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의 숨겨진 메시지는 측은지심
  • 신동기 인문경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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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의 잉여Talk] ‘이삭 줍는 여인들’과 측은지심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는 작품은 성경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한다. 세 명의 여인이 가을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풍경이다. 유대인들은 이집트를 탈출한 뒤 사울·다윗·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삼왕시대를 갖기 전, 왕 없이 신이 직접 다스리는 사사기 시대(BC1390~BC1044)를 맞는다. 이 사사기 시대 때 유다지파의 엘리멜렉이라는 사람이 부인 나오미와 아들 둘을 데리고 가뭄을 피해 저주의 땅인 모압으로 이주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압 여인을 며느리로 맞아 살다가 엘리멜렉과 두 아들이 죽는다. 그러자 나오미는 다시 고향인 이스라엘로 돌아온다. 이 때 나오미는 모압을 출발하기 전 며느리 둘에게 각자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작은 며느리인 오르바는 돌아갔으나, 큰 며느리인 룻은 시어머니를 따라 나선다.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미는 같은 유다지파 집안인 보아스의 밭에서 며느리와 함께 둘이서 이삭을 주워 생계를 유지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며느리인 룻은 보아스와 결혼한다. 둘 사이에서 오벳이 태어난다. 오벳에게서 이새, 그리고 이새에게서 다윗이 태어난다. 다윗은 예수의 조상이다. 

 

성경 구약에서는 추수할 때 떨어진 이삭은 줍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가난한 자와 외국인이 가져가 먹고 살 수 있도록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레위기19:9-10). 동양 고대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중국 주왕조(BC 11세기 무렵~BC221) 때 쓰여진 《시경》의 ‘떨어진 벼이삭이 있으니 이것은 남편 잃은 과부들의 차지다’(此有滯穗 伊寡婦之利)라는 내용이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이야기했다. 어린 아이가 우물물에 빠지려 할 때 사람들이 놀라서 뛰어나가 아이를 구하는 행위는 자기의 잇속을 생각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궁지에 몰린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맹자 성선설의 근거가 되는 사단(四端) 중 하나인 측은지심이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사진=연합뉴스)

 

추수 때 떨어진 이삭은 가난한 자의 몫으로 남겨둬

 

종교의 본질은 사실 도덕이다. 정신과 행위에서 아직 동물과 인간의 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 종교는 인간을 동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등장한다. 그때 강조된 것이 바로 도덕이다. 따라서 모든 종교의 출발은 도덕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6바라밀을 들고 있다. 그리고 6바라밀 중 첫째가 바로 보시(布施)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이슬람교 신자들은 5행을 실천한다. 신앙고백(샤하다), 예배(쌀라), 단식(라마단), 순례(핫지),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의무적으로 기부하는 쟈카트이다. ‘쟈카트’의 원래 의미는 ‘정화(Purification)’다. 바로 자신의 정화를 위해 물질을 내놓는 것이다. 

 

성경 구약에서는 희년을 두고 있다. 땅은 원래 신의 것이고, 신이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니 사람들이 공평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 50년 단위로 희년이라는 것을 두어 그때가 되면 그 동안 소유권이 이전되었든 담보가 설정되었든 그 땅을 원래의 주인에게 아무 권리 제한 없이 되돌려주도록 한다. 농사가 경제활동의 전부였던 고대 시대, 희년 제도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기 땅이 있어 그 땅을 부쳐 먹도록 한 신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사서 중 하나인 《대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닐 정도의 집안에서는 닭이나 돼지를 키우지 아니하고, 한 여름에 얼음을 사용할 정도의 고관대작 집안에서는 소나 양을 기르지 않는다’(畜馬乘不察於鷄豚 伐氷之家不畜牛羊)이라는 내용이다. 바로 아랫사람들 또는 일반 서민들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윗사람들 또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의 모티프인 성경 스토리에서 여인의 수는 원래 셋이 아닌 둘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림 속 숨겨진 메시지가 중요하다. 측은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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