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관전법 2탄] 문 대통령 협상전략 분석
  •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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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에 흔들리지 않고 ‘신한반도 경제개발’ 주도해야하는 시험무대에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달성해야 할 협상목표는 어떤 것들이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협상목표는 일명 ‘코피 터뜨리기’로 명명된 김정은 제거 작전 및 핵무기 등 북한 주요 군사시설 정밀타격 등 미국의 임박한 대북 군사행동 억제를 통한 한반도 전쟁 재발 위기 해소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철저하게 망가뜨린 남·북한 협의채널을 급속도로 복원시켰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극한에 치달은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상황에서 열렸다.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을 남·북·미 삼국간의 ‘외교적 무장해제 중립지대’가 남한에 조성되는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성공 협상의 관건중 하나인 ‘적절한 협상장소 (Negotiation Venue)’를 마련한 것이었다.

 

즉, 지난해 7월6일 국내 보수진영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베를린선언을 통해 북한을 미국과 손잡고 흡수통일을 하려는 ‘적’이 아니라 공동의 존립을 지향하는 ‘협력자’로서의 입장(Position)을 전 세계에 공개적으로 피력하였다. 이 베를린선언이 갖는 협상전략 측면의 성과는 당시로선 가능성이 희박하긴 했으나, 만약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남한의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도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적 안심 협상전략(Psychological Relief Strategy)’을 절묘하게 구사한 것이었다. 이 역시 4·27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 협상관전 포인트다.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 을 발표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리고 6·25 전쟁이후 거의 70년간 서로를 행해 총부리를 겨누어 왔던 초적대국 관계인 남·북한의 양 정상이, 사방이 뻥 뚫린 판문점이란 공개 장소에서 밀착경호 없이 맨몸으로 서로 만나고, 악수하고, 단둘이 걸으며 얘기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함으로써, 더 이상 한반도에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전쟁재발은 없을 것이란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군사적 무력 강경책을 채택함에 있어 정당성을 상실하게 하는 결정적인 효과를 불러들인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시작된 남·북한의 치밀한 백채널(Back Channel 이면 협상)협의를 통해 미리 만들어 놓은 ‘남북 종전 선언’과, 4·27 남북 정상회담에 임박하여 방북한 미 특사가 사전심의를 마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하루해가 체 가기도 전에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전 세계에 선언함으로써, 더 이상 미국의 군사적 작전은 결코 명분을 확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더 나아가, 통제불능 예측불허로 인식되던 김정은 위원장이 전에 볼 수 없던 고분고분한 모습을 연출하여, 북한 김정은에 대한 통제력 역량을 선보여, 향후 북·미 협상에서의 한국의 중재자 역할(문 대통령은 운전자 역할이라고 부른다) 역량을 과시하여, 트럼프의 1차 자질 역량검증을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보여진다. 

 

즉 최우선 협상목표였던 미국의 임박한 대북 군사행동 억제를 통한 한반도 전쟁재발 위기 해소를 달성한 것이다.

 

성공의 효과는 국민정서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판문점선언을 통해 역대 현직 대통령의 국민지지율로서는 최고치인 80%를 가뿐히 넘기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미국은 고분고분해진 김정은 위원장을 바라보며 협상조건을 추가하고 있다. CVID에서 PVID로 한층 강화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초에는 거론조차 않던 생화학무기의 완전한 폐기까지 추가로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발끈한 북한 김정은은 곧장 중국으로 날아가 시진핑을 만나 협조를 요청해, 당초 남·북·미 3자 협상 구도가 남·북·미중 4자 협상구도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나서서 중국에게 협조 요청을 해대는 통에, 이제는 남·북·미·중 4자 협상구도가 고착화 될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남·북·미·중 4자 협상구도를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문 대통령으로선 신한반도 평화 체제를 바탕으로 한 정치·외교적 안정화 달성이란 임무도 버거운데, 향후 신한반도 경제개발에 따른 100조 이상의 막대한 개발사업과 향후 이익을 남북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과 나눠야 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난관에 직면한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일본과의 전쟁배상금 협상을 들고 나오는 경우, 약은 일본마저 신한반도 경제개발 이익에 대한 지분을 주장할 수 있다. 우리로선 어렵사리 한반도에 평화는 가져왔으나, 북한의 경제개발을 통한 경제적 수익 확보를 통한 통일비용부담 경감의 기대에 큰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새롭게 등장할 북한 내 신경제에 대한 남북한 주도의 컨트롤 파워(Control Power)를 확보하여 튼실한 국익증대를 통한 국력 증대를 노렸으나, 이 역시도 자칫 좌초될 위기를 예상하게 된 상황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문 대통령의 협상목표는 북한 비핵화의 실제적 방안과 일정, 그리고 그에 상응한 북한의 요구사항을, 북·미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모처럼의 협상 판이 깨지지 않도록 궁극의 중재협상을 통해 협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막대한 청년자원의 개발과 새롭게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한반도의 경제개발과 성장이 가져 올 것으로 점쳐지는 막대한 이권을 어떻게 해야 미국·중국 등 관련 주변국의 집요한 요구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가가 더욱더 중요한 협상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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