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27일 정상회담 때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화의 복기 계획에 대해 선을 그었다. 결국 대화의 내용은 두 정상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는 셈이다.
시사저널은 공동취재기자단에게 제공된 약 44분짜리 ‘도보다리 회담’ 영상을 4월30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구화(口話)법을 수십 년 째 사용하고 있는 A씨의 도움을 받았다. 구화란 상대의 입술 움직임과 표정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독순술’이라고도 한다. 다음은 A씨가 분석한 그 내용이다.
[03:40] (도보다리에 올라서며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재인’) “문화적 교류를 주고받을 때 관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하 ‘김정은’) “그래서…”
[04:06] (문재인) “대외적으로 한반도 체제 로드맵을 잘 준비해야합니다. 가급적이면 로드맵을 구상한 틀을 아주 빠르게 되도록..일단 급한 그거 중요한거 아닙니까? …”
[04:16] (문재인) “지금 로드맵을… 물론 조금 힘들겠지만… 나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04:41] (문재인) “어렵고 쉽지 않지만 좋은 작품을 위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
[06:12] (문재인) “앉으시죠.”
[06:18] (도보다리 벤치에 두 정상 착석)
[07:22] (문재인, 주변에 있던 사진기자에게) “두 분이 그만 돌아가주세요. 일단 들어가주시겠어요?” (김정은, 돌아가라는 손짓 함)
[07:36] (김정은) “뭐 이 문제로 지금 트럼프가, 트럼프께서 이 핵을 내가 이 참에”
[08:38] (김정은) “핵무기…”
[08:50] (김정은) “확약… 복수… 불대포 쏜다… 그거 알아요?”
[09:00] (김정은) “자격지심 있는거 아닌데 메세지가…”
[11:30] (김정은) “미국 천명… 자본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24:19] (김정은) “북·미 회담에 앞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고, 해보지 않았던 일이고, 핵폐기를 구체화하고 문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듣고 비핵화 이행의지를 밝히는 듯이, 그러니까 해보겠습니다.”
[24:40] (김정은) “핵무기가 그렇고, 비핵화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35:58] (두 정상 벤치에서 일어남)
"전반적으로 북·미 회담 조언 받는 듯"
해당 영상은 4월27일 오후 4시36분 도보다리 산책에 나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두 정상은 오후 5시20분 합의문 서명을 위해 평화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44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영상에선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들려오는 건 판문점의 새 소리 뿐이다.
A씨는 “전반적인 내용을 보자면 북·미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이) 조언을 받는 것 같다”며 “또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4월30일 기자들에게 “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묻고 문 대통령이 말씀을 해주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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