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바로선 세월호, 진실도 직립할 수 있을까
  • 전남 목포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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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3시간10분 만에 ‘94.5도 직립’ 완료…4층 좌현·기관구역 수색 기대

 

세월호가 바로 세워졌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현대삼호중공업은 5월10일 낮 12시10분, 세월호 선체를 94.5도까지 바로 세워 선체 직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지 4년, 좌현으로 눕혀진 상태로 육상에 거치된 지 1년만의 일이다. 선조위와 현대삼호중공업은 10일 오전 9시부터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세월호 직립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작업은 선체가 ‘94.5도’로 세워진 낮 12시10분께 완료됐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1시간여 빠른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 지 3시간 10분만이다. 

 

10일 낮 12시10분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지 4년만에 '94.5'로 바로 세워졌다.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의 직립 각도가 90도 직각이 아닌 ‘94.5도’인 이유에 대해 현대삼호중공업은 선체 한쪽이 손상돼 틀어져 있어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조금 더 기울여 세우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비교적 훼손이 덜한 우현에 비해 좌현은 녹이 슬고 파손돼 양쪽의 균형이 안 맞는 상태다. 따라서 오른쪽으로 더 기울여야 수평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직립 과정은 유가족과 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지켜봤다. 유가족들은 오전 8시부터 현장을 찾아 ‘디데이’(D-day) 개시 선언을 기다렸다. 선체 직립 작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이 맡았다. 선조위와 현대삼호중공업은 앞서 오전 7시께부터 안전점검 등을 하고 현장에 참관한 가족들을 상대로 공정을 설명했다. 오전 8시20분이 넘자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 장비를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작업 인원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20여 분 작업 시간이 지나고 세월호 선체 왼편이 드러나자 일부 유가족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세월호 선체는 좌현과 밑바닥에 33개씩 설치된 수평·수직 철제 빔으로 감싸져 있었다. 세월호를 ‘ㄴ’자 모양으로 감싼 수평·수직 빔 66개는 1만 톤급 해상크레인(HD10000)의 8개 블록로더와 쇠줄 128개로 연결됐다. 해상 크레인의 8개 블록로더 중 앞쪽 4개는 수평 빔과 연결돼 있으며, 뒤쪽 4개 블록로더는 수직 빔과 연결됐다. 이날 본 직립 작업은 35도, 40도, 50도, 55도, 90도 등 6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전날 선체를 40도까지 들어 올리는 예행연습에 성공한 뒤 선체를 바닥면에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 8도가량 세워진 상태에서 이날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만조로 해상에 투입된 크레인이 영향을 받으면서 애초 5도보다 자연스럽게 선체가 더 들어 올려졌다.

 

선조위는 직립 시작 전에 쇠줄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선체를 서서히 들어 올리면서 128개 쇠줄과 선체 사이에 발생하는 간섭현상(쇠줄이 선체에 닿는 현상)을 확인하며 직립 작업을 이어갔다. 작업 시작 직후인 오전 9시8분 선체를 10도까지, 오전 9시33분 세월호를 40도까지 들어 올렸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배의 왼쪽 면, 좌현이 보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40도 이후 잠시 작업을 멈추고 앞·뒤 와이어에 걸리는 중량을 미세 조정한 뒤 다음 공정을 시작했다. 세월호 선체와 와이어 무게를 합하면 1만430톤에 달한다. 이 때문에 크레인 붐대가 수직 빔에 큰 힘을 전달하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으며, 오전 10시37분에야 선체는 60도까지 세워졌다. 선조위는 이날 선체가 10도 단위로 들어 올려 질 때마다 현장에서 공지하고 94.5도까지 세워진 낮 12시10분께 마침내 작업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참사 4년 만에 침몰원인을 밝힐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

 

직립 작업의 주요 변수로는 부식으로 약해진 선체와 바다 위에 떠있는 해상 크레인에 흔들림을 줄 수 있는 바람 등이 꼽혔다. 고른 힘 분배와 선체 균형 유지를 위해 풍속 초속 8m, 조류 초속 0.3m, 파고 0.5m 이하의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초당 8m가 넘는 바람과 2m 넘는 파도가 발생할 때에는 직립 작업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이날 목포지역의 날씨는 작업에 문제가 없었다. 작업 직전 목포신항의 풍속은 초속 1m 이하로 측정됐으며 파도도 잔잔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목포신항과 10km 이상 떨어진 신안 지점의 관측 기록 역시 풍속 초속 5m, 파고 0.1m를 기록했다.

 

선체 직립이 성공함에 따라 그동안 옆으로 누운 형태로 침몰해 들여다볼 수 없었던 세월호 좌현에 대한 미수습자 수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조위는 직립을 위해 선체에 설치했던 와이어 등 장치를 제거하고 안전 보강 작업을 한 뒤 이르면 다음달 초 조사관을 투입해 4층 좌현과 기관실, 평형수 탱크, 핀 안정기실 등을 중심으로 미수습자 수색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진입하지 못했던 기관 구역과 남학생 객실인 4층 선수 좌현 구역을 수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좌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돼 참사 4년 만에 침몰원인을 밝힐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월호 선체조사위는 “조사를 마무리하면, 선체 원형을 보존해 교육관으로 쓰거나 일부만 추모 상징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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