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 성장의 4가지 조건…영양·수면·운동·사랑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5 13:06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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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키 크는 아이

 

아이가 얼마나 클지 대략이나마 예측해 볼 수 있는 공식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키를 더한 후 2로 나누면 평균치가 나온다. 여기에 6.5㎝를 더하면 남자아이의 최종 키가 된다. 그 평균치에서 6.5㎝를 빼면 여자아이의 최종 신장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 키가 180㎝이고, 어머니 키가 160㎝라면 부모의 평균 키는 170㎝다. 이 부부의 아들은 176.5㎝, 딸은 163.5㎝까지 자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아이 신장 예측에 부모의 키를 기본으로 삼는 이유는 유전이 신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인종·민족·가계·연령·성별 등이 있다. 유전이 키에 미치는 비율은 70%에 이른다. 의사가 성장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아이가 출생할 때부터 작았는지, 가족이 뒤늦게 크는 형인지, 가족의 키가 본래 작은지를 물어보는 이유도 유전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부모의 키가 크면 대체로 자식도 크다.  

 

ⓒfreepik


 

 

아이 키 크려면 밤 10시 이전에 재워야 

 

같은 식구라도 자녀의 키가 다르고, 같은 민족인데도 북한 사람은 남한 사람보다 10㎝ 정도 작다. 이처럼 환경도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환경 요인에 따라 남자아이 키는 예상치보다 10㎝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남자아이는 176.5㎝까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경에 따라 166.5~186.5㎝ 범위에 든다. 여자아이에게 환경 요인에 의한 차이는 8.5㎝다. 163.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여자아이는 155~172㎝ 범위에 든다.

 

여기에서 환경 요인에 따라 남자는 10cm,

여자는 8.5cm 더 또는 덜 자란다.


 

아이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환경 요인은 크게 영양·수면·운동·사랑 등 4 가지다. 키 성장과 관련된 유전 요인은 일반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기대치까지 충분히 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다. 이 4가지 환경 요인은 출생부터 사춘기까지 골고루 필요하지만, 시기별로 각별히 더 신경 써야 할 요인도 있다. 키는 일반적으로 만 16~18세까지 자라지만, 꾸준히 자라는 게 아니라 시기마다 빨리 또는 더디게 성장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키 성장과 관련된 첫 번째 환경 조건은 균형 잡힌 영양이다. 키는 출생 후 첫 2년 동안 가장 많이 자란다. 이 시기에 평균 38㎝ 큰다. 신생아의 키는 대개 50㎝이고, 만 1살에 75㎝, 만 2살까지 88㎝ 정도로 자란다. 일생 중 가장 짧은 시기에 가장 많이 자라는 셈이다. 이 시기에 영양 부족이나 만성 질환을 겪으면 세포 수 부족으로 성장 장애가 생긴다. 따라서 영양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모유를 수유할 경우 생후 6개월부터는 비타민D와 철분제제를 보충하고 이유식을 시작하라는 게 전문의들의 권장 사항이다. 각종 예방 접종 시기에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충분한 수면이다. 3~12세에는 조금 더디게 성장하지만 최종 키의 80%까지 큰다. 1년에 6㎝ 정도 자란다. 하루에 30분 정도 햇볕을 쬐면서 많이 뛰어놀고 밤에는 푹 자야 한다. 하루에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60~70%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분비된다. 이 시간에 아이들은 숙면에 빠져야 키가 부쩍 큰다. ‘아이는 자면서 성장한다’는 말이 맞는 셈이다. 이 시기에는 칼슘·단백질·요오드·비타민·철분·마그네슘·아연 등 다양한 성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종합영양제를 먹이기도 하는데, 이 시기에 형성된 식습관이 평생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해조류·채소·콩·우유 등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형성해 주는 편이 이롭다. 

