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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투자①] [단독] 북한판 외국인투자 촉진법 지침서 입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투자지침’ 통해 본 북한 투자 A to Z

박성의 기자 ㅣ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5(Mon) 08:17:06 | 1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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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4월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뒤 첫 공개연설에서 ‘사회주의 문명강국’을 건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의 야심 찬 공언에도 세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핵을 쥔 채 강성대국을 말했던 북한의 앞선 지도자들과 ‘굶지 않을’ 방법론이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 미국에서는 대북강경파로 손꼽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북·미 냉전기류가 확산했다. 김 위원장 탓에 북한 인민들이 허리띠를 더 바싹 죄야 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1년 뒤 북한의 젊은 지도자의 야심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비핵화 카드를 빼든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부흥을 약속해서다. 전례 없던 북·미 화합기류에 북한의 해외자본 흡수 가능성도 떠올랐다. ‘자력갱생의 원칙’에 입각했던 북한의 경제정책이 급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북한 경제를 굴리는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재계와 국제사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진두지휘하는 북한 투자정책의 골격(骨格)은 과연 어떤 모양새일까. 시사저널은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투자지침’을 단독 입수해 공개한다. 북한이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 발간한 것으로 알려진 지침서에는 북한식(式) 투자 제도와 세금 정책 등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간략하지만 세분화해 정리한 북한의 투자지침에는 ‘경제 대국’을 노리는 북한의 야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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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7개국과 ‘투자장려 협정’ 체결

 

북한은 늘 경제의 ‘숨구멍’을 찾아왔다.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나라가 부강해져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자립적 민족경제가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근간이 됐지만, 좁은 내수와 낙후된 기술력이 발목을 잡았다. 북한이 1980년대 들어 외자(外資) 유치를 적극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역 활성화와 해외국가와의 경제협력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북한 엘리트 지식인과 수뇌부는 관련법과 제도를 만들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이 1984년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공표한 ‘합영법’이다. 합영법은 서방국가와의 단순 교역을 넘어 외국인 직접투자로 기술·경영기법 도입을 가능하게 한 조치였다. 그러나 효과가 미미했다. 북한 정권의 낮은 신용도 탓에 외국 자본이 투자를 기피해서다. 여기에 북한이 굳게 움켜쥐고 있던 핵이 문제가 됐다. 1993년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자 해외 자본이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 또는 보류했다. 

 

다만 북한은 NPT를 탈퇴한 이후에도 약 20년 넘는 기간 외자 유치의 꿈을 놓지 않았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관련법과 제도를 차곡차곡 정비해 왔다. 핵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그 난국에서도, 달러와 위안, 원을 받아들일 준비를 병행해 왔다는 얘기다. 이는 시사저널이 입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투자지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투자지침서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한 지 4년째인 2016년 5월에 작성된 것으로, 북한이 중국 상무부 등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직접 발간한 투자지침서 중 가장 최신판으로 그간 국내에는 공개된 적이 없다. 6월 중 국내 로펌인 법무법인 바른이 관련 내용을 담은 ‘북한투자 법제해설’을 출간할 예정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북한의 투자지침서에는 △북한과 조약을 맺은 외국 투자국 현황 △외국인투자의 권익 보호 제도 △투자 시 거쳐야 하는 과정 △기타 투자 관련 세금 종류 및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 또는 기관, 국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투자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호를 받으며, 또 이익을 얼마만큼 배분하는지 등 북한 투자의 ‘A to Z’(모든 것)가 담겨 있는 셈이다. 

 

우선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은 사회주의 헌법 제37조를 근간으로 한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우리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 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 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고 적시돼 있다. 투자지침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기준 27개국과 ‘투자장려 및 보호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혈맹국인 중국을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국인 싱가포르, 러시아, 태국, 스위스 등이 대상국이다. 이들 국가는 북한 정부로부터 ‘신뢰할 수 있다’는 자격을 부여받고, 북한 기업의 해외투자를 보호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을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북한과의 경제 협정을 맺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밟고 종전선언까지 이뤄낸다면, 27개국 명단에 새 이름을 올리는 것도 무리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현지 로펌 관계자는 “북한의 투자지침서에 적시된 협정 국가들 명단을 살펴보면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 이익을 가져다줄 국가는 많지 않다”며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게 된다는 전제로, 이 명단에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첨단산업 육성 위해 ‘전방위 세제 혜택’

