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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시대①] 보수정권 무너뜨린 촛불, 2018년 진보시대 열다

남북-북·미 회담과 6·13 선거로 진보 물결…비리 얼룩진 보수진영엔 뼈 깎는 혁신 명령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Fri) 14: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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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헌법에 의해 파면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이후 조기대선을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70%를 웃도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 신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에 한발 다가서면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구해 냈다.

 

동시에 보수의 최대 무기였던 ‘국가 안보’는 한반도 평화 국면 속에서 설 곳을 잃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항간(巷間)에 떠돌던 소문의 조각들이 조금씩 수면에 드러나면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광장을 촛불로 수놓았던 시민들은 그렇게 어둠을 물리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아침을 열었다.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시민들은 6·13 선거를 통해 또다시 준엄한 메시지를 던졌다. 집권 세력에겐 대립보다는 대화를, 경쟁보다는 상생을, 이윤보다는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리로 얼룩진 보수진영엔 뼈를 깎는 혁신을 명령했다.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지방권력마저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오른쪽을 보고 달리다가 서서히 왼쪽으로 전환하던 국가 정책은 점차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018년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진보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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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무너뜨린 나비효과, 더 견고해진 촛불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전문가들은 당분간 진보·개혁 세력이 집권하는 일은 보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사람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근거는 유권자 지도였다.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대거 투표장을 찾았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중·장년층의 비율이 더욱 커지고, 이를 역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었다. 보수 세력의 든든한 지지층인 중·장년층은 박근혜 정부에 악재(惡材)가 터질 때마다 든든한 우군 역할을 자처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 의혹에 휩싸였을 때(2013년 5월)도,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2014년 4월)도 그들은 보수 세력을 등지지 않았다. 보수의 시대는 그렇게 계속될 줄 알았다.

 

난공불락일 줄 알았던 보수정권에 균열이 생긴 것은 2016년이다. 위기는 의외의 사건에서 찾아왔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도박 등의 혐의로 궁지에 몰리자 거액의 수임료로 최유정·홍만표 변호사 등을 통해 구명을 시도한다. 진경준 검사장의 시세차익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법조비리 의혹으로 확대됐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이 등장했고, 그의 비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렇게 한참을 파헤치다 ‘최순실’이란 이름이 등장했다. 평범할 줄 알았던 경제 사건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국가를 흔든 꼴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등장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최순실의 태블릿 PC 등 물증이 드러나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박 대통령은 2016년 10월25일 최순실씨에 대해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며 95초 녹화 사과를 했지만, 이는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었다. 시민들은 나흘 후 10월29일 처음으로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11월4일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두 번째 사과를 했지만 촛불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이 과정에 탄핵 찬성 여론은 40%대에서 70%대로 급증했다. 12월3일 6차 촛불집회는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었다.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에도 촛불 열기는 식지 않았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로 기록된 이 시기의 촛불은 헌재의 탄핵심판 이후 ‘축하집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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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2017년 5월9일 19대 대통령선거는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 등에 힘입어 무난히 정권을 잡았다. 초기엔 이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70% 수준의 안정적인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다. 각종 국정과제를 추진하다보면 점차 빠지기 마련인 지지율은 오히려 거꾸로 갔다. 문 대통령은 ‘치유와 화합의 리더십’으로 지지율을 계속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을 눈물로 포옹하며 위로해 주거나 초등학생과 무릎을 꿇고 대화하는 등의 파격적인 소통 방식은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게 나라냐”며 분노했던 시민들에게 ‘이게 나라다’라고 답하며 흔들리던 민주주의를 바로 세웠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줄곧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진보·개혁 세력은 빠르게 정부 요직으로 진출했다. 문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기용하면서 사법 개혁을 추진했다. 집권여당 소속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행정부 곳곳에 배치하면서 개혁 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국정 전반에 걸쳐 ‘적폐청산’ 작업을 벌였다. 과거에 불거졌던 각종 이슈들에 대한 점검이 일제히 벌어졌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 파트 폐지, 공공기관 채용비리 연루자 채용 취소 등의 대안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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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었던 국정의 축이 점차 바로잡히는 모습이었지만 시민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 등도 제대로 수사하길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로선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구속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구속수사에는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나선 것도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한동안 “그래서 다스는 누구 건가요”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결국 촛불 시민들의 바람은 이뤄졌다. 사실상 촛불 시민들이 진보적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진보시대 특집’ 관련기사 

[진보시대②] 진보식 안보 해법, 위기의 한반도 구하다 

[진보시대③]​ 6·13 결과, 더 강력해진 진보

[진보시대④​] 진보의 길에 놓인 새로운 과제

​[진보시대⑤​]​ 색깔론 덧칠한 보수진영, 결국 길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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