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군사훈련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출구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한·미 연합훈련이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다. 다나 화이트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6월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군사훈련을 무기한 유예(indefinitely suspended)한다”고 표현했다. 그 훈련은 올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엄가디언(UFG)’, 그리고 9월까지 계획됐던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케이멥(KMEP)’이다.
앞서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6월19일 “연합훈련 유예라는 우리의 조치가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모두 ‘유예’란 단어를 썼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훈련 유예”… 훈련 재개 가능성 내포
그러나 실제 훈련이 다시 시작되면 그 여파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까스로 회복기에 접어든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한·미 양국 정부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6월26일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군사훈련 중단이란) 결정을 내린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엔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거라고 보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6월20일 “군사훈련 중단에 있어 승자는 북한”이란 제목의 기사를 띄웠다. 매체는 이 기사에서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연장을 시도하면서 다음 행보로 주한미군 감축을 더욱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군사훈련 중단에 있어 승자는 북한”
나아가 군사훈련 재개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도발과 한미 훈련의 동시 중단)’의 한 축이 무너지는 걸 뜻한다. 쌍중단은 지난해 초부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으로 강조해 온 원칙이다. 이것이 깨지면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도발에 개입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훈련을 다시 이어가게 할 변곡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6월25일 CNN에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 선의가 있고 생산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한·미 훈련이) 유지될 것”이라며 “이를 못 하게 되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선의’나 ‘생산적 결과’의 정확한 뜻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밝히지 않았다.
신인균 국방자주네트워크 대표는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여부가 아무리 늦어도 2020년에 판가름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도는 미국 정부가 비핵화의 목표 시한으로 내세운 시점이다. 또 신 대표는 “그 전에라도 북한이 미국과 약속한 핵물질 리스트 제출을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의) 타임 프레임을 칼같이 지킬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시점은 여론의 흐름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