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왕관을 쓰고 싶은 자, 무게를 이겨라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 15:04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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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호날두·네이마르·크로스·라모스…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스타들

 

월드컵은 스타의 등용문이자 시험대다. 4년에 한 번, 1개월 남짓 열리는 이 대회에서 정상에 서는 이는 비로소 축구사에 이름을 남길 자격을 얻는다. 소속팀에서의 성과로 인정받은 스타는 자신의 능력을 월드컵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탄생한 전설이 펠레·베켄바우어·마라도나·지단·호나우두 등으로 이어졌다. 21번째 월드컵인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또 어떤 전설에게 왕관을 허락할까.

 

스페인 세르히오 라모스, 독일 토니 크로스, 브라질 네이마르,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왼쪽부터) ⓒAP연합·DPA연합·PA Images

 

 

메시 - ‘마지막 숙제’ 월드컵 우승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가 유일하게 들지 못한 트로피다. 소속팀 FC바르셀로나에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4차례 달성했다. 대표팀에서도 U-20 월드컵을 시작으로 올림픽 금메달, 코파아메리카 우승까지 안겼지만 월드컵만은 ‘정복자’ 메시에게 허락되지 않은 정상이다.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벽을 넘기 위한 마지막 등정이기도 하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는 단일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세기의 논란인 ‘신의 손’ 사건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그다음에는 11번의 볼 터치를 이용한 드리블로 잉글랜드 수비수 5명과 골키퍼 피터 실튼까지 제친 역대 최고의 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유럽에서의 경력만 놓고 보면 메시가 더 화려하다. 개인 타이틀로는 가장 큰 권위를 갖는 발롱도르도 5회나 수상했다. 마라도나는 챔피언스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에 그쳤지만, 마라도나에겐 월드컵 우승이 있다. 메시가 마라도나와의 비교에서 유일하게 좁히지 못하는 간극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메시는 우승에 근접했다. 28년 전 마라도나처럼 원맨쇼를 펼치며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독일의 조직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우승 앞에서 멈췄다. 그 충격과 부담감에 2016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던 메시는 2개월 만에 이를 번복했다. 러시아월드컵은 만 31세인 메시에게 최후의 월드컵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가 참가한 앞선 세 차례 월드컵과 비교하면 가장 전력이 약하다. 메시를 비롯해 세르히오 아구에로, 곤살로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가 버티는 공격력은 화려하지만 허리 아래가 부실하다. 마지막 월드컵에서 가장 힘겨운 도전에 나서게 된 셈이다.

 

 

호날두 - 부담감 없는 도전은 즐겁다 

 

메시의 영원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월드컵 우승은 없다. 하지만 그가 안고 있는 부담감은 메시만큼 크지 않다. 포르투갈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의 3위다. 우승 후보로 언급은 되지만 호날두는 메시가 느끼는 수준의 무거운 숙제를 든 건 아니다. 오히려 호날두는 지난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에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1990년대의 황금세대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이미 에우제비우, 루이스 피구 등 선배들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만 33세 호날두에게도 동기부여는 존재한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호날두와 포르투갈은 쓴맛을 봤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6강에 진출했지만 스페인에 0대1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4년 전 브라질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만 21세에 참가했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랐던 기억을 되새겨야 한다. 당시엔 피구, 데쿠, 마니셰, 카르발류 등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현재의 호날두는 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이자 주장이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현재의 포르투갈은 과거보다 화려함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수비 밸런스를 강화하는 실리축구로 유로 2016을 정복했다. 패배를 허락하지 않는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A매치 149경기 81골을 기록하고 있는 호날두의 득점력을 극대화한다.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함께 B조에 속했지만, 토너먼트에만 올라가면 유로 2016과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네이마르 - ‘새로운 황제’ 대관식 꿈꾼다

 

브라질은 늘 그랬듯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여느 대회보다 특별한 각오로 무장했다. 4년 전 그들은 자국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여섯 번째 우승을 기대했지만, 4위에 그쳤다. 문제는 준결승전 결과였다.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독일과 만난 브라질은 전반에만 5골을 허용하며 1대7로 완패했다. 전반 23분부터 29분 사이 5분 동안 4골을 얻어맞는 동안 관중석은 실망을 넘어 눈물로 가득했다.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불리는 브라질 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참사다. 그 여파로 3·4위전에서도 네덜란드에 0대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의 목표는 우승과 독일 타도다. 개인 능력을 과신했던 브라질은 치치 감독 선임 후 조직력과 헌신을 중시한다. 베테랑 수비수 아우베스가 부상으로 낙마했음에도 막강한 스쿼드라는 평가다. 