 

세 번째 조건은 30분 이상의 운동이다. 사춘기(13~16세)는 제2의 급성장기로 남자는 평균 28㎝, 여자는 21㎝ 성장한다. 사춘기가 시작하는 시점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그 시기가 2년 정도 빠른 만 10~11세부터 사춘기가 시작된다. 유방이 발달하고 음모가 생긴다. 이때부터 초경 전까지 키가 많이 자라는데 1년에 평균 10㎝ 이상 큰다. 초경은 평균 만 12~13세에 시작한다. 초경 후 키 크는 속도가 둔화해 3년 동안 약 6㎝ 자라며, 대신 체중이 증가한다. 만 12세에 사춘기를 맞는 남자아이는 고환이 커지며 음모도 생긴다. 이 시기에 남자아이는 키가 연간 약 10㎝ 자란다. 턱수염과 겨드랑이털이 난 후부터 성장 속도가 둔화하며 2~3년 후인 고등학교 1~2학년에는 키 성장이 거의 멈춘다.

 

사춘기가 지나면 성장 속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흔히 성장판이 닫힌다고 표현하는 시기다. 사춘기가 시작되어 성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면 성장판 연골 조직이 딱딱한 뼈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성장판이 없어지면 세포 증식이 더 일어나지 못해 키 성장이 멈춘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여자아이는 중학교 2~3학년, 남자아이는 고등학교 1~2학년 무렵에 성장판이 닫힌다.

 

사춘기에는 운동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키가 크려면 뼈와 근육의 길이가 길어져야 한다. 뼈 사이에 있는 부드러운 연골 조직(성장판)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나 튼튼한 뼈가 된다. 성장판은 어깨·팔꿈치·손목·손가락·척추·골반·대퇴골·정강이뼈·발목·발뒤꿈치·발가락 등 길게 생긴 뼈 사이에 있다. 성장판을 자극하고 근육을 발달시키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운동과 숙면은 필수다. 

 

어떤 운동이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데, 특히 산소 소비가 많은 유산소 운동과 땅에 발을 딛고 하는 운동이 좋다. 아이가 싫증 내지 않고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면 된다. 많이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일수록 키가 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동 시작 후 30분부터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므로 30분 이상 매일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까지 운동에 쏟으면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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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대한 사랑도 키 성장의 중요 요인

 

종합하면, 성장기 아이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뛰어놀아야 키가 충분히 자란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췄는 데도 키가 크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고 성장판의 연골세포 증식도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학업 부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충분한 수면과 운동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이혼·폭력 등 가정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문제다. 이 스트레스는 가족 간 사랑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 실제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집단 수용된 아이를 양자로 입양해 좋은 환경에서 키웠더니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고 성장이 왕성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10년간 우리 아이들의 키는 멈춘 듯하다. 자연식 대신 외식으로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이 되지 못하고, 입시교육 등으로 운동량이 줄었고,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수면량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것들은 아이들의 키 성장을 방해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실제로 1·2차 세계대전 시기에 태어난 사람은 영양 부족과 전쟁의 스트레스로 다른 세대보다 키가 작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아이들 성장기에 영양·수면·운동은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해 기대치까지 자라게 하는 필수 요인이다. 더불어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스트레스를 해소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5㎝ 미만 큰다면 병원 치료 받아야 

 

극히 일부이긴 해도 병적으로 키가 자라지 않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성장 치료는 그 시기가 중요하다. 빠를수록 좋으며 사춘기가 끝나기 전에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는 성장판이 닫혀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거의 없다. 김혜순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년 동안 아이의 키가 5㎝ 미만 성장하거나, 또래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거나, 사춘기가 일찍 시작하는 것(성조숙증) 같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성조숙증이 생기는데, 왕성하게 분비되는 성호르몬이 성장판을 일찍 닫는 역할을 해서 성장이 빨리 멈춘다. 여자아이가 만 8세 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만 9년 이전에 초경을 할 경우,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4mL(어른 중지 끝마디 크기) 이상일 경우다. 

 

반대로 사춘기가 오지 않거나 정상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됐지만 유난히 키가 작거나 2차 성징(性徵)이 나타나지 않아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자아이가 만 13세가 지나서도 가슴이 크지 않거나 만 15세까지 초경이 없을 경우가 해당한다. 남자아이는 만 14세 이후에도 음모나 겨드랑이털 등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다. 성장 장애로 진단받은 아이는 성장호르몬제 치료를 받는다. 치료 후 보통 5~10㎝ 성장하지만, 모든 아이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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