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은정 “성추행 덮은 檢지휘부 재수사 없으면 고발할 것”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4 10:28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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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 최교일 의원·이준호 감사위원 등 서면조사에 그쳐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이 지난 4월26일 전·현직 검사 4명과 검찰 수사관 3명을 기소하며 85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성추행 사건에만 집중했을 뿐 사후에 발생한 감찰 무마 등 검찰 지휘부의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감찰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진상조사단은 성추행 사건 당시 검찰 지휘·감찰라인에 있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이준호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 왔던 임은정 검사는 “감찰 무마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다시 요구했다”면서 “실질적인 조치가 없으면 이들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으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현직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를 고발하고 이를 또다시 검찰이 수사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검찰이 자정 능력을 이미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로 인해 검찰 수뇌부 수사를 담당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역시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처음으로 폭로한 서지현 검사는 5월1일 국회에서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 의지, 능력, 공정성이 결여된 3무(無)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부실 수사를 자초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 검사는 “수사단도 아닌 ‘조사단’을 조직한 것은 직권남용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겠다는 사전 가이드라인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국민과 내부 검사들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검찰의 수사에 깊은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여성 의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이번 사건의 직권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안은 강제력·구속력이 없어 재수사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4월26일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 조희진 검사장(오른쪽)이 검찰 내 성추행 및 직권남용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감찰 방해에 가담한 검사, 감찰·수사 요구”

 

이런 상황에서 임은정 검사는 재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행동에 나섰다. 임 검사는 5월1일 본지 기자에게 “대검찰청 감찰제보시스템을 통해 감찰 방해에 가담한 현직 검사들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동시에 요청했다”면서 “2010년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방해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는 서울북부지검 간부들 중 현직에 남아 있는 조아무개 검사, 법무부 감찰라인에 있었던 서아무개 검사·오아무개 검사 등이 있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검 감찰에 재직하던 장아무개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김아무개 검사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들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요구하면서, 가시적이고 조속한 조치가 없으면 고발장을 내겠다고 명시했다”면서 “남부지검 성추행 사건의 경우 징계시효가 5월10일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를 전후해 고발장을 낼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태근 전 검사장과 남부지검 성추행 사건 당시 지휘·감찰라인에 있었던 대표적인 인물은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었던 이준호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다. 진상조사단은 이들에 대해 모두 서면조사로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해 임 검사는 진상조사단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4월26일, 검찰 내부망을 통해 “징계시효가 지났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마땅히 해야 할 감찰을 중단한 서모씨, 북부지검 간부였던 조씨에 대한 감찰 의뢰 등을 당초 조사단의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기준으로 삼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남은 2015년 김아무개 전 부장검사, 진아무개 전 검사에 대한 감찰을 하지 않아 김 전 부장검사에게 2억원이 넘는 명예퇴직 수당을 주며 명예롭게 퇴임시키고, 진 전 검사를 조용히 퇴직시킨 당시 감찰라인의 직무유기에 대한 처벌, 최소한의 징계 건의가 있어야 하지만 있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 검사는 현직 검사의 경우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임 검사는 “현직 검사는 감찰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직 검사조차 부르지 못했다”면서 “내부자도 못 부르는데 외부자가 오겠는가. 현직 검사의 경우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감찰 역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감찰 대상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증거물 및 자료 제출, 출석과 진술서 제출, 기타 감찰 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를 해야만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감찰 불응 사안에 대해서도 감찰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진상조사단의 부실조사에는 조희진 조사단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 검사 측은 “조 단장은 초기부터 적정성이 문제가 됐던 인물”이라면서 “조 단장은 서 검사 사무감사를 결재해 검찰총장 징계에 관여한 검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조 단장이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외부에 ‘서 검사 사무감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공표하고 다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법무부 성범죄대책위원회 면담에서 ‘조 단장은 자격과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니 교체를 권고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사무감사 적정성 부분에 대해 수사 대상이 돼야 할 검사가 단장이 돼 마지막까지 조사를 진행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임 검사 역시 “당초 조 단장의 경질을 요구했을 때 이런 진상조사 결과가 예측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그런 건의를 드린 것”이라면서 “진상조사단이 권력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어쩔 수 없이 드러난 몇몇에 대한 최소한의 기소라는 극히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참여연대 등은 4월16일 “조 단장은 허위사실 등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해 달라는 서지현 검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서 검사가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에 설명하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면서 조 단장 등 진상조사단 관련자를 직무유기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를 검찰 간부가 은폐했다는 의혹 등을 공론화한 임은정 검사가 2월6일 서울 동부지검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감찰 불응한 현직 검사에게 책임 물어야”

 

서 검사 측은 진상조사단뿐만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이 2차 가해를 가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 검사 측은 “법무부 측은 서 검사가 2017년 법무부 면담 시 ‘서 검사가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그러나 녹취파일을 통해 서 검사가 진상조사 요청을 수차례 한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은 ‘서 검사가 2010년 사건이 문제가 되는 것을 명백히 반대해서 진행을 못 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면서 “서 검사는 당시 검사장을 통해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던 것이고, 정식 감찰에서 서 검사에게 직접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 검사의 폭로 후 문무일 검찰총장은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 검사와 임 검사 등 검찰 내부에서도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임 검사는 “유권무죄의 검찰은 아직도 한결같은 것인가. 언제 우리 검찰이 부끄러움을 알지 막막하다”면서 “공수처 도입을 웅변하는 수사 결과를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공수처가 조속히 도입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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