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유방암에 항암치료 필요 없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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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의 the건강] 유방암 환자에게 날아든 희소식

  

암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습니다. 그리고 몸에 퍼져있는 작은 세포를 없애기 위해 항암치료도 견뎌야 합니다. 제가 만나본 암 환자 대부분은 항암치료를 '죽기보다 싫은 치료'라고 표현합니다. 강한 부작용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암 환자는 늘 머리카락이 다 빠진 모습을 보일 만큼 탈모가 일어납니다. 또 설사·식욕부진·기억력 감퇴 등의 부작용이 생깁니다. 

 

'항암치료 공포'에 사로잡힌 암 환자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초기 유방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대규모 연구결과입니다.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수술 후 호르몬 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해 치료합니다. 이 두 가지 치료는 몸속 어딘가에 퍼져있을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해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초기 유방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겁니다. 

 


 

사진=연합뉴스. 5월12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수많은 여성이 브래지어를 공중으로 던지는 '핑크 브라 던지기(pink bra toss)'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유방암 교육 단체인 핑크 바자(Pink Bazaar)가 주최했다. ​

 

 

미국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는 2006년부터 약 10년 동안 1만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후 경과를 추적해왔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연구 기간이 10년 정도로 길고, 피험자가 1만여 명으로 많을수록 그 결과는 신뢰를 얻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연구는 의학계에서도 신뢰할만한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연구팀은 특정 조건(유전자가 음성이고 종양 크기가 5cm 이하)인 경우, 암세포가 림프절로 퍼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항암치료가 필요 없을 겁니다. 실제로 호르몬 치료와 항암치료를 동시에 받은 환자군과 호르몬 치료만 받은 환자군의 9년 생존율을 봤더니 각각 93.8%와 93.9%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항암치료가 다수 환자에게 큰 효과를 주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연구 논문 한 편으로 기존 암 치료법이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6월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회의에서 발표됐고,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저널(NEJM)에도 실렸습니다. 이 의학저널에 게재된 연구 결과는 세계 의학계에서 인정받습니다. 우리나라 의학계도 이번 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받아들일 겁니다. 그 기간을 단축해서 많은 유방암 환자가 '항암치료 공포'에서 빨리 벗어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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