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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돌풍의 힘은 프런트 야구

‘전쟁터’ 1군 ‘선수 육성’ 퓨처스 분리…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 잡아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2(Sat) 10:06:57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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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5월3일 이후로 순위표에서 적어도 3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이하 성적 기준일 5월28일). 한때는 한화의 돌풍을 일시적인 ‘반짝’으로 치부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산·SK에 이은 중위권의 리더로 인정하고 있다. 천하의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도 회복시키지 못한 ‘중환자’ 한화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초능력자’ 호잉을 비롯한 외국인 3인방의 활약이다. 호잉은 타율 0.335, 14홈런, 40타점, OPS 1.079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샘슨과 휠러는 합작 6승에 그치고 있지만,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넘기며 원투펀치로 활약 중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다른 팀과 달리 뒷문이 든든한 것도 한화의 강점으로 손꼽힌다. 마무리 정우람은 2승과 함께 19세이브를 올리는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부상자가 나와도 신예들이 그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는 것도 한화가 고공행진을 펼치는 이유로 거론된다.

 

결국, 외국인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의 신구조화 등이 한화의 돌풍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그런 점에서 한용덕 감독의 용인술에 주목하는 이도 많다. 초보 감독이라서 우려도 있었지만, 한 감독은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팀을 운영해 선수단의 신뢰가 두텁다. 여기에다 신예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젊은 선수들에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줬다. 

 

또 중견 선수들에게는 긴장감을 줘 활기찬 팀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말하자면 ‘용덕 매직’이다. 그런데 이와 다른 견해를 나타내는 이도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용덕 감독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한화 성적은 박종훈 단장과 지난해 5월말부터 팀을 이끈 이상군 감독대행의 공”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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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야구가 아닌 프런트 야구

 

지난해 5월23일 김성근 감독이 전격 경질되며 한화의 팀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시즌 중에 감독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프런트는 일단 봉합해 시즌을 치르게끔 한다. 즉, 시즌 중에는 감독을 교체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박종훈 단장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의 사의 표명이라는 몽니에 봉합보다는 경질로 맞선 것이다. 그러면서 이상군 투수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야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하지만, 박 단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 감독의 무리한 투수진 운용은 시즌 끝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또 이 감독대행처럼 신예들에게 기회를 주지도 않았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이 감독대행은 박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뜻을 받아들여 대화와 소통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과부하에 걸린 투수진을 순리대로 운용해 건강한 마운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이 감독대행의 가장 큰 공이라고 할 수 있다.

 

권혁과 송창식 등 베테랑 투수들은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며 과부하를 최소화했다. 올해 불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상원과 서균 등을 발탁하며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투수진만이 아니라 야수진도 마찬가지다. 정경운과 김태연, 박상언 등을 1군 무대에서 쓰며 전력의 깊이를 더했다. 주축 선수에게는 휴식을, 신예 선수에게는 기회를 준 것이 한화의 돌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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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단장은 선임될 때부터 “1군과 퓨처스의 분리 운영을 원칙”으로 천명했다. 사실 상당수 구단에서는 1군 감독이 무분별하게 퓨처스 선수까지 끌어올려 선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어렵다고 박 단장은 판단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물론,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경질된 뒤, 이상군 감독대행 아래서는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1군과 퓨처스 분리 운영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는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1군과 동행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퓨처스에서는 경기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신인급 선수들은 기본부터 착실히 배우고, 경기를 통해 체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타격이 수준급인 신예 선수가 있다고 해도, 수비 능력이 부족하면 KBO리그에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 그래서 퓨처스에서 연습과 경기를 통해 기량을 다듬는 과정은 필요불가결하다. 그런데 이것이 제왕적 감독 체제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KBO리그의 현실이다.

 

1군 무대에서 1승을 위해 퓨처스 선수까지 동원해 전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고 짜낸다. 오지 않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오늘만 산다. 그래서 1군 로스터는 수시로 바뀐다. 퓨처스에서 조금이라도 활약한 선수는 일단 1군에 올려, 타자라면 대타로 한 번 쓰고 곧바로 퓨처스로 다시 내려보내는 것은 KBO리그만의 특성이라고 해도 틀림없다. 이래서는 퓨처스의 본래 기능인 체계적인 선수 육성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1군 감독이 팀 성적과 육성을 모두 맡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제왕적 감독 체제의 가장 큰 폐해였다.

 

박 단장은 ‘1군과 퓨처스의 분리 운영’이라는 자기 소신을 밀어붙여 그 폐해를 없앴다. 그것이 올해 좋은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상군 감독대행의 징검다리 역할도 컸다. 인내하면서 선수단을 정비한 것이 올해 선수층의 두꺼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축 선수인 정근우와 하주석이 부진하고 부상자가 나와도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올해 한화의 돌풍은 제왕적 감독이 아닌 프런트 야구가 제 역할을 다한 데 있다. 전쟁터에 비유되는 1군과 선수 육성의 무대인 퓨처스를 분리함으로써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물론, 앞으로 한화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화 팬들이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만 봐도, 지금의 변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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