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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했던 기억까지도 온라인으로 거래한다

갈수록 진화하는 경매 비즈니스 모델…VR이나 음성인식 기술도 활용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6(Wed) 17:20:29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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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여성 모델이 자신의 처녀성을 경매에 올려 300만 달러에 낙찰된 적이 있다. 독일의 경매 사이트인 ‘신데렐라 에스코트’를 통해서였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이며, 남성이 여성을 깔보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매(Auction)의 기원은 여성이 상품으로 등장하면서였다. 기원전 500년경, 남성이 아내를 맞으려면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야 했다. 1860년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에는 ‘대령(Colonel)’이라 불리는 경매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들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이나 소유했던 총기류 등을 경매로 판매해 군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경매 시스템을 처음 민간시장에 도입한 것은 1744년 설립된 런던 소더비(Sotheby’s)였다. 처음에는 희귀물품이나 서적 등을 경매에 부쳤지만, 꾸준히 진화하면서 미술과 골동품 경매회사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 경매는 일상적 이벤트여서 주점이나 커피숍 등에서도 경매가 널리 이용됐다. 이후 경매는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활용된다. 상업적으로도 효과적인 도구며 소비자들이 재미있게 참여하면서 가성비를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경매가 산업화를 견인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은 웹(web)의 등장과 이베이(eBay)를 창업한 피에르 오미디어(51) 덕분이다. 1995년, 프랑스 태생의 이란계 미국인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피에르 오미디어는 취미로 중고 경매 사이트(AuctionWeb)를 개설했다. 최초로 팔려 나간 물건들 가운데 하나는 14.83달러짜리 망가진 레이저 포인터도 있었다. 못 쓰는 물건을 팔았다는 죄책감에 빠진 피에르 오디미어는 입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레이저 포인터가 망가진 것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구매자로부터 “망가진 레이저 포인터를 수집하는 사람”이라는 답변을 받고 안도하며 본격적인 사업화의 길로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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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품화 통해 경매 처음 시작돼

 

이베이의 경매 비즈니스 모델을 ‘미러링(Mirroring)’한 것이 2007년 파리에서 창업한 지록(Zilok)이다. 개인이나 전문가를 위한 렌털 경매 플랫폼으로 ‘가까운 곳에서 싼 가격에 무엇이라도 빌릴 수 있다’는 게 미션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조리도구부터 건설장비까지 다양한 제품을 입찰을 통해 빌려 사용할 수 있다.

 

강사와 학생을 연결해 주는 마인글(Myngle)은 교육이라는 서비스 상품을 경매 시스템으로 연결한 또 다른 사례로 요구에 의한(On Demand) 매칭 서비스다. 스위모(Sweemo)는 표준화된 경매 모델을 경험으로 모델링해 거래하는 이색적인 플랫폼이다. 사람들이 특별한 경험이나 ‘달콤한 순간’을 구입·판매 또는 교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전거 경매로 촉발된 일본에서는 디자이너가 만든 상품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플랫폼(Mobaoku)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경매는 제품을 넘어 서비스와 경험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모델링(Modeling)’돼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선식품 도매시장이나 화훼시장 등에서 경매 방식이 처음 도입됐다. 최근 프랜차이즈업체의 가맹점 인테리어 폭리 문제가 대두하자, 롯데리아가 인테리어 협력업체에 오프라인 역경매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매가 본질적으로 온라인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감안하면 PC통신 시절 서비스를 시작한 ‘태인경매’가 시발점이다. 다만, 정보의 원천(resource)이 정부기관에서 나온 매물이니만큼, 순수 시장 모델로는 2001년 이베이에 팔린 웹 기반의 ‘옥션’을 효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비즈니스 모델은 이베이를 미러링한 수준이었다. 이후 나타난 모델로는 화폐나 우표 등으로 특화한 ‘나라옥션’, 도메인을 경매로 사고팔 수 있는 ‘고대디’, 그리고 아트옥션이 주로 봄가을에 진행하고 있는 와인 경매 등이 있다.

 

경매 모델을 채용해 크게 성장한 이업종 모델도 있다. 온라인 여행사의 대표주자인 프라이스라인은 ‘당신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라(Name Your Own Price)’는 C2B 서비스로 특허를 냈다. 여행자들이 호텔 이름을 모르더라도 희망하는 위치, 호텔 등급 등 정보를 선택하고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호텔이나 항공사가 역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외에도 빠른 거래(Express Deals), 오늘밤 거래(Tonight Only Deals) 등 서비스 모델을 추가해 경비를 줄이려는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전술적 상품을 이용하면 절반 정도 요금으로 숙박과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상품에 따라 경매 방식을 모델링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는 주요 경매 방식을 보면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매자가 낙찰받는 ‘영국식 경매’, 이와 반대로 판매자가 점차 가격을 낮춰가면서 구매자가 나타난 시점에서 낙찰되는 ‘더치 경매’,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매자에게 낙찰되는 ‘세컨드 프라이스 경매(Second price auction)’, 그리고 경쟁 입찰 형태인 C2B형 역경매(reverse auction)와 개인 간 거래(P2P) 등이 있다. 여기에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세컨드 프라이스 경매’는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받은 사람이 대부분 “내가 써낸 가격이 정말 적절한 가격이었나?”라는 회의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 대안으로 나온 경매 모델이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경매 모델 주목

 

그렇다면 경매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향후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미국 스타트업인 린린우즈(LinLinwoods Auction)가 선보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경매 모델이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이며, 상품에 따라 VR(가상현실)이나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실제와 똑같은 상황을 연출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모델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옷을 360도 회전하며 입어보고, 착용감을 느끼며, 냄새를 맡으면서 음성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경매 주력상품으로 등장한 골동품·자동차·부동산·가축·장비 등을 넘어 가치와 역량, 느낌까지도 경매 비즈니스 모델로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경매는 원칙적으로 수요와 공급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변동 가격이면서도, 키는 고객이 쥐고 있는 ‘고객관계 기반 가격 결정법’인 데다, 재미와 융합한 거래 방식인 커머테인먼트(commertainment) 모델이어서 소비자들의 참여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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