌 의식과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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