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 곤혹스런 한미 양국 야당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 11: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민주당 “트럼프, 北과 졸속협상 할까 우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까지 드디어 확정됐다. 한반도 정국이 긴장국면에서 평화국면으로 바뀌면서 이를 주도한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취임 후 가장 큰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정부에 지속적으로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양국의 야당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자신의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잘했다’ 평가하는 비율이 높은데다, 세계적 평화 분위기에 대놓고 각을 세워 비판할 수도 없어 더욱 골치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의 야당은 큰 틀에서 정부의 외교 행보에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틈틈이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대한 우려 섞인 경고음을 내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5월2일~3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후 대북정책에 대해 응답자 83%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스스로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들 중에서도 과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자유한국당은 당 논평은 물론 홍준표·나경원 등 의원들의 개인 SNS 글을 통해 ‘성과 없는 정상회담’이었다며 냉혹히 비판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후 드루킹 사건 특검을 위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투쟁까지 하면서 선거 전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 역시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지방선거 바로 전날인 6월12일로 확정되면서 여야 희비는 더욱 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혹 북미 정상회담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올 경우 지금보다 여당에 더 유리한 판세가 짜일 것이란 전망이다. 

 

4월29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 연설 중 지지자들이 '노벨'을 연호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북정책 지지도 4개월 새 20% 올라

 

한반도에 부는 외교 훈풍에, 트럼프의 거친 대북 행보를 줄곧 ‘시한폭탄’이라며 지적해오던 미국의 야당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은 지난해 말까지만도 트럼프를 향한 국민의 여론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새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언급될 만큼 미국 내 분위기는 반전됐다. 미국 CBS 뉴스가 5월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1%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월 조사와 비교해 약 20% 오른 수치다.

 

미국 민주당은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 자체엔 환영과 지지의 뜻을 보냈다. 남북의 ‘판문점 선언’ 직후인 4월27일 미국 하원 의회에선 민주당이 합의한 가운데 '한반도에 대한 대통령의 외교 노력을 지지한다'는 제목의 결의안이 발의됐다. 여야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낸 건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 역시 CNN에 “북한과의 협상이 성공한다면 그(트럼프)의 업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의 외교 행보를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5월10일 미국 민주당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는 트럼프에 대해 '졸속협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회 발언에서 "나는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하고 찬사 받고 사진 촬영 기회를 얻고 싶은 나머지, 강력하고 지속하는 합의가 아닌 빠르고 나쁜 타협을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지은 하루 전날,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한 일에 대해서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대단한 업적이 아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순탄한 외교 행보로 국내 어려움 극복 가능할까

 

민주당은 5월8일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 선언에 대한 비판에도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동맹국들로부터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나서 “이란의 합의 위반이 없는 상황에서 핵협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결정은 심각한 실수”라는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트럼프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도 점차 가능성이 커지자 민주당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면 민주당이 러시아 스캔들 등을 이유로 추진 중이었던 트럼프 탄핵안 통과는 무산될 뿐 아니라, 나아가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뉴욕타임스 등 진보 언론들 역시 이에 대해선 비판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시리아 공습 등 전쟁 위협을 가해왔을 뿐 아니라, 인종차별·여성 혐오 발언 등을 일삼았기에 노벨상 수상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과연 대외적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가 이를 통해 자신을 위협하는 국내적 어려움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