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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터지고 훅 가는’ 기업 리스크, 新시대 알아야 극복”

[인터뷰] '리스크 전문가' 변신한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조유빈·김종일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4(Thu) 11:00:00 |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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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의 오너 리스크가 터져 나온다. 오너가의 갑질부터 도덕성 문제, 횡령 의혹까지 기업을 뒤흔든다. 정부도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진과 화재 참사 등 국가적 재난부터 환경 이슈, 대북 관계와 관련된 정치적 논란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는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져 있다. 그래서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를 만났다. 참여정부 때 춘추관장을 지낸 유 대표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국정 소통을 하도록 초석을 다진 장본인이다. 5년간 국정의 복잡하고 중요한 결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위기 상황에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위기관리 전문가로 나서 기업과 정부 기관에 컨설팅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여러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는 어떻게 발생한다고 보나.

 

“최근 위기의 전개 과정이나 사건이 폭발하는 과정을 보면 ‘나비효과’와 같다. 특정한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이 어떻게 확장되고 폭발할지 모른다. 2·3세 승계를 진행한 재벌 기업들의 가장 큰 맹점은 현실 세계와 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여론, 평판을 포함한 기업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에 국한돼 세계를 바라봤고, 갑을관계를 유지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결코 부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다.”

 

 

논란이 된 이슈들이 SNS 등을 거치며 확산된다.

 

“이런 모습은 이전 세대와 명백하게 구분된다. 군중이라고 불렸던 대중들은 더 이상 콘텐츠의 전달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이슈를 알리는 미디어 역할을 수행하는 등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기업의 오너 리스크는 유독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계속 성공해 왔기 때문에 반복되고, 무마되고, 지속된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덮을 수가 없다. 위기는 기업의 정체성을 흔들어버릴 만큼 파급력이 커졌고, 사건 자체가 승계 구도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기업에서 무심코 관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대의 잣대에 맞춰 시뮬레이션 해 보고, 대처할 부분을 빨리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안을 은폐하는 등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다.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전의 경험세계가 부정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회피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미 기득권이 돼 버린 자신의 경험을 버릴 수 없다. 두렵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인데, 과거의 경험 안으로 숨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과거와 위기관리 양상이 달라야 하는 이유는 뭔가.

 

“조직의 특성은 전체 구성원들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기술의 진화와 구글링(검색엔진)의 발전이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상황을 만들었다. 개인 스스로가 미디어인 시대다.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관여하고 개입하는, 사회적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속성이 등장했다. 오너 일방적이고 상명하복적인 과거 질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모바일 메신저 등을 비롯해 생겨났다. 과거와 같은 포맷을 적용해선 안 된다.”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시작점이라는 것인가.

 

“가장 조심해야 할 두 가지 문장이 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와 ‘옛날보다 좋아졌잖아’다. 이전 세대 오너들의 경험은 시대적으로 단절된 경험일 가능성이 높다. 한 항공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질적으로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거나, 새로운 서비스라는 생각이 드는가? 권위에서 나온 부자연스러운 산물이다. 투명성과 공개성이 있어야 조직의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냉장고를 구매해 사무실에 비치했더니, 냉장고 안 내용물들을 정리해 깨끗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더라. 또 이전 세대의 조직문화는 결과 중심이지만 현재는 과정 자체가 곧 정체성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것의 이해, 과정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현 상황을 파악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내부 구성원들의 폭로가 더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사실상 기업들은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의 단절을 통해 발전해 왔다. 단편적으로, 광고가 보여주는 그 기업의 이미지는 본래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회사의 정체성이 대외적인 제품과 서비스 기술이었다면, 이제 내부 문화가 정체성을 갈리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동력이 내부의 힘이다. 내부 평판은 외부 서비스와 기본적으로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이제 부조리와 부정을 참지 않는다. 예전에는 내부 폭로를 의리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업을 좋게 만드는 행위다. 건강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 결국 투명성과 공정성, 좋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굉장히 빨랐다.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 연기 결정을 반나절 안에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문제 해결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권위적 상징성이 있는 청와대 본관이 아니라, 비서동(여민관)에 출근해 언제든 이슈에 반응할 수 있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고쳐낼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위기관리에 주효했다.”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이전 정부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른 미디어의 변화를 몰랐다. 과거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캠페인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금방 회귀했다면, 현 정부는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아직 정부부처는 부족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와 기업의 위기관리 양상을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 정부와 새로운 시대와의 거리는 가깝고, 기업과 새 시대와의 거리는 멀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리스크를 겪는 기업들은 그에 대한 대처를 잘못하면서 사건을 확장시켰다. 이제 개인들은 일어난 사건을 위기 그 자체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중요하게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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