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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특집] ③ 리비아 카다피의 몰락, 핵 포기와 무관

前 리비아 대사가 말하는 리비아式 비핵화…핵 포기 후 대외 투자 늘어나

장동희 주리비아 대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Fri) 11:13:55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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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1일(이하 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약했다. 

 

북핵 문제의 일괄타결 방식으로 남아공 방식, 우크라이나 혹은 카자흐스탄 방식, 리비아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남아공의 경우는 주변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로 비난받아온 백인 정권을 무너뜨린 흑인 정권이 자발적으로 포기한 사례다. 우크라이나나 카자흐스탄의 경우는 옛 소련 시절, 소련이 배치해 뒀던 핵무기를 러시아로 반납한 것이기 때문에, 양국은 독자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과 차이가 있다. 리비아의 경우 핵실험 단계까지 가기 전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지만, 리비아 사례는 북한이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만 보여준다면 상응하는 보상도 신속히 제공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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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방식 놓고 여전히 이견 

 

일전 트럼프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 발표를 야기했던 북한의 반발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리비아식 북핵 해법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만 있다면 리비아식 해법은 ‘신속한 핵 포기와 신속한 보상’이 함께 이뤄졌다는 면에서 북한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리비아는 2003년 12월19일 핵을 포함한 WMD(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을 하고, 한 달 만인 2004년 1월27일 핵 및 미사일 관련 물질과 서류 5만5000파운드를 미국으로 반출했다. 이에 미국은 2월26일 대(對)리비아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1차적 제재 완화조치를 취했다. 3월10일 리비아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를 강화한 검증장치인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서명하고 의정서 발효 이전이라도 동 의정서에 따른 사찰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그해 6월28일 외교관계를 재개할 것임을 발표하고 리비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이후 진행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9월20일엔 리비아에 대한 제재를 대부분 해제하고 22일에는 검증 완료를 선언했다. 정식 대사관 설치는 2년 후인 2006년 5월에 이뤄지지만 미국은 리비아의 WMD 포기 선언 6개월 만에 외교관계 재개 약속과 함께 연락사무소까지 개설했다. 미국은 또한 리비아의 핵 포기 선언 2개월 만에 일부 제재(여행금지)를 해제한 데 이어 9개월 만에 대부분의 제재를 해제했다. 핵 폐기와 보상이 모두 신속하게 이뤄진 모범사례인 것이다.

 

그러나 5월24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 내에서의 리비아식 비핵화 언급에 대해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라고 운운하며 강력 반발한 데서 보듯, 지금 북한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카다피 지도자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겠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카다피가 비극적 말로를 보게 된 것은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고한 시민 수천 명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데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응징 때문이었다. 자스민 혁명으로 불린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집트를 거쳐 2011년 2월에는 리비아로 전파됐다. 벵가지를 중심으로 카다피 독재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자 카다피는 군을 동원, 무차별 학살을 감행해 사상자가 수천 명에 달했던 것이다. 이에 유엔 안보리는 2011년 3월17일 결의 1973호를 채택, 회원국들로 하여금 “민간인 및 민간인 밀집지역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인가했다. 이에 따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공습으로 카다피 군이 궤멸되고, 카다피는 시민군에 체포돼 피살됐다. 리비아에 대한 NATO 공습은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 국제사회의 인도적 개입을 허용한다는 국제법상 ‘보호책임’ 원칙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민간인 대학살이 없었더라면 리비아는 WMD 포기 이후 보통국가로 전환해 번영을 추구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2010년 8월 리비아에 부임했을 때 리비아는 언제 국제 제재가 있었느냐는 듯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었다. 제재가 해제되자 리비아는 그간의 국가사회주의를 벗어 던지고 시장경제 진입을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리비아항공, 은행 등 360개 국영기업체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2007년엔 국립투자청을 설립, 국제자본시장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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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D 포기 후 리비아 경제 대번영

 

이와 같은 경제개혁활동으로 2003년 4650달러에 머물렀던 리비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5년 7670달러, 2007년 1만1110달러, 2008년 1만5520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항공운항 제재가 풀려 각국의 주요 민간항공이 활발히 취항하고 있어, 튀니지를 거쳐 7~8시간의 차량이동을 통해 트리폴리 입국이 가능했다는 제재 당시의 이야기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서방 각국은 리비아 유전 개발권 획득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현대·대우 등 20여 개 건설회사가 현지에 진출, 발전소·호텔·송전시설 등 각종 인프라 건설에 매진하며 추가 건설 수주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었다. 즉 리비아는 핵을 포함한 WMD 포기 이후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착실히 진행 중이었으며, 이후 발생한 내전과 카다피의 몰락은 핵 포기와는 무관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5월3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강하고(strong), 연결되고(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하는(prosperous)’ 나라를 만들기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 

 

 

<연관기사>

▶ [한반도 특집] ① 김영철 vs 폼페이오, 배짱 대결 승자는?

▶ [한반도 특집] ② 보수 집회 때 성조기 사라지나

​▶ ​[한반도 특집] ④ 北 “꼬물만큼도 남의 도움으로 경제건설 안해”

​​▶ [한반도 특집] ⑤ “이 동네에서 주인공은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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