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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국가’를 향한 리설주의 정치학

김정은 위원장의 ‘히든카드’ 리설주 여사, 퍼스트레이디 파워 뽐내다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2(Wed) 11:46:11 |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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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여사는 결국 남편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 있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리 여사의 남북 정상회담 참석 여부는 4월27일 회담 당일 오후 3시가 돼서야 윤곽이 잡혔다. 그전까지 청와대는 “북한과 협의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왜 리 여사의 등장을 마지막까지 숨겼을까. 국제 외교무대에서 ‘히든카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리설주 정치학’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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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리설주 숨기기’로 홍보 효과 톡톡

 

리설주 여사의 남북 정상회담 참석은 예정된 수순이란 평가가 많았다. 정상회담 생중계를 위해 리허설까지 한 마당에, 환영만찬만 미리 준비하지 않을 리가 없단 이유에서다. 관례상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만찬 전에 참석자를 확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측은 4월27일 회담 당일까지 “리 여사의 참석을 기대하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리 여사의 참석 여부는 만찬이 시작되기 3시간 전에 확정됐다. 저녁 6시반, 남북 정상과 김정숙·리설주 여사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환담한 뒤 만찬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외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리설주 카드를 숨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간 리 여사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수시로 함께했는데, 이번에만 유독 극비로 숨겼단 이유에서다. 실제 리 여사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에서 ‘리설주’는 오전 8시쯤부터 20위 안에 들더니,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사도 쏟아졌다. 4월27일 당일에만 제목에 단어 ‘리설주’를 포함한 기사는 800여 건 보도됐다.

 

북한이 리설주 여사를 외교 카드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 여사가 국제무대에 데뷔한 건 3월25일부터 나흘간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였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첫 외국 방문이었다. 리 여사와 김 위원장,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는 3월27일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리 여사는 연신 밝은 표정으로 시 주석과 악수하고,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능숙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리 여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리설주는 한류스타 송혜교만큼 예쁘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외교’에 성공한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배우자로서 외국을 방문한 건 이때가 첫 사례였다.

 

지금껏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흔치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생모이자 김정일 전 위원장의 세 번째 여자로 알려진 고용희는 2004년 숨질 때까지 한 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개최됐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혼자였다. 당시 우리 측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는 북한의 여성 지도자를 만나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리설주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공식 등장한 이래 김 위원장과 자주 함께하고 있다. ‘여사’란 칭호가 붙은 것도 리 여사가 처음이다. 애초에 리 여사는 ‘부인 리설주 동지’라고 불렸지만, 2월8일 북한군 창건 기념 군사퍼레이드를 계기로 ‘여사’로 불리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월14일 평양에서 열린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에 참석한 리설주에게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란 수식어를 쓰기도 했다.

 

리설주 여사의 광폭 행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독재국가 인식에서 탈피해 정상 국가로 보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수반 부부가 함께 외국 순방을 떠나거나 외빈을 맞아 만찬을 여는 게 대다수 나라의 방식인데, 북한도 그 방식을 따름으로써 ‘정상 국가’임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란 의미다. 이미 리 여사의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거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도 동행하면서다. 이에 따라 곧 있을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리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나란히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진단과 전망 관련 기사]

 

▶ 비핵화로 가는 마지막 관문…미리 보는 北·美회담

▶ 송두율 “北 대화 상대론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적합”

▶ [르포] 한반도에 춘풍 불면 中 훈춘에도 훈풍 분다

▶ 정동영 “3차 남북회담은 냉전 해체의 현실화”

▶ 1·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별 합의 내용

▶ 남남 갈등 심했던 1·2차 남북정상회담의 暗

▶ 불어오는 남북 훈풍에 경협 ‘재개’ 기대하는 ‘재계’

▶ “남북 경협으로 한국 경제 5%대 성장 이끈다”

▶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북한에 응답해야”

▶ 독일 사례로 본 남북 정상회담 실천 방향

▶ 30대 수령 김정은, 아버지와 같은 듯 달랐다

▶ ‘정상 국가’를 향한 리설주의 정치학

▶ 숫자로 본 4·27 남북 정상회담

▶ 北·美 빅뱅 합의 해도 디테일에 악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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