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개편, 일관성이 필요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9 10:10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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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곧은 소리] 표심과 조세저항 우려한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만 가중

 

부동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뜻한다.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용어인 보유세는 쉽게 말해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종부세를 의미한다. 보유세를 인상하기 위한 현 정부의 명분은 부동산 가격 안정과 경제 양극화 해소였다. 지난 정부에서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라는 반강압적 설득 때문에 상당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었고, 다주택자가 늘어나자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공평과세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만큼 현 정부의 입장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발표하자 곧바로 반발이 일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부자를 잡겠다고 나선 보유세 인상이 오히려 세입자 비용 증가라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유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결국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불러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게 되고 또다시 가격 인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경제 사이클을 언급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조세저항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정부가 최근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뉴스1


 

OECD 평균 보유세보다 한국 비중 낮아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보유세 실효세율보다 3분의 1 이상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도 0.8%밖에 되지 않아 OECD 평균 비율인 1.1%보다 0.3%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토지의 가치를 우리나라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보유세 비율을 GDP 대비 3.1%, 2.6%로 유지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다수 선진국이 보유세 중심으로 이미 부동산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거주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일반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엽적인 문제로 정부의 보유세 인상에 태클을 거는 건 타당하지 못한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이번 보유세 인상 개편에 관해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참여정부 시기에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강력한 조세저항으로 인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유세 인상을 언급하며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했지만 끝내 공약에 담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보유세 필요성을 계속 강조했음에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는 이를 제외시켰다. 조세저항으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또는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의 표심을 고려해 정책을 일부러 불확실하게 유지했다면 이는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선 투자가 조성되지 않고 소비가 위축되는 건 경제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현 정부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과다하게 부동산을 보유한 자에 대해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주택자의 과다 보유 주택과 특정 지역의 투기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보유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언급한 지난해와 달리,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4월 “다주택자 외에 1주택을 보유한 이들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며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을 암시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문제는 5월2일 나온 김동연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김동연 부총리는 “정부는 보유세 개편을 세수 증대 목적으로 할 계획이 없으며, 특정 지역의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서도 사용하지 않겠다”며 지금까지의 보유세 개편 및 인상과 관련된 정책의 방향성이 또 한 번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1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이 이렇게 수시로 바뀌다 보니 부동산업계에는 “버티기로 돌입하면 이번 정부도 별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부동산 정책이 표심과 조세저항을 우려해 불확실성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일관성 있는 보유세 개혁이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워낙 막대해 성실하게 일해서 땀 흘려 번 노동의 가치가 수시로 폄하(貶下)되고 있다. 더욱이 선진국은 보유세 중심으로 토지 정책,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데 비해 대한민국은 거래세를 중시하다 보니 부동산 활성화보다 부동산 지키기가 더 유리하다는 시그널만 끊임없이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와중에 정부가 “특정 지역 투기를 잡겠다” “1주택자도 고려하겠다” “특정 지역 투기 억제를 고려하지 않겠다”라고 방향을 계속 변경하면 부동산 지키기 또는 버티기 시그널만 줄 뿐이다.

 

지난해 10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사회경제평론 학술지에 “부동산 공시가격 개선과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해 현 정부가 지향하는 보유세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유형별·지역별·가격별로 천양지차인 부동산 공시가격(정부가 조사해 발표하는 땅값)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균일하게 70% 이상으로 향상시키고(실거래가 반영 비율은 현재 65~70% 사이),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과세기준 금액)을 100%로 조정하면 법률 개정 필요 없이 보유세를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면서 안정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 3월 국토연구 학술지에 ‘부동산 공시가격 변화에 따른 지방재정 영향 분석’을 발표한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팀 연구에 의하면, 부동산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단계별로 현실화할 경우 재산세를 중심으로 지방세 수입도 증가해 지방 재정이 전국에 걸쳐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실증 분석을 통해 입증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보유세에 관해 강온(强穩) 정책을 오가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부동산 보유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또다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할 것이다. 조세저항이나 유권자의 표심을 우려해 보유세 논란의 핵심 중 하나인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의 개선 필요성 등을 외면한다면 현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개편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확언할 수 있다. 5월 1주 차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무려 78.3%다. 이른바 남북 정상회담 효과다. 보유세 역시 국민들이 꼼수로 느끼지 않도록 정면 돌파하는 정부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일관성 있는 보유세 정책만이 논란과 꼼수라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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