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소외의 상징’ 경전선 전철화, 첫 삽 뜰까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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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영·호남 주민 염원 커져···경전선 전철화사업 탄력

 

경상도(부산 부전)와 전라도(광주 송정)를 잇는 경전선은 중앙·호남·경부선과 함께 전국 4대 간선 철도망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경전선 가운데 광주∼순천 구간은 단선 비전철로 1930년 개통 이후 90년 가까이 개량되지 않고 있다. 광주 송정, 화순 이양, 보성, 순천을 잇는 116.5㎞에 2조304억원을 들여 해당 구간을 전철화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유발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경제성 논리에 막혀 사업이 수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호남 소외의 상징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지역에서는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남부 신경제권 형성 위한 영호남 주민들의 염원이 더욱 커지면서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 고속 전철화사업이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4월30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주관하고 광주 전남 부산 경남 지역 여야 국회의원 22명이 공동 주최한 ‘남부 신경제권 형성을 위한 경전선 고속화 사업 토론회’ 직후 영호남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광주시

 

 

광주 송정∼순천116.5㎞, 1930년 개통 후 단선·비전철 ‘그대로’

 

광주 송정역에서 경남 밀양 삼랑진역까지 289.5㎞ 철도가 경전선이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으로 남해안을 경유해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유일한 철도 교통망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경전선은 동서방향의 철도이다. 이 동서방향 철도는 광주에서 부산까지 이어지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복선과 전철화 등 개량사업에서 줄곧 밀려왔다. 그런데다 구간마다 쪼개기 공사로 추진돼 통일성이 결여돼 있다. 

 

일부 구간은 비전철이어서 전체 구간을 디젤동차가 운행 중이다. 당연히 운행 속도가 느리다. 경전선 구간 가운데 순천∼광양∼진주∼삼랑진은 전부 복선이고 전철화 사업도 마무리 단계다. 삼랑진~마산구간은 2010년, 마산~진주구간은 2012년 복선전철화됐다. 진주~광양구간은 2016년 복선철도, 광양~순천구간은 2011년 복선전철이 됐다. 하지만 광주 송정∼전남 순천 구간(116km)만은 여전히 1930년 개통 때와 똑같은 단선·비전철 구간으로 남아있다. 현재 목포에서 보성까지 단선철도를 건설하고 있고, 마산에서 부산까지 복선철도를 역시 건설 중이다. 

 

이 때문에 광주에서 부산까지 하루 한차례 운행하는 열차는 무려 5시간 30분이나 걸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요금은 2만100원. 광주역에서 출발, 삼랑진역에서 부산으로 갈아탄다. 반면, 버스는 광주에서 부산까지 3시간 10분이 걸린다. 요금은 1만6800원. 기차가 버스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데, 요금은 더 비싸다. 철도가 낙후돼 느림보 운행을 하기 때문이다. 남부권에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경쟁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영호남 교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호남 남부 신경제권 형성 위해 광주∼순천 구간 고속 전철화 제기

 

이에 영호남 주민들이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했다. 부산과 광주, 경남과 전남 등 4개 시·도 역시 지난 2011년 정부에 조기 추진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어 2016년 제3차 계획에 반영해 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 또 지난해에는 기본설계는 48억원을 국가 예산에 반영했다. 이 구간은 현재 복선전철 예비타당성 조사 중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꾸불꾸불한 단선 구간이 82년 동안 계량이 안 된 채로 남아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4년 2월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갔지만 4년 넘게 아직 사업 추진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정책성, 균형발전 요소 등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관심 등이 맞물려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비용 대비 편익(B/C)도 일부 노선 조정 등을 통해 2015년 0.55, 2016년 0.74, 지난해 0.81로 점차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등은 B/C가 1에는 못 미치지만, 사회간접자본 특성을 고려하면 정책 결정에 필요한 조건은 갖춘 것으로 보고 신속한 결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용 절감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존선 활용 등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업이 더디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영·호남 정관계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광주 전남 부산 경남 국회의원들은 4월30일 국회에서 ‘남부 신경제권 형성을 위한 경전선 고속화 사업 토론회’를 열고 광주∼순천 구간 고속 전철화 사업에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주관하고 광주 전남 부산 경남 지역 여야 국회의원 22명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수도권 중심의 국토 개발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 복선전철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궁극적으로는 남부의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경전선을 고속화, 광주에서 부산까지 2시간대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특히 남부 권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호남선과 경전선을 고속화로 연결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래야 남부 지역 교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 영호남의 상생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봤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경선선 고속화사업을 위해 함께 대응키로 했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남부권역에 분산 배치된 산업클러스터들을 상호 연계하여 단일경제권을 형성하면 통합된 경제구조로 경제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며 “남해안 경제권을 묶기 위해서는 남해안 고속화 철도 완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제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은 단순한 철도가 아니라 남해안 고속화 철도 사업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며 이제 이 퍼즐을 맞춰 넣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그는 “고속화 철도서비스는 남북방향중심으로 진행돼왔다”며 “동서방향이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인근 '경전선' 단선 철길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비용 대비 편익 0.81…정부 “비용 더 줄이자”, 지자체 “기존선 활용 선회 움직임”

 

경전선이 지나는 남부권역은 인구 12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 부산과 경남이 이 권역에 속한다. 이 권역은 지리산 국립공원, 순천만 자연습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자연과 역사문화자원을 갖고 있다. 자동차(광주·울산), 조선(목포·​거제·​울산), 석유화학(여수·​울산), 철강(광양·​포항), 기계(창원), 항공(진주), 물류(부산) 산업분야 업체들이 입지하고 있다. 경전선 고속화사업이 완료되면 광주∼부산 철도 소요시간은 현재 5시간30분에서 3시간 이상 단축된 2시간대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호남권과 영남권의 활발한 교류로 균형발전은 물론 영호남 화합, 남해권 성장동력 확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와 전남도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당초 전 구간 신선 건설 방침에서 4개 구간 29.6㎞는 기존선을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선 활용 구간은 광주 송정∼나주 노안, 임성∼보성 일부 구간, 보성 예당∼조성, 순천시내 구간이다. 전체의 27.5%에 해당한다. 전남도는 변경안에 대해 조만간 광주시와 협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건설비용을 낮춰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만 4년이 넘었다”며 “경제성이 개선되고 기본계획 수립비용 예산도 이미 확보된 만큼 광주시와 함께 정부를 설득해 조속히 계획안대로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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