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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시위 아니라, 몰카 규탄 시위다”

혜화 시위 주도한 여성들의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 운영진 인터뷰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8(Thu) 16:28:40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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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벌써 두 차례 서울 혜화역 일대는 빨간 옷을 입은 여성들로 물들었다. 5월19일 1만2000명, 6월9일 4만5000명(주최측 추산)이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뜨거운 아스팔트에 앉았다. 수만 명 여성을 분노시킨 건 ‘몰카’였다. “몰카 찍는 놈도, 올린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처벌”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나온 이유다. 

 

지난 5월 불거진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이 불을 지폈다. 홍익대학교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유포된 사건을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한데다 여성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면서다. 경찰은 다른 사건과 똑같이 수사했다고 말했지만, 혜화에 모인 여성들의 생각은 달랐다. 시위의 공식 이름이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인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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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를 기획한 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불편한 용기’ 운영진이다. 총 회원 수는 3만8000여명. 대표는 따로 없다. 200명가량이 시위를 함께 기획하고 있다. 모두 일반인이다. 참여 자격은 여성이면 된다. 스태프들은 대외팀․현장팀․디자인팀 등 10여개 부서로 나뉘어 매일 밤마다 회의한다고 한다. 7월7일 예고된 3차 시위를 앞두고 더 분주해졌다. 

 

그중에서 언론 대응을 맡았던 대외팀을 만났다. 지금은 내부 사정으로 해체됐지만 40여 명이 속해있었다. 스스로를 ‘열리오’와 ‘허마이니’라고 밝힌 이들은 6월2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신상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였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운영진이 서로 누군지 모른 상태에서 일한다고 한다. 수만 명 여성들의 ‘불편한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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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여자들의 친목을 금지했다. 유달리 신상 보호에 힘쓰는 모습인데.

 

열리오(이하 열): “서로 친해지다 보면 분파가 생기고 서로 싸울 수도 있다. 시위 자체에만 집중하기 위해 ‘불법촬영 범죄 규탄’이라는 목적 외에는 각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허마이니(이하 허): “시위하기도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염산 테러 예고 글이 올라왔다. 범인이 잡혔고 실제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대표를 내세우지 않는데다 구호도 온라인 카페에서 모집한다. 집단지성으로 운영하는 셈인데. 이런 전략을 택한 이유가 뭔가.

 

열: “사람들이 혜화에 모인 이유는 몰카 때문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어도, 몰카 범죄를 근절해야겠다는 생각은 모두 같다. 그런데 운영진이 서열화해서 어떤 한 사람이 시위를 주도하면 시위 전체가 그 사람의 색으로 칠해질 수 있다. 서로 자신의 색은 지우고 몰카 근절만을 위해 힘쓰는 게 우선이다. 점 같은 여성 개개인이 모여 같은 구호를 외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통상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정치권과 호흡하는 게 효율적이다. 그런데 불편한 용기는 정치권과 절대 연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왜 그런가.

 

: “지금껏 봤다시피 정당은 한 철 와서 얘기 듣고 돌아가서 아무 것도 안 한다. 이 이슈에 호응하고 있다는 이미지만 정당이 얻어가고 시위는 죽게 된다. 또 여성단체는 여성인권․노동 등 어젠다가 여러 가지다. 연대하게 되면 그런 이슈까지 모두 다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불법촬영 근절 그 자체다.” 

 

: “이 시위는 페미니즘 시위이기 이전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이다. 다른 색이 개입하면 시위가 변질될 수 있고, 그 부분을 방지하고자 연대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진짜 연대하기를 원하면 국회에서 입법 활동 하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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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몰카 사건에 대해 경찰은 편파 수사가 아니라고 했다. 아직도 편파 수사였다고 판단하나.

 

: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경찰에 가면 ‘해외 서버여서 수사가 어렵다’거나 ‘성기가 노출되지 않으면 음란물이 아니다’ 등의 답만 듣고 온다. 하지만 홍대 사건에선 (여성) 가해자를 긴급 체포하고 영장을 발부했다. 그간 여성들은 몰카에 대한 두려움이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고민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아니었던 거다. 진짜 다를 바 없이 수사했나.

 

: “이번 사건이 특이해서 더 이슈가 됐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언론도 기사를 쓸 때 일관됐어야 한다. 여자가 피해자일 땐 포르노그래피마냥 여자가 어떤 옷을 입었나, 술을 마셨나, 가해자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이런 데 초점을 뒀는데, 이번엔 철저히 피해자 중심이었다. 이런 기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상적인 기사라고 판단한다. 모든 성별에 이 같은 시각을 적용했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나. 정부(여성가족부)가 변형 카메라 등록제를 골자로 하는 몰카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 “수박 겉핥기다. 물병 몰카, 안경 몰카 이런 게 일상생활에서 왜 필요한가. 초소형 카메라 자체를 규제해서 판매될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는 건 문제의 핵심을 비껴나가는 거다.”

 

구호가 자극적인데다 남녀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 “탄핵 촛불 시위에도 자극적인 구호 많았다. 물리적 충돌도 없는데 이 정도면 평화로운 거 아니냐. 혁명에는 횃불이 필요한데, 우린 언어로 횃불을 든 셈이다.”

 

: “보다 많은 여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제된 단어를 써야할 필요도 있다. 1차 시위 때 논란됐던 ‘유X무죄’ 구호를 2차에서 뺀 이유다. 이 시위에 참여한다고 내가 남성 혐오적인 말을 외쳐야만 할까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도록 공감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계속 고민 중이다. 하지만 시위 참여자 개개인의 피켓까지 제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을 대표해 한마디 한다면.

 

: “여성들의 분노와 두려움을 왜곡하지 말고 그대로 들어 달라. 불법촬영은 야동이 아니라 범죄다. 야동은 직업 가진 배우가 하는 거지만, 몰카는 일반 여성이 당하는 거다. 불법촬영 하지도 말고, 몰카 소지하지도 말고, 유포하지도 말라.” 

 

: “처벌도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불법촬영이 범죄라는 인식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자리 잡혀야 한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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