 

이번 대회를 가장 벼르는 선수는 네이마르다. 2017년 여름 바르셀로나에서 파리생제르맹으로 옮기며 이적료 2800억원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선수가 된 네이마르에게도 4년 전 월드컵은 아픈 추억이다.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수니가의 반칙에 척추를 다쳐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에이스를 잃은 브라질은 그 뒤 연이은 참패를 경험했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발목 부상을 입었지만, 월드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수술을 받았다. 결국 대회를 앞두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네이마르는 과거의 펠레, 호나우두처럼 우승을 통해 새로운 축구황제로 오르길 원한다.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상황에서 네이마르는 다음 세대를 이끌 선두 주자다. 월드컵은 더없이 좋은 대관식 기회다. 독일을 상대로 복수를 한다면 더없이 완벽하다. 브라질은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한 남미 팀이다. 18세 소년 펠레가 혜성같이 등장했던 1958년 스웨덴월드컵 우승을 60년 만에 러시아에서 재연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4년 전과 달리 네이마르에겐 제주스, 쿠티뉴 등 최고의 조력자들이 대거 있다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크로스 - 2연속 제패에 도전하는 지휘관

 

미네이랑의 비극 맞은편엔 미네이랑의 기적이 있었다. 독일은 4년 전 우승의 최대 관문인 브라질을 대파하고 그 기세로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까지 꺾으며 24년 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품었다. 7대1 대승의 최대 주역은 토니 크로스였다. 토마스 뮐러의 선제골을 도운 크로스는 69초 사이에 팀의 세 번째 골과 네 번째 골을 직접 넣었다. 브라질월드컵의 대활약을 기점으로 크로스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도약했다. 그의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3연속 제패를 달성한 데는 호날두, 루카 모드리치, 세르히오 라모스 못지않게 크로스의 역할이 중요했다. 

 

크로스는 독일 축구의 우수성과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다. 뛰어난 패스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예리한 킥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보호한다. 패스 성공률과 활동량 모두 수위를 차지한 경기가 있을 정도다.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시작해 현재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고 있지만, 이전의 공격 본능도 수시로 나온다. 크로스를 중심으로 외질, 드락슬러, 케디라 등이 함께하는 독일의 허리는 조직력과 창의성 모두 최고 수준이다. 14개월째 FIFA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이 이번 러시아월드컵도 정복하면 이탈리아(1934·1938년)와 브라질(1958·196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한 팀이 된다.

 

 

라모스 - ‘티키타카’ 뒤에는 그가 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21세기 축구에 첫 번째 화두를 던졌다. 20세기 말을 장식한 프레싱 사커를 완벽하게 누른 그들의 정교한 패스 플레이는 ‘티키타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스페인어로 탁구에서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의미하는 티키타카는 중심축이었던 차비 에르난데스의 국가대표 은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력적이다. 안드레아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 이스코, 코케 등 창의적인 미드필더를 대거 보유한 스페인은 새로운 전술 트렌드로 떠오른 전방압박에 맞서 8년 만의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하지만 스페인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건 티키타카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단단한 수비가 있어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센터백인 세르히오 라모스가 뒤를 받친다. ‘타잔’이라는 별명처럼 엄청난 운동 능력을 앞세워 하프라인까지 커버하는 넓은 수비 범위와 뛰어난 헤딩 실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 선수답게 정확한 볼 컨트롤과 킥을 앞세운 빌드업 능력으로 공격의 시발점이 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해결사로 나서 여러 차례 팀을 구했다. 저돌적이고 거친 수비로 종종 지적을 받지만 정교함을 추구하는 대표팀에 라모스 같은 와일드한 플레이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평가다. 스페인 대표팀에는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월드컵 1회, 유로 2회)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는 최근 5년 동안 네 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긴 ‘우승의 아이콘’이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또 하나의 경력을 추가할지 관심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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