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곧 수익…스타트업 살려야”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4 09:39
  • 호수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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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트업 기업가로 변신한 민병덕 前 국민은행장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그중에서도 금융 분야의 신산업 개척이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금융업계는 몇 년 전부터 ‘핀테크’로 불리는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완전한 비대면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융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보안성이 강한 핀테크 서비스 제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가운데 30년 넘게 은행 생활을 하다 최근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인 ‘올이프’의 회장을 맡은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새로운 시대는 이미 왔고, 이를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여 전 스타트업인 올이프의 사업 아이디어를 듣고 그 자리에서 무임금으로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쇼핑앱인 ‘마이프라이스’를 론칭한 올이프는 금융과 유통, 미디어 등 다양한 핀테크 영역의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16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올이프 사무실에서 민 전 행장을 인터뷰했다. 민 전 행장은 현재 동국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와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올이프는 언제부터 맡았나.

 

“2015년 3월 은행장 퇴임 후에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때였다. 연구실에 올이프 사업팀이 찾아왔다. 여러 핀테크 솔루션을 보여주는데 내가 찾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바로 합류했다.”

 

 

본래 핀테크 및 금융업계 신산업에 관심이 있었나.

 

“2010년 국민은행장에 취임 후에 IT 부행장을 임명했다. 당시 첫 지시가 ‘금융 생태계가 변한다. 이제 고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시대가 될 것이니 대책을 준비하라’였다. 국민은행이 하루에 처리하는 요청 건수가 대략 3억 건인데, 이 중 90% 이상이 비대면 방식이었다. 이것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을 기다리기보다는 온라인 공간을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은 이미 시작되지 않았나.

 

“맞다. 기존에 여러 은행들이 시작했고, 현재도 여러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단순한 계좌조회나 계좌이체, 상품 가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은행장 당시 고객이 2800만 명가량 됐는데, 이들을 끌어올 방안이 필요했다. 대형마트를 예로 들어보자. 거기에는 층별로 모든 생활용품이 있다.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눈에 띄는 상품을 집어넣으면 된다. 이것과 같은 개념으로 고객이 온라인상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국민은행장 시절에는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았다.”

 

 

현재 금융업계 핀테크 사업 전반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이 좀 있다. 현재의 시스템에 콘텐츠 플랫폼을 얹어야 한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진 부족하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이 두 개가 있는데, 단지 인건비 등 고정비가 덜 들어가는 부분만으로 고객에게 금리 우대를 해 주는 것밖에 없다. 다른 킬러 콘텐츠가 없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핀테크 시대에 맞는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선뜻 무임금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금융 보안, 유통 등에 여러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빅데이터 플랫폼, 해킹에 대비한 보안기술, 쇼핑과 홍보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모두 다 핀테크 기술과 관련돼 있다. 금융업계는 한때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현재의 개인정보는 중앙에 집중돼 있다. 우리 기술은 개인정보를 분산 저장한 뒤, 필요한 시기에만 불러오는 시스템이다. 특정 기기만 해킹한다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없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정보를 관리하고 인센티브를 얻는 인포슈머 뱅크(infosumer bank)를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현재 영세사업자와 스타트업 기업들에는 홍보의 기회가 너무나 적다. 기존의 홍보 방식은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 솔루션은 영세사업자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조금 더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핀테크 발전 통해 스타트업 살리겠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영세사업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플랫폼이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은행 재직시절 기업 대출과 관련된 수많은 업무를 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을 보는 눈이 조금 열렸다. 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장래성뿐만 아니라 오너의 인성까지 두루 살피며 판단했다. 당시 나름대로 기업의 생태계가 바뀌는 것을 조금 빨리 읽게 됐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많이 발달한 시대에는 온라인 전략이 곧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우리 회사가 가진 플랫폼을 통해 많은 영세사업자와 스타트업 기업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투자자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긴 하다.

 

“모태펀드나 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받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성공단계 직전까지 와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완성단계에는 진입하기 힘들다. 이 단계에서 투자를 받지 못하면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된다. 난 국내 최대 은행의 행장까지 해 봤다. 이 때문에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돕고 싶다.”

 

 

핀테크를 비롯한 금융 혁신과 중소기업 성장은 정부의 주요 경제 과제 중 하나다. 규제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맞다. 하지만 규제의 경우에는 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행정부서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영역에서는 여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현재의 환경은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에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스타트업은 100개 중 2~3개만 성공해도 대박이라고 한다. 하지만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100개 중 1~2개만 무너져도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 제도 정비를 통해 이런 차이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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