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1주일 전후 北 노동신문 봤더니...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4.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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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경제건설 지면 곳곳에 강조…남한 비난 기사 줄여
4월2일 평양 시내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노동신문'은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선전매체다. 매일 6면으로 발행되는 노동신문은 주로 북한 내부의 소식을 담고 있지만, 조선노동당 기관지답게 북한 정책당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4·27 판문점 선언 전후 1주일간 노동신문의 논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파악하면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  

 

 

사회주의경제건설 채택한 3차 전원회의 결과 설명


4월23일자= '당의 새로운 전략적로선(전략적 노선)을 틀어쥐고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동신문은 4월20일 막을 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3차 전원회의에서는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공적 완성을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새롭게 채택했다. 북한은 이날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했다. 사설은 말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함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로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1면과 2면 모두 성공적인 경제건설을 열망하는 대내외 단체들의 의견을 심도 있게 다뤘다. 남한과 관련한 뉴스는 6면에 ‘심상치 않은 남조선군부의 예비군강화책동’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끝까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는 기사만이 실렸다. 

 

 

새벽에 북한 관광객 위로차 병원 방문

 

4월24일자= 이날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은 것을 1면 머릿기사로 실었다. 노동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하루 전인 23일 새벽 6시30분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았으며, 사고와 관련해 중국측에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관광차 북한을 찾아와 다친 외국인들을 만난 것이나 관계기관을 새벽에 다녀간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20일 3차 전원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북한 내 단체들과 해외 친북단체들이 반응을 1, 3면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남한 관련 뉴스는 6면에 국내 일부 진보단체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흉상 철거를 요구한 사실 만을 간략하게 보도했다. 

 

4월25일자= 북한 전역에서 진행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한 소식을 1면에서 가장 먼저 다뤘다. 관심을 끈 기사는 6면에 맨 오른쪽에 실린 ‘협상을 통해 본 날강도의 정체’라는 기사다. 은정철 노동신문 기자는 기사에서 “미국과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이 개정될 때마다 남조선 당국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이제 와서는 거의 1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이 사드 기지 건설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내용의 기사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와는 별도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것을 ‘민심을 우롱하는 불순한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또, 국내 일부 진보단체들이 4월17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사태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은폐한 세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부상자 후송 소식 자세히 다뤄

 

4월26일= 25일에 이어 중국인 부상자들에 대한 소식이 1면 톱뉴스였다. 1면 머릿기사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관광객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해 전용열차를 편성했다. 그 옆으로 김 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가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게 부상자를 위로하는 전문을 그대로 실었다. 다음날 진행될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뉴스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대신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을 ‘보수패거리’라고 규정하면서 “각계층 인민들의 반보수, 적폐청산투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 보수 성향 정당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겨레의 지향에 도전해나서는 반통일적 망동’이라고 비난하는 기사를 6면 머릿기사로 내보냈다. 

 

 

남한 보수정당 지방선거 연대 비판

 

4월27일=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노동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 참석차 평양을 출발했다는 소식을 내보냈다. 이밖에 3차 전원회의 결정에 대해 세계 각국 친북단체들이 지지 의사를 보였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도 비중 있게 다뤘다. 남한 관련 기사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연대활동에 대해 ‘주도권쟁탈을 노린 싸움질’이라고 비판한 것이 눈길을 끈다. 또 “중국 외교부가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과 인권상황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마구 헐뜯었으며 이 세계에서 오직 미국의 인권상황이 가장 완벽한 것처럼 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북한 인권 개선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6면 맨 왼쪽 하단엔 미·일 동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4.27 판문점선언 5면 할애 자세히 보도

 

4월28일= 전날까지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아무런 논평조차 하지 않았던 노동신문은 회담 직후에 발행된 28일자에서 무려 5면을 할애해 회담 결과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총 6면으로 발행되는 노동신문에서 5면이 특정 기사로 실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동신문은 화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악수한 것과 남측 평화의집 앞에서 진행된 환영 행사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2면에서는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은 김 위원장의 방명록 내용을 소개하면서 기념식수, 도보다리 위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간 대담 모습 등을 보도했다. 또 3면에서는 이번에 합의된 판문점 선언문이 그대로 실어 눈길을 끌었다. 노동신문은 이례적으로 “회담에서 북남관계문제와 조선반도평화보장문제, 조선반도비핵화문제를 비롯해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교환됐다”고 보도했다.

 

 

남한 비난 전혀 다루지 않아, 미국만 비판

 

4월29일= 4·27 판문점선언 이후 노동신문은 대남 비난 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다. 통상 맨 마지막인 6면은 대남 소식을 다뤄왔는데 4월29일자엔 특별한 뉴스가 실리지 않았다. 다만 미국관련 기사는 비중 있게 내보내고 있다. 6면 머릿기사로는 ‘미국식민주주의의 허황성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의 독자편지를 소개했다. 그 바로 옆에 ‘궁지에 빠진 섬나라족속들의 못난이짓’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 박철준 노동신문 기자가 쓴 ‘긴장완화에 역행하는 위험한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동신문은 “얼마 전 미국이 남조선(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간인들을 본토까지 소개시키는 훈련을 벌려놓은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분별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선전쟁은 미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이라는 일본 친북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하는 기사도 실어 눈길을 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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