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흥행 스코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3:25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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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공룡 세상의 부활을 알렸던 《쥬라기 월드》의 속편으로 다시 만난 공룡의 세계

 

거대 공룡들을 다시 만날 때다. 2015년 공룡 세상의 부활을 알렸던 《쥬라기 월드》가 속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쥬라기 월드 2》)으로 돌아온 것.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90년대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통해 스크린에 되살려낸 공룡은 경이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안기는 존재로 여전히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는 《쥬라기 공원》 1편이 개봉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새롭게 찾아온 《쥬라기 월드 2》는 개장했다가 결국 다시 폐쇄된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의 잔재가 남은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공룡들은 아직 이곳을 활보 중이다. 영화는 화산 폭발로부터 공룡을 구하려고 이 섬을 다시 찾은 주인공들이 겪는, 재난에 가까운 모험을 다룬다. 후반부에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하우스 호러 장르로 전환을 시도하기도 한다. 6월6일 개봉해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이 영화의 매력을 짚었다.

 

전편에서 쥬라기 월드의 경영자였던 클레어(브라이언 달라스 하워드)는 어느덧 공룡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인물이 돼 있다.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 폭발 조짐으로 공룡의 안위를 걱정하던 그는, 과거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던 록우드 재단의 요청으로 공룡 구조 작업에 나선다. 전편에서 함께했던 동물 행동 연구가 오웬(크리스 프랫)도 이에 동참한다. 하지만 이 구조 작업의 이면에는 남은 공룡들을 포획해 군사 무기로 활용하려는 이들의 비뚤어진 야심이 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호러를 이식한 공룡 블록버스터

 

초반부터 《쥬라기 월드 2》는 블록버스터의 소임을 다한다. 주인공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하는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등장은 과거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관객에게 안겼던 경이로움을 그대로 선사하려는 오마주. 이후 상황은 재난 영화에 버금가는 묘사의 연속이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인물들과 섬에 남은 공룡들은 필사적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는 엄청난 속도와 물량으로 몰아치는 이 탈주를 시작으로 쉴 새 없는 긴장 국면들을 만들어 나간다. 

 

흥미로운 건 《쥬라기 월드 2》가 하우스 호러 장르의 무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는 점이다. 섬 탈출 이후 영화의 주요 배경은 록우드 저택으로 바뀐다. 이곳 지하에서는 록우드 몰래 그의 재산을 이용해 살상 무기용 공룡을 만들려는 인물의 유전자 실험이 한창이다. 섬에서 구조된 공룡들, 실험실에서 유전자 배합을 통해 탄생한 포악한 종 ‘인도랩터’ 등이 뜻하지 않게 풀려나면서 저택은 삽시간에 피의 현장으로 변모한다. 드넓은 테마파크가 아니라 저택의 공간 이곳저곳을 누비며 벌어지는 인간과 공룡의 대결은 의외의 재미와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는 연출을 맡은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영향이 큰 듯해 보인다. 그는 대저택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스릴러 《오퍼나지-비밀의 계단》(2008), 거대 쓰나미라는 재난의 현장에서도 인류애를 주목한 《더 임파서블》(2012), 괴수 판타지 《몬스터 콜》(2016)을 성공적으로 연출하며 할리우드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영화는 감독이 그간의 작품으로 쌓아온 장기를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였던 셈이다.

 

주제의식은 한결 뚜렷해졌다. 과거 3부작이 과학기술에 대한 경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이 다른 종의 유지 혹은 멸종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 하는 딜레마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룬다. 물론 이 시리즈의 공룡들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낸 존재다. 인간은 이들의 창조주이자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개체인 것이다. 주인공들의 동기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들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출발하지만, 이후 그들은 인류의 안전을 위해 이 종을 다시 모조리 죽게 만들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고뇌에 빠진다. 이제 문제는 인류와 공룡의 공존을 향해 뻗어나간다.

 

 

개봉일에만 118만, 흥행사 다시 쓸까

 

내실만 챙긴 것이 아니라 흥행 기록도 성공적인 수준이다. 6월6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이 영화는 국내 박스오피스 기록을 뒤바꿔 놓았다.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의 오프닝 기록(97만 명)은 가볍게 깨졌다. 《쥬라기 월드 2》가 개봉일 하루에만 모은 관객 수는 무려 118만 명. 역대 최고 기록이다. 물론 이는 공휴일 특수이기도 했다. 현충일이었던 개봉일 다음 날인 7일에는 관객 수가 23만 명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개봉 첫 주말 양일에는 다시 15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일주일간(6월12일 기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선전(善戰) 중이다.

 

휴일 개봉도 영향이 있었지만 12세 관람가를 확정하면서 가족 단위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는 점, 공포 장르로서의 기대치를 충족했다는 점 역시 주효했다. 《곤지암》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진 때 이른 공포영화 붐은 최근 다양성 영화 가운데 10만 이상 관객을 모으며 선전 중인 《유전》 등으로 지속되는 중이다. 인간의 탐욕이라는 기존 시리즈의 핵심을 잘 이어받으면서도, 괴수물과 하우스 호러의 공포까지 충실히 이식한 블록버스터 콘텐츠가 됐다는 점이 《쥬라기 월드 2》의 중요한 흥행 요인으로 보인다. 

 

편집 논란으로 연일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외국 개봉 버전과 비교해 한국 상영 버전에서는 일부 장면이 편집됐다는 것이 골자다. 일부에서는 12세 관람가에 맞추기 위한 편집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잘려나간 것은 40초 정도. 해당 장면은 인도랩터의 잔인한 공격, 후반부 렉시의 포효 등이다. 특히 후자는 《쥬라기 공원 2-잃어버린 세계》(1997)의 오마주였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들의 아쉬움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장면이 영화의 임팩트를 완성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이에 배급사 UPI 코리아는 “한국 개봉 버전은 세계 각 나라마다 시장 환경에 따라 본사에서 제공한 다양한 버전 중 하나”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내와 동일한 버전이 다수의 국가에서 상영 중이라는 것이다. 급기야 감독까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내가 승인한 공식 버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6월7일 깜짝 내한해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던 만큼,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서 관객의 마음을 붙잡은 셈이다. 전편의 국내 흥행 기록은 554만 명. 이번 영화가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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