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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

승부사 기질 트럼프 극적 효과 차원에서 전격 수용할 수도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0(Thu) 1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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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으로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주목받고 있다. CNN은 5월9일(현지시각) 복수의 미국 국무부 관리 말을 빌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있지만, 현재로선 싱가포르가 회담 후보지로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도 일제히 워싱턴발로 미국 정부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처음부터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던 곳이었다. 

 

외신은 싱가포르가 중립국 성격이 강해 북·​미 양국 정상이 회담장소로 선택하기에 무난하다고 평가한다. 더군다나 싱가포르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가 논스톱으로 올 수 있는 거리다. 동남아의 허브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활용해 굵직한 국제 행사를 자주 열어 세기의 정상회담을 취재하려는 전 세계 취재진에게도 최적의 장소다. 당초 북한이 강력하게 희망해온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가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은 직항 노선이 많지 않아 해외 언론들이 회담장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싱가포르, 중립국 외에 정치적 효과 별로 없어

 

하지만 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싱가포르는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이뤄내지 못했던 북핵 폐기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싱가포르는 상징성이 약하다. 막판까지 회담 후보지로 판문점이 거론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을 TV로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는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남북이 ‘판문점 선언’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낸 마당에 또다시 판문점에서 행사를 갖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분명 트럼프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미국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는 시기를 정했고 회담 장소를 정했다. 우리는 사흘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때 회담 장소로 직접 거론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 대해선 "거기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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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회담의 역사적 가치와 극적 효과를 감안할 때 북·​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협상에서 회담은 의제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면서 “회담장으로 볼 때 싱가포르는 밋밋한 음식과 같다”고 설명했다. 림타이웨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 연구소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중립적이지 않은데다 중요한 회담을 열만한 정치적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은 “싱가포르는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말레이시아와 가깝기 때문에 이곳에서 회담을 여는 것에 김 위원장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협상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 관리들에게 싱가포르 검토를 지시한 것을 협상전략 중 하나인 미끼(Decoy) 전략으로 본다. 이른바 ‘기만전술’로 불리는 미끼전략은 상대방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유도한 뒤 허를 찌르는 게 묘미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싱가포르로 집중시킨 다음, 전격적으로 평양 회담을 선언할 경우 회담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어쩌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 번째 방북 목적에는 북한에 억류중인 3명의 미국인을 데리고 오는 것뿐만 아니라 평양 방문을 북한 측에 통보하는 것도 포함됐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인 억류자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귀국길에 일본 요코타 미군기지에 착륙한 뒤 기자들에게 “훌륭하고도 긴 대화를 김정은과 나눴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면서 “회담은 당일치기로 계획 중”이라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무부를 비롯한 미국 내 강경파들은 회담이 지지부진할 경우 트럼프가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당일치기로 열리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일치기 회담이라는 것은 협상의 거의 대부분을 사전에 타결짓고 조인식 성격의 공동합의문 발표만 여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싱가포르보단 평양 개최 가능성이 더 크다. 

 

그동안 미국 내부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경우 미 행정부가 김정은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한 국무부 관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평양을 찾을 경우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가져갈 것”이라면서 평양 회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경우 전세계 수천명의 기자가 평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의 북한 인프라 상황을 감안할 때 힘들다는 현실론도 있다. 

 

 

文정부 지원으로 킨텍스에 프레스센터 마련할 수도 

 

하지만 우리 정부가 측면에서 지원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4월27일 회담 때처럼 메인 프레스센터를 판문점과 가까운 경기도 일산에 만들고 소수의 해외 언론만 북한에 들어가 회담을 실시간으로 보도할 경우 이 문제는 말끔히 해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일 문제 전문가는 “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내려와 킨텍스와 같은 대규모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은 뒤 한국, 일본과 정상회담을 연쇄적으로 갖는다면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미국인 인질을 석방한데 따른 감사의 표시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전격 받아들이게 되면 미국 내 강경파의 반대 여론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기웅 회장도 “혈맹관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트럼프가 먼저 평양을 찾게 되면 미국은 북한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이 성사되면 미 행정부는 1972년 닉슨의 베이징 방문 이후로 최고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한반도 전문가이자 존 케리 전 상원 외교위원장 고문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미국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영국 익스프레스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평양 방문에 합의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대통령 경호에 있어 엄청난 부담이 뒤따르는 모험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강경파가 적극 반대했을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물밑 협상을 총 책임진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평양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얼마 전 한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제가 미국 쪽에서 들은 얘기인데 우리 특사단이 워싱턴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당시 참모들은 상당히 그것을 반대를 했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초청장을 보낸 것 같은데 그것을 덥석 받는 게 좀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가 왜 북한 핵문제를 못 풀었는줄 아느냐. 참모들 말 열심히 듣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 그렇기 때문에 참모들이 역할을 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일종의 패턴이라고 봐야 합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모든 요소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현재로선 맞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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