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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이라 쓰고 ‘평화수역’이라 부르는 시대 온다

[손기웅의 통일전망대]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으로 경제적 가치 높아져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前 통일연구원 원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Fri) 15:43:00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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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이 쓰는 ‘손기웅의 통일전망대’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손 회장은 통일연구원 원장(차관급)을 지낸 통일·안보 전문가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정확히 예측하는 등 깊이 있는 연구로 주목받은 손 회장은 무겁고 딱딱한 한반도 안보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이 쟁점이 될 조짐이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NLL은 정전협정 이후 해상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1953년 8월30일 설정한 남북한 실질적 해상 경계선이다. 북한은 이후 20년간 NLL의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1973년 서해사태를 계기로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은 서해 5도 주변 수역이 자신들의 영해라며 항해를 위해서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무력 도발도 감행했다. 1999년과 2002년 북한은 NLL을 넘어와 연평해전을 일으켰고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1999년 9월2일)과 ‘서해 5개 섬 통항질서’(2000년 3월23일)를 통해 일방적으로 새로운 해상 경계선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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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간 실질적 해상 군사분계선

 

NLL이 국제법적으로도 유효하다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에 기초한다. 첫째, ‘응고설’이다. NLL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실효적 해상 경계선으로, 지난 65년 동안 북한의 사실상의 묵인 아래 성립된 여러 관행을 통해 입증됐다. 둘째, ‘묵시적 합의설’로서, 유엔군사령부의 일방적 조치로 설정된 것이지만 수십 년간 북한 측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쌍방 간에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실효적 지배설’로서, 남한은 NLL 이남에 대해 정전 이후 지금까지 중단 없이 실효적 지배를 해 왔으므로 그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 마지막 ‘필수적 사후조치설’로서, NLL이 정전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충분히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첫째, 북한이 우리의 이러한 ‘응고’ ‘추인’ ‘실효적인 지배’를 저지하기 위해 1973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해 왔고, 해역 분쟁에 관해 이러한 응고이론을 권리로 인정한 국제적 선례가 없다는 점도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미국과 멕시코 간의 영토분쟁인 ‘샤미잘 사례(Chamizal Case)’의 경우 분쟁지역을 실효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고, 중단되지 않으며, 도전받지 않은 점유가 계속돼야 한다’는 게 조건인데 서해의 경우 다소 논란거리다. 우리의 현행 민법상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대해서도 20년 동안의 평화로운 점유가 필요한데, 남북관계에 있어 1953년부터 1973년까지의 실효적 지배가 하나의 권리로까지 볼 수 있느냐도 의문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1973년에 가서야 이의를 제기한 것은 NLL 자체를 인정한 게 아니라 한국전쟁을 통해 괴멸된 해군력을 복원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볼 것이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다.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인 남북불가침분야 부속합의서 제2장 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한은 NLL 이남 해역을 65년 동안 영해의 개념으로 배타적으로 지배해 왔다. NLL은 해상에서 군사분계선 역할을 해 왔다. NLL의 법률적 효력 문제와는 별개로 오랫동안 현상 유지되던 군사력 배치에 변경이 생기는 것은 균형 상태가 불균형 상태로 전이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의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된 서해에서 NLL, 즉 해상 경계선이 남하하는 것은 군사적 측면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NLL과 관련해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제교류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발발은 북한의 NLL 무력화가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경제난에 시달리던 북한의 꽃게잡이를 통한 외화벌이도 원인이었다. 주변의 긴장고조로 남북한 어선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중국 어선들이 지역 내 꽃게잡이를 싹쓸이하는 것이 문제라면 남북 상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도 해당 해역을 공동 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남북 모두 수차례 공동어로지역 지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안으로 구체화됐다. 그런데 문제는 ‘공동어로지역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다. 북한은 이제까지 공동어로구역은 NLL 이남에만 설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 안을 받아들일 경우 남한은 군사적·경제적으로 얻는 것이 전혀 없다. 북한에만 적어도 공동어로라는 이득을 주고, 나아가 NLL의 무실화 빌미를 주게 된다는 점에서 소위 ‘교환의 이익’이 전혀 없는 거래다.

 

 

등거리·등면적 원칙 따라 구역 설정돼야

 

따라서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경제적 공동 이용을 하더라도 전제조건은 지금의 NLL만큼 현상 유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NLL 이남과 이북의 해역을 모두 아우르는 공동어로구역의 설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문제는 NLL 이남과 이북의 해역을 소위 ‘등(等)거리, 등면적 원칙’에 따라 균등하게 할 것인지 여부다.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기준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경우, 아무래도 북한은 자신의 해안에 지나치게 가까운 해역까지 이를 허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런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협소한 해역만이 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따라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수준의 공동어로구역이 서해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NLL의 형태를 고려할 때, 부분적으로 등거리, 등면적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큰 틀에 있어서는 등거리, 등면적이 원칙으로 정해져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조건으로 할 때 가능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군사·경제·생태적 효과 등을 모두 종합한 고도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이 NLL을 명시했다는 사실이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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