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22년간 차갑게 식었던 미·중 관계 녹인 중국 茶

[서영수의 Tea Road] 데탕트 이끈 닉슨, 중국의 절반(다훙파오) 받고 반색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6(Wed) 10:00:00 | 1494호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미국의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은 1972년 소련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냉전 체제 속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데탕트(Detente·긴장완화)를 이끌어냈다. 1947년 미국의 평론가 월터 리프먼이 처음 사용한 ‘냉전’이라는 단어는 한반도 상황을 제외하면 국제 정치에서 폐기된 용어다. 북한 핵 위기를 반전시켜 냉전을 종식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역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닉슨의 후계자를 자처해 왔다.

 

%uB0C9%uC804%uC744%20%uD654%uD574%uC758%20%uBD84%uC704%uAE30%uB85C%20%uBC14%uAFBC%20%uB2C9%uC2A8%20%uB300%uD1B5%uB839%uC758%20%uC911%uAD6D%20%uBC29%uBB38%uC744%20%uD658%uC601%uD558%uB294%20%uC800%uC6B0%uC5B8%uB77C%uC774%20%uCD1D%uB9AC%20%u24D2%20%uC11C%uC601%uC218%20%uC81C%uACF5

 

 

1년에 400g만 생산되는 귀한 차 다훙파오

 

닉슨은 22년간 단절된 미국과 중국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힘겨운 물밑 협상을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에게 맡겼다. 1971년 7월9일 세계의 이목을 따돌리고 키신저가 베이징에 도착했다. 파키스탄 대통령 야히아 칸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던 비밀작전명 ‘폴로’로 알려진 극비외교는 그해 7월11일까지 진행됐다.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중국과 미국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저우언라이(周恩來) 공산당 총리와 전격 합의한 키신저는 ‘유레카’라는 일명 ‘폴로’작전의 성공을 닉슨에게 보고했다. 그 당시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을 가진 미국을 중국 수뇌부는 ‘적의 적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닉슨이 1972년 2월21일 죽의 장막을 넘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毛澤東)은 다훙파오(大紅袍) 모수(母樹)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다훙파오 200g을 선물했다. 받은 차의 가치를 전혀 몰랐던 닉슨의 표정이 시큰둥해졌다. 이를 감지한 저우언라이는 키신저에게 “다훙파오 모수차는 1년에 400g만 생산되는 귀한 차로서 ‘중국의 절반’을 드린 것이다”고 귀띔해 줬다. 이를 전해 듣고서야 닉슨의 표정이 풀렸다. 닉슨이 선물로 받은 다훙파오는 당시 시가로 3억원이 넘는 것이었다. 

 

중국 10대 명차인 다훙파오는 반발효차인 청차(靑茶)에 속한다. 중국차왕으로 대접받는 다훙파오는 푸젠(福建)성 북부를 대표하는 우이옌차(武夷巖茶)다. 우이산(武夷山)을 상징하는 36개 산봉우리와 조화를 이룬 99개 바위계곡 사이에서 자라는 각기 다른 165품종의 차나무로 만든 우이옌차는 상품화된 차만 200가지를 상회한다. 세계적으로 하나의 산에서 이렇게 다양한 차가 만들어지는 곳은 우이산이 유일하다. 우이산을 대표하는 4대 명차 중에서도 다훙파오의 암골화향(巖骨花香)은 다른 차를 압도한다. 

 

다훙파오에 대한 설화는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명 태조 주원장이 통치하던 홍무 18년(1385년) 황궁에서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서생이 우이산을 지나다가 심한 복통에 시달려 쓰러졌다. 스님이 발견한 뒤 사찰로 데려와서 평소 보관해 둔 차를 우려 마시게 했다. 복통이 멈추고 기운을 회복한 서생은 주석으로 만든 통에 차를 담아 가지고 갔다. 장원급제를 한 서생이 황제를 알현할 때 공교롭게도 황후가 병에 걸렸는데 어의도 고칠 수 없었다.

 

서생은 비상약으로 가져온 차를 바쳤다. 황후가 차를 마시고 병세가 호전됐다. 황제는 붉은 외투인 다훙파오 한 벌을 하사하며 서생에게 “직접 가서 나의 고마움을 다훙파오로 전달하고 함께 보내는 사람들로 차나무를 잘 보호하게 하라”고 명했다. 스님에게 차나무의 위치를 알아낸 서생은 황제의 명령대로 다훙파오를 벗어 차나무에 걸쳐주고 3바퀴를 돌며 경의를 표했다. 서생과 황후를 살린 차나무는 그때부터 황실공차로서 다훙파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0%uC5B5%uC6D0%20%uBCF4%uD5D8%uC5D0%uB4E0%20%uB2E4%uD6D9%uD30C%uC624%u200B%20%uBAA8%uC218%20%u24D2%uC11C%uC601%uC218%20%uC81C%uACF5


 

시중에 유통되는 다훙파오의 조상인 350여 년 된 모수로 만든 다훙파오는 1998년 우이산 차문화축제에서 열린 경매에서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인 부동산 재벌 쉬롱마오(許榮茂)에게 3000만원에 20g이 낙찰됐다. 2005년 시행한 마지막 경매에서 다훙파오 20g은 400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고가에 팔렸다. 2006년부터 다훙파오 모수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것을 중국 정부가 금지해 더 이상 다훙파오 모수차를 시중에서 구경할 수 없게 됐다. 2005년 5월3일 마지막으로 채취한 다훙파오 모수 찻잎으로 만든 20g의 차가 2007년 10월10일 중국국가박물관에 기증돼 전시 중이다. 

