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압박에 휘청이는 삼성생명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5.02 09:31
  • 호수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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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법 개정 전이라도 삼성전자 지분 처리”…영업이익률 등 경영지표도 하락

 

삼성생명이 겹악재에 휩싸여 휘청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부담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월20일 간부회의에서 삼성생명을 직접 거론하며 삼성전자 주식 처리 방안을 자발적으로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는 법률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삼성생명이 취할 수 있는 어떤 조치를 내놓더라도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4월23일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강제적으로 정리에 나서기 전에) 회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 매각이 어떤 형태로든 진행되면 주주, 금융시장,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자발적·단계적으로 방안을 (삼성생명이) 마련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이 최근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는 금융위 압박과 실적 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20조원 규모 삼성전자 지분 정리해야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다. 당국의 주문은 보험업법 개정 전에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중 삼성생명 총자산의 3%를 넘는 부분을 스스로 팔라는 것이다.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이 시장가격에 따라 주식 가격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보험사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보험사에도 은행 등과 같은 규정을 적용해 시가로 평가할 경우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총자산(282조7138억원)의 3%는 8조4814억원 수준이다. 현행법상 30여 년 전 취득원가(약 5만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은 약 5600억원 수준이어서 총자산의 3%를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가치도 취득 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약 258만원)으로 계산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2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 문제는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 지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도 이번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배구조 문제를 두고 ‘빅피처(Big Picture)’를 그려본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그중 핵심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다. 삼성 오너 경영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하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약 30%의 삼성물산 지분으로 대주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삼성생명)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시장 가격 기준으로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그대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 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에 삼성의 고민이 깊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방안으로 삼성물산의 구원투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마저도 힘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여야 하지만, 이 방안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사항이 될 수 있다. 다만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길은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저촉될 수 있다. A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가치가 A사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A회사를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지주사 규제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사야 하는데, 삼성전자 지분 1%를 추가 매입하는 데만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4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주식 매각 시 삼성전자 오너 지배권 흔들

 

정치권과 금융 당국이 한목소리로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의 고민은 또 있다.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경영효율지표 중 영업이익률과 운용자산이익률, 신계약률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4.6%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8.24%)보다 3.64%포인트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보험사의 영업 효율성을 파악하는 지표다. 투자영업비용을 제외한 총수익 대비 당기손익 비율이다. 삼성생명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이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영업이익률이 8.24%를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급등한 면이 있지만 2014년 12월말 기준 5.11%를 기록해 2015년 4.60%, 2017년 4.60% 등 영업이익률이 전체적으로 정체된 상황이다. 영업이익률 외에도 운용자산이익률, 신계약률도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 역시 3.28%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9%포인트 하락했다. 신계약률은 같은 기간 8.33%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3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익은 1조2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 감소했다. 다만 2016년에는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지분 추가취득과 관련한 일회성 이익이 반영돼 있어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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