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서 ‘샤이 보수’ 1.3~2.9% 투표…판세 영향 못 미쳐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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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지도부, 리더십 한계 보이며 ‘샤이 보수’에 외면 당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월14일 대표직을 내려놨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이 참패한 책임을 지면서다. 홍 대표와 한국당은 ‘샤이 보수’의 결집으로 선거 막판 극적인 반전을 노렸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한국당은 선거 전 부동층 대다수가 자신들을 지지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샤이 보수’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6월3∼4일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531명을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응답자의 41.1%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정했다’는 응답은 58.9%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당은 ‘샤이 보수’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막판 반전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개표 결과, 민주당은 17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14곳을 차지했다. 한국당은 보수 정당의 텃밭인 부울경 지역도 모두 잃고, 대구 경북 단 2곳에서만 승리를 거두는데 그쳤다. 특히 민주당에 단 한 번도 내준 적 없는 부울경이 동시에 뚫리면서 ‘샤이 보수’가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6월13일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는 유권자 ⓒ연합뉴스



정치권 “한국당 혁신 못하면 ‘샤이 보수’ 더 위축”

 

‘샤이 보수’의 정확한 정의는 ‘명확히 지지하는 보수진영 후보가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를 숨기는 유권자’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샤이 보수’는 실제 보수 정당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드러내 놓고 언급하지 않은 채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샤이 보수’ 규모는 5% 내외로 추정되고, 지역에 따라 편차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실제 ‘샤이 보수’의 존재는 확인됐다. 한국당이 공언한대로 '샤이 보수'가 이번 선거에 참여했지만, 그 규모가 미미해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6월13일 KBS, MBC. SBS 등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56.8%, 한국당 김태호 후보는 40.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음날 실제 개표 결과는 김경수 52.8%, 김태호 43.0%였다. 경남에서 무응답층의 2.9% 가량이 ‘샤이 보수’였던 셈이다. 

 

부산에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오거돈 후보는 58.6%, 한국당 서병수 후보는 35.4%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출구조사 차이는 23.2%p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오거돈 55.2%, 서병수 37.2%를 득표하면서 1.8% 규모의 ‘샤이 보수’ 존재가 드러났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송철호 후보는 55.3%를 기록해 한국당 김기현(38.8%) 후보에 16.5%p 여유 있게 앞섰다. 다음날 실제 투표 결과는 송철호 52.9%, 김기현 40.1%였다. 결국 울산에서도 1.3% 가량이 ‘샤이 보수’였던 셈이다. 

 

이처럼 출구조사에서도 침묵을 지킨 ‘샤이보수’의 대규모 결집은 결과적으로 없었다. 한국당이 '샤이 보수'로 대표되는 부동층에 내심 기대하면서도 이를 중도층 표심까지 확장하는데 실패하면서다. 한국당은 구시대적인 냉전 논리와 당 지도부의 리더십 한계가 드러나면서 ‘샤이 보수’로부터 외면당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 대북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유권자들이 정부를 지지했지만, 오히려 한국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각을 세우면서 고립을 자초했다. 홍 대표의 언행도 번번이 논란을 초래하며 당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이 때문에 ‘샤이 보수’가 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더욱 철저하게 표심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샤이 보수’가 선거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후보 간 격차가 어느 정도 좁혀져야 한다”며 “한국당이 ‘수구 세력’의 구태를 혁신하지 못하면 적극적 투표층이 아닌 ‘샤이 보수’는 앞으로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케이스탯리서치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수준이며, 응답률은 16.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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