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암 치료법 면역치료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 10:53
  • 호수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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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치료 성공률 83%에 1년 이상 효과 지속

 

암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은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의학의 신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종양을 진찰하고 나서 그 표면이 게 껍데기처럼 울퉁불퉁하고, 주위로 뻗쳐나가는 암세포의 모습이 마치 게 다리와 같다고 해서 Cancer(암)라고 이름 지었다. Cancer라는 단어는 게(Crab)에서 유래한다. 암은 수천 년간 인류를 괴롭혀오고 있는 질병이지만, 아직도 고치기 힘든 난치병임은 틀림없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700여 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생겨난다. 2분에 한 명꼴로 암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우리가 일생 암에 걸릴 확률은 36%로, 10명 중 3~4명은 살면서 암 환자가 된다. 요즘 의학이 많이 발전해 암을 완치하는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암’이다.

 

현대 의학의 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종양 조직 주위를 광범위하게 절제해 내고, 혹시 모를 전이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은 다른 부위로의 전이 가능성과 치료 중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2018년 4월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RTIS)가 미국의 유전자치료제 개발회사 아벡시스(AveXis)를 87억 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바티스는 이미 지난해 8월 유전자 면역세포 치료제 킴리아(Kymriah)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받아 이용하고 있는 터라, 이번 인수로 암의 ‘유전자 면역치료법’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면역치료가 미래 암 치료에서 항암제(사진)를 대체할 전망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킴리아 치료제는 자신의 면역세포(T세포)에 암세포를 색출해 낼 수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유전자를 넣어 CAR-T 세포로 재조합하고, 유전자 재조합된 면역세포를 배양해 수를 증가시킨 뒤 다시 몸에 넣어주는 방식의 면역치료법이다. 몸에 들어간 킴리아는 기존의 면역세포가 찾아내지 못했던 암세포까지 색출해 파괴하기 때문에 전이된 암세포까지도 확실하게 잡아낸다. 이것은 기존의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자신의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체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부작용이 없으며, 효과가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아직 시술비용이 1회에 47만5000달러(5억3460만원)로 고가라는 지적이 있지만, 치료 성공률이 83%에 이르고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가 차세대 암치료 방법으로 ‘암-면역치료법’을 선정한 것을 보면 면역치료가 암 치료 분야에서 미래 의학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대에도 있었던 면역치료법

 

흥미로운 점은 인류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치료법도 면역치료였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의학서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종양이 있으면 환부를 절개한 후 환부에 인위적으로 감염을 일으켜 종양을 제거하라고 나와 있다. 감염된 환부로 면역세포가 모여들어 면역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유전자 치료나 면역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때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분야에서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어 갔었다. 당시 줄기세포 관련 학회에 가보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엄청났다. 그러던 중  과학자 한 명의 과욕 때문에 줄기세포 분야 전체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한 사람의 잘못이 전체의 잘못인 양 호도되고,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관련 법규도 까다로워지면서 줄기세포 연구가 침체된 것이다. 지금 관련 학회에 가보면 우리보다 한참 뒤처졌던 나라들도 이미 우리나라를 앞질러 나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한 사람의 과오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이 의기소침해지고 과학 분야의 발전이 저해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다.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과학자가 일당백만큼 일을 해낸다. 그만큼 다시 따라잡을 저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적절한 투자와 지원이 뒤따른다면, 반드시 수백 배의 결실을 맺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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