 

닉슨은 베이징에서 마오쩌둥을 만나고 항저우를 거쳐 상하이에 도착했지만 풀기 힘든 난제가 있었다. 베트남에서 미군이 안전하게 철수하려면 중국이 필요했다. 그 대신 어제까지 우방이었던 대만을 버려야만 했다. 2개의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닉슨에게 저우언라이는 따뜻한 차를 권했다. 찻잔을 들기도 힘들 정도로 닉슨은 심신이 피곤했다. 저우언라이가 권한 펑황단총(鳳凰單叢)은 광둥(廣東)성을 대표하는 반발효차다. 펑황단총은 광둥성 차오저우(潮州)에 속한 차오안(潮安)현 펑황산(鳳凰山) 일대에 분포한 ‘수선’종 차나무로 만든다. 

 

펑황단총은 찻잎이 새의 부리를 닮아 냐오쭈이차(鳥嘴茶)로 알려졌는데, 송나라 말기에 ‘송종(宋種)’이라는 이름을 황제로부터 하사받게 된다. 남송의 마지막 황제 조병(趙昺)이 원나라 군사를 피해 우둥산(烏山)에 도달했을 때 심한 구갈을 느껴 물을 마셔도 갈증이 멈추지 않았다. 냐오쭈이차를 구해 온 시종이 차를 끓여 황제에게 바쳤다. 차를 마시자마자 황제는 바로 생진현상이 생기며 갈증이 멈추고 기력을 회복했다. 7살배기 어린 황제를 구한 냐오쭈이차는 그날 이후 ‘송종’ 또는 ‘송차’로 불리며 황실차가 됐다. 안타깝게도 어린 황제 조병은 원나라 군대에 대패하며 며칠 후 자결했다. 

 

 

펑황단총으로 원기회복 후 중·미 공동선언

 

안타까운 사연을 품은 차, 펑황단총을 한 모금 마신 닉슨은 거짓말처럼 피로가 사라지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인삼처럼 원기를 북돋워주는 훌륭한 차”라며 펑황단총을 연거푸 마신 닉슨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차”라고 칭찬했다. 원기를 회복한 닉슨은 1972년 2월28일 상하이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평화 5원칙을 포함한 중·미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냉전의 시대가 저물고 데탕트 시대가 열렸다. 펑황단총의 저주는 아니지만 펑황단총으로 기운을 차렸던 닉슨은 같은 해에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 대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로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 중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고 정계를 은퇴했다. ​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사회 > 갤러리 > 포토뉴스 2018.08.20 Mon
[포토뉴스] 울음바다 금강산...
Health > LIFE 2018.08.20 Mon
[20대 여성 고씨의 ‘ㅇㄱㄹㅇ 다이어트’ 관찰기③]
OPINION 2018.08.20 Mon
[한강로에서] 눈카마스
연재 > 손기웅의 통일전망대 2018.08.20 Mon
종전선언으로 北 핵무장 명분 제거하라
국제 > LIFE > Sports 2018.08.20 Mon
카드‧컴퓨터게임에 도둑 잡는 것도 스포츠?
Health > LIFE 2018.08.20 Mon
화병은 불로장생의 적이다
경제 2018.08.20 Mon
편법과 불법 사이 번져가는 ‘新재테크’ 주택공유
경제 2018.08.20 Mon
갑질 논란으로 검찰행 티켓 끊은 하나투어
지역 > 충청 2018.08.20 Mon
행복도시 세종시 '무궁화 도시' 되기에 2% 부족
LIFE > Health 2018.08.20 월
아이 눈 돌아가는 '사시' 방치하면 평생 시력 나빠져
사회 2018.08.20 월
“피해액 1000억원 피해자 20만 명 달해”
사회 2018.08.20 월
보물선이라 쓰고 투자사기라 읽는다
연재 > 이영미의 생생토크 2018.08.19 일
“은퇴 후에도 제 인생은 쉼 없이 달려야만 했어요”
정치 2018.08.19 일
“北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보상 로드맵 제시해야”
사회 2018.08.19 일
문체부·경찰청·게임위·국세청, 불법 성인오락실 집중 단속
LIFE > Culture 2018.08.19 일
조승우가 품은 비범함
LIFE > Culture 2018.08.19 일
빈에 바글바글한 천재 서울엔 왜 없을까?
국제 > LIFE > Sports 2018.08.18 토
인도네시아가 인천의 실패에서 배운 것은?
사회 2018.08.18 토
점점 더 늘어나는 담배 연기·꽁초…
LIFE > Culture 2018.08.18 토
“아 옛날이여” 외치는 지상파 드라마 왕국
LIFE > Health 2018.08.18 토
60초 만에 바른 자세 만드는 법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