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특집] ⑤ “이 동네에서 주인공은 나야 나”
  • 손기웅 前 통일연구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7 21:58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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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아전인수 하는 ‘미·중·러·일’

 

북·미 정상회담이 마침내 개최된다. 1993년 1차 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 수많은 북·미 대화가 열렸지만 비핵화에는 실패했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통해 경제적 대가를 얻어 시간을 벌어보려는 북한에 귀책사유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에도 책임은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잘못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와 능력을 잘못 평가한 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근본적인 의문은 ‘CVID(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비핵화)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이 과연 미국의 국가 이익일까’라는 생각이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核 보유가 미국 이익 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는 상황이 미국에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어느 정도 핵능력을 갖고 있고 완전한 제거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미국의 정책방향은 바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몇 가지 우려를 해 본다. 어쩌면 북한이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고 핵무기와 핵기술을 제3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서 핵무기를 더 이상 양산하지 않는 상황은 오히려 미국의 국익과 맞아떨어질 수 있다. 또 비핵화가 CVID 방식으로 해결돼 북한이 더 이상 악당이 아닌 상황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익이 될 수 있다. 만약 자국을 공격할 능력은 제거되고, 전 세계 핵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핵무기와 기술을 수출하지 않으면서 몇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듯 안개 낀 상황이 된다면 이는 되레 우리에게 걱정거리가 된다. 

 

이럴 경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계속 놓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양국이 미국이 펼치는 안보전략에 동참하면서 막대한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고 군사적·정치적 영향력 아래 놓이게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길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존재는 중국에 대해 나름의 억제력을 가지면서 지나친 대중 종속을 피하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또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감이 형성돼 세계경찰로서 미국의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그 결과 한·미, 미·일 동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고 ICBM 능력을 보유하게 된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는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나 그 역시 이러한 고려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속내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충분히 간파하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 

 

핵 초강대국이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 중심국이면서 6자회담 당사국인 미·중·러 3개국이 북핵 해법에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또 다른 필요조건이다. 북한의 핵무기, 핵시설, 핵물질, 핵기술, 운반수단을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폐기할 것인가를 놓고 3개국이 한목소리로 북한에 요구할 경우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3개국은 기본적으로 북핵 폐기에는 동의하면서 시기, 수단과 방법에 관해서는 서로 이견을 보였다. 

 

3개국 가운데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게 비핵화를 요구했으며, 그 결과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와 대응이 중요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역내 경제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


 

중국 역시 완전한 북핵 문제 해결에 국익이 연결돼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거대한 세계전략 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고분고분하게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이어 동북지역 네 번째 성(省) 정도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북한 주민에게 核 무용론 설명해야

 

어떻게 보면 완전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가장 원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중국은 핵 폐기로 북한체제가 붕괴하거나 사라질 상황이라면 차라리 핵무기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길 수 있다. 반면 일본은 북핵 자체가 생존의 위협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미국이 북한의 타깃에서 제외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결국 북핵의 목표가 자국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 방식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본은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일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CVID에 기반한 비핵화 해법에 협력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이후엔 반드시 내부적 충분조건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야 간 정보 공유와 진솔한 소통을 바탕으로 합의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돼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 북핵 폐기와 관련해 다른 목소리가 분출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외부에다 일관된 비핵화를 요청하거나 기대할 수 있겠는가.

 

두 번째 필요조건은 북한 주민 스스로가 핵무기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개발 소식에 한껏 고무된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 핵무기가 자신들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악화시키는 원인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서 북한을 무력으로 선제공격하기를 원하는 남한 주민이 단 한 사람도 없음을 보여주고, 세계 최강의 미국도 우리가 반대하는 대북 군사적 선제공격을 쉽게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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