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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42일, 그 후…세비 반납 의원은 단 2명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안 지키는 국회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5(Tue) 17: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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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일 만에 파행을 끝낸 국회에는 안도감이 감도는 한편 따가운 시선도 향한다. 지난 4월2일 이후 일손을 놓은 국회의원들이 세비, 즉 월급은 다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그간 '세비를 반납하라'는 여론이 들끓은 가운데 실제로 돈을 내놓은 의원은 단 2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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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하고 매달 월급 1149만원 수령…국민 10명 중 8명은 "토해내야"


정세균 국회의장은 4월 세비를 5월14일 국고로 반납했다. 국회 장기 파행에 대해 의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이제부터라도 국회에 쏟아지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에 앞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4일 3~4월 두 달치 세비 기부 의사를 밝혔다. 다만 민 의원 세비 반납의 경우 국회 파행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에 연루돼 3월12일 국회에 사직서를 낸 뒤 54일 간 의정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의원직 사의를 철회하는 자리에서 세비 반납 계획을 밝혔다. 

 

세비란 법률에 근거해 국가에서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수당 및 기타 비용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한 의원 월급이다. 후원금 모금 등을 통해 마련하는 정치자금과 달리 의원이 개인적으로 관리·사용한다. 제20대 의원의 월평균 세비는 1149만원이다. 매달 20일 지급된다. 여기에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입법활동비, 정액급식비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사무실운영비(50만원), 차량유지비(35만8000원), 유류대(110만원) 등 특정 명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원 경비가 월 195만8000원에 이른다.

 

정세균 의장이 세비를 반납한 14일 국회는 극적으로 정상화됐다.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미치던 세비 반납 압박도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무(無)노동 유(有)임금'을 누린 의원들은 여전히 떳떳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회 파행이 한창이던 5월11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국회 파행과 관련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응답은 81.3%로 나타났다. 의원들 논리와 같은 '정치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세비는 지급해야 한다'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여론이 이런데도 일부 의원은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5월14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장의 세비 반납에 대해 "쇼를 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이 열심히 일을 많이 한다"면서 "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좀 더 이해해 달라"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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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허송세월했다. 5월2일부터 소집된 5월 임시국회도 한참을 공전했다. '민생·개혁 입법은 외면하고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국민 비판에도 여야는 파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국회 파행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릴 뿐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5월4일 "8일까지 정상화가 안 되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 의장이 국회 정상화 시한으로 제시했던 5월8일 오후 2시는 속절없이 지나갔고, 무노동 무임금 적용 논의도 온데간데없었다.  

 

무노동 무임금, 일반 국민들에겐 당연한 원칙이다. 국회의원들은 4월 내내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고 1000만원 이상의 세비를 받아 챙겼다. 의원 294명(정세균 의장, 민병두 의원 포함)은 4월 세비로 총 33억7806만원을 받았다. 5월 임시국회도 5월14일까지 개점휴업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총 40억원 넘는 국민 세금이 새어나간 셈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노동자들이 일을 안 하면 무노동 무임금이고, 손해 배상에 가압류까지 때리면서 국회의원에게는 너무나 많은 특권을 부여한다"며 "이런 문제에 관해 '대충 그냥 넘어가자'는 식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납 사례 있지만 일시적 이벤트, 법제화 노력도 번번이 무산  

  

세비 반납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잦은 국회 파행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국회 원 구성 지연에 따른 세비 반납 주장은 개원 때마다 등장했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2008년 여야 대치로 국회 개원이 지연되자 한나라당 초선 국회의원 33명이 1인당 평균 720만원의 6월 세비를 모아 결식아동을 돕는 데 썼다. 당시 의원들은 "국회 문도 열어보지 못한 채 세비를 받아가는 것은 국민 앞에 염치없는 행동이라 생각해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4년 뒤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에도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27일이나 넘겨 늑장 개원하자 새누리당은 의원 총회를 거쳐 6월 세비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동의한 의원 147명의 세비 13억6000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 2016년에는 국회 개원이 법정 기한보다 이틀 늦어지자 국민의당이 소속 의원 38명의 이틀 치 세비 2872만원을 반납했다.

 

한편 국회가 파행을 멈춘 5월14일, 우려됐던 여야 국회의원 간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폭력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만들어진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2년 5월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개정 국회법, 일명 국회 선진화법은 반복된 날치기와 여야 몸싸움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의사일정 방해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세비 낭비 역시 이런 법제화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시 과거에 세비 반납을 법적으로 못 박으려는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다가 번번이 무산됐다. 2014년에는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이 법정 기한 내 원 구성을 못하는 경우, 정기국회나 임시회 회기 내에 본회의 및 상임위 회의가 전혀 열리지 않은 경우 그 기간만큼 수당 등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앞서 2008년과 2009년, 2012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 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2016년 비과세 항목이었던 국회의원 입법·특별활동비를 수당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세비를 삭감하는 등의 내용에 관한 개선안을 만들고, 이를 반영한 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2년이 흘렀지만 해당 법안 처리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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