 

다만 미국이 북한과 투자 협정을 맺는다고 해도 당장 모든 기업이 북한에 발을 들일 수는 없다. ‘스타벅스 평양점’ ‘맥도날드 개성점’이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 북한의 외국인투자법 제11조에 따르면, ‘북한 체제 안전과 건전한 사회도덕을 해치는 경우, 경제적 효과성이 적은 부문’은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어서다. 물론 북한 법 자체의 표현이 주관적이고 모호한 탓에 이를 해석하는 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은 바뀔 수 있다. 현재 북한의 외국인투자 승인권은 중앙투자관리기관 또는 특수경제지대관리기관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투자를 유치한다고 해도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그간 자행한 ‘막무가내식’ 재산 압류 또는 사상 검열을 내세운 기술 탈취 등이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북한의 투자지침서에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묻어난다. 

 

북한은 관련법을 제정해 외국 투자자가 걱정할 수 있는 ‘영업비밀’과 ‘잉여 재산 처분’을 보호하겠다고 명시했다. 외국인투자법 제20조에 따르면, 외국 투자가가 북한에서 기업 운영 또는 은행업을 통해 얻은 합법적인 수익과 청산 후 남은 잔여 재산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국외 송금이 가능하다. 또 외국인투자법 제21조에 의거, 외국인투자기업과 외국투자은행의 경영활동과 관련한 비밀을 법적으로 보장해 영업비밀에 대한 보호를 천명하고 있다.

 

북한의 기업소득세율도 눈여겨봐야 한다. 북한이 투자유치를 위해 전방위적인 세금 인하 혜택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특히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과의 합작회사 형태로 북한에 진출하게 된다면, 기술력을 앞세운 정보통신(IT) 및 인공지능(AI) 개발 기업들이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외국투자기업 및 외국인세금법 제10조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기업과 외국투자은행의 기업소득세 표준세율은 결산이윤의 25%다. 외국투자기업 및 외국인세금법 제11조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얻은 배당소득, 이자소득, 임대소득, 특허권사용료 등 기타소득의 기업소득세율은 20%로 한다. 다만 경제특구 등 경제개발구 내에 설립한 기업인 경우 기업소득세율은 14%로 내려간다. 특히 첨단기술 및 인프라 건설, 과학기술 연구 등 장려 분야의 기업소득세율은 10%로 절반 가까이 깎인다. 이는 한국의 통상 법인세율인 20~25%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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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감독기관 재량권 커…투자자 주의해야”

 

이밖에 장려 부문에 투자해 15년 이상 경영하는 기업인 경우에는 기업소득세를 3년간 면제할 수 있으며 납부면제 기간이 종료한 후의 그다음 2년 동안 기업소득세를 50% 범위에서 감면할 수 있다. 또 정해진 서비스 분야에 10년 이상 투자하고 경영하는 기업인 경우에는 기업소득세를 1년간 면제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투자 관련 제도에서 여기저기 ‘허점’이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투자를 받아본 경험이 적고, 자국 내 기업의 수도 현격히 적다 보니 관련 제도를 정비할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법에 명시된 감독 기관명이 변경됐거나 실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법 조항에 ‘여러 가지’와 같은 표현을 넣어 해석의 여지를 지나치게 넓히거나, ‘합의에 따라’라는 전제를 붙여 감독 기관의 재량권을 크게 설정해 놓은 것도 북한 투자 관련법의 유의점으로 꼽힌다. 향후 대(對)북한 투자 활로가 뚫리더라도, 장밋빛 전망에만 의존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최재웅 변호사는 “북한의 투자 법령을 살펴보면 법문이 상당히 짧으며, 쓰인 용어 역시 문어체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해석에 있어 애매한 측면이 있기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원한다면 향후 관련 법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 ‘북한투자 특집’ 관련기사

[北투자②] “엑시트만 보장되면 투자 계속 늘어날 것”

[北투자③] “경협 대박론, 맞선 보자마자 혼수 얘기하는 격”

[北투자④] “경협 통해 EU 같은 ‘하나의 시장’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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