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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의 the건강] 라돈과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팩트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6(Wed)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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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라돈 학교'다 '라돈 침대'다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자료·국내 핵 전문가·화학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라돈과 건강에 대한 팩트를 종합했습니다. 

 

1910년 이후 라돈의 위험성이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오래전의 일이 아닌 겁니다. 그 전, 그러니까 퀴리 부부가 라돈을 발견한 당시엔 라돈은 '신비의 빛' 또는 '신비의 물질'로 여겨졌습니다. 화장품·장난감·식기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에 라돈을 사용했습니다. 무지했던 때였습니다.  

 

이후 라돈을 취급하는 사람이 죽어 나가자 라돈의 위험성이 대두됐습니다. 1979년이 돼서야 WHO가 실내 라돈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라돈을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은 1988년의 일입니다. 2005년 30개국 전문가가 참여한 국제 라돈 프로젝트(IRP)를 설립해 실내 라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4년 후인 2009년 '실내 라돈에 대한 WHO 핸드북'으로 발표했습니다. 110쪽에 달하는 내용 가운데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건강과의 문제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럽·북미·아시아에서 실내 라돈과 폐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라돈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강력하다. 

-라돈은 흡연에 이어 폐암의 두 번째 원인이다. 

-농도와 계산법에 따라 다르지만, 라돈의 폐암 발생률은 3~14%로 추정된다. 

-라돈이 안전하다는 최저 수준은 없고, 라돈 노출이 많을수록 폐암 위험은 비례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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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의 '실내 라돈에 대한 WHO 핸드북'

 

라돈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일상에서 노출되는 천연 라돈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라돈은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생긴 천연 방사성물질이므로 모든 생명체는 라돈 피폭을 늘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돈은 흙·돌맹이·모래·바위·건물 등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이 정도의 라돈에 견딜만큼 진화해왔습니다.  

 

또 천연 라돈의 독성은 다소 낮은 편입니다. 전문가들은 담배 위험보다 폐암 위험률이 낮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라돈에 노출된 상태이지만 폐암에 걸리는 비율은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비율보다 낮습니다.  

 

사람이 납으로 만든 상자에 들어가 있지 않은 한 자연상태의 라돈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인위적으로 라돈을 접할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라돈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고, 그런 제품을 사용할 이유도 없습니다. '라돈 침대'가 문제가 된 것도 라돈과 접촉이 늘면 좋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라돈 침대'는 음이온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긴 사고입니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침대 업체는 음이온 물질을 찾다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했습니다. 모나자이트를 음이온 발생 물질로 알았겠지만, 모나자이트에서는 음이온이 나오지 않습니다. 또 대부분의 음이온은 오히려 건강을 해칩니다. 예컨대 염산이나 질산의 음이온은 독극물 수준입니다. 한 화학자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 나오는 물질을 알지 못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음이온은 상술일 뿐입니다. 

 

아무튼, 이번 '라돈 침대'에 사용한 모나자이트는 방사성물질입니다. 모나자이트에 포함된 토륨에서 라돈이 나옵니다. 이런 제품은 만들어서도,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한때는 라돈 온천도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에는 라돈 온천이 많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라돈 온천이 건강에 좋을 리 없습니다. '라돈 침대'든 '라돈 온천'이든, 전문가들은 사람이 억지로 라돈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다시 '라돈 침대'로 돌아와서, 라돈 침대 사용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돈 침대를 그 침대 업체에 되돌려 주거나(리콜), 버려야 합니다. 국가는 이와 같은 대책을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려야 합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라돈은 날아간다고만 합니다. 과학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게 대책인지는 의문입니다. 라돈이 나오는 침대를 사용하면서 늘 창문을 열어 두고 살라는 얘깁니까? 국가는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알아듣기 쉬운 말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발표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차 조사 결과에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량이라고 했다가, 2차 조사 결과에서는 기준치보다 최대 9배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했습니다. 1차 조사에서는 매트리스 커버만 검사했고, 2차 조사에서는 매트리스 전체를 측정했다는 겁니다. 국가가 내놓은 검사 결과가 이런 수준입니다.  라돈 문제에 있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WHO의 권고 사항을 보겠습니다. 

 

'실내 라돈 노출로 인한 건강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을 100Bq/㎥(세제곱미터당 베크렐)을 제안한다. 각국이 이 조건을 적용하기 어렵더라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계산법에 따라 약 300Bq/㎥(연간 10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건축 법규에 라돈 방지 대책을 담는 등의 구체적인 노력을 하라는 게 WHO의 권고입니다. 현재 우리 환경부가 정한 학교 실내 라돈 기준치는 148Bq/㎥입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천연 방사성물질을 관리했습니다. '라돈 침대'에 사용한 모나자이트도 관리 대상입니다. 이 일을 원안위가 합니다. 그런데 라돈 침대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만들어졌습니다. 원안위는 모나자이트가 수입된 후 침대 업체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알았습니다. 방사성물질이 생활용품 업체로 갔다는 사실이 수상하지 않았을까요? 원안위는 2013년 당시 왜 방사성물질이 침대 생산업체로 판매됐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원안위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방사성물질인 모나자이트가 무려 3톤이나 사용됐습니다. 

 

지금의 '라돈 침대' 사고를 보면 마치 라돈이 '신비의 물질'로 여겨지던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해로운 물질을 건강에 좋은 것인 양 장삿속에서 라돈 침대는 시작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렇더라도 국가가 관리를 적절하게 했다면 인위적인 라돈 제품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묻습니다. 2013년 장사치가 라돈 침대를 만들 때 정부는 뭘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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