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물고 물리는 울산시장 선거戰 갈수록 혼탁 양상
  • 울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4.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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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시장 친동생 비리 의혹 vs 송철호 후보 부적절한 사건 수임 '공방 치열'

 

부산·경남 광역단체장 선거와 함께 지방권력 교체 여부를 놓고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가 유력 후보끼리 물고 물리는 '네거티브' 캠페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공천된 김기현 현 시장이 친동생과 비서실장이 얽힌 '아파트 공사 개입 의혹'으로 지난 3월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상승세를 타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송철호 변호사가 '고래 고기 환부 사건'과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지난 1996년 광역시 승격 이후, 진보세력과 노동자측으로 결집된 '야도'(野都)에서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바뀐 울산의 '지방권력'이 23년 만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잇달아 터져나온 양 측의 치부에 대한 상대방 흠집내기 공방은 갈수록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왼쪽으로부터 민주당 송철호, 한국당 김기현, 바른미래당 이영희, 민중당 김창현 후보.

 

 

'악재' 따라 지지도 출렁…상호 비난戰 더 거칠어질 듯   


민주당 송철호 후보는 1980년대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과 관계도 각별하다. 노무현 정부시절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그는 잠시 정치권을 떠났다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로부터 직접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울산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송 후보의 선거 이력은 화려하다. 국회의원 출마 6번에다 시장 선거에 2번이나 나섰으나 모두 2위에 머물렀다.

 

그런 그가 지난 4월3일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뒤 울산시민의 지지도가 수직상승했다. 지난 2월 ubc울산방송이 실시한 '울산시장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1.6%를 얻어 김기현 시장(37.2%)에 크게 뒤졌던 송 후보는 지난 4월18일 부산일보의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41.6%로 급부상하며 김 시장(29.1%)를 크게 따돌렸다. 부산일보의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4월13일과 14일, ubc의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2월2일과 3일 이틀 동안 각각 실시한 결과다. 관련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송 후보의 상승세는 지난 3월16일 김기현 시장에 대한 한국당의 공천 발표와 동시에 시작된 김 시장의 친동생과 비서실장에 대한 경찰의 조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건설공사 사업시행권과 관련한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시장의 친동생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지난 3월30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소강국면에 머물러 있지만 언제 다시 탄력을 받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송 후보에 대한 '악재'가 불거졌다. 경찰이 고래고기 불법유통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밍크고래 21톤을 ​울산지검 검사가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고래고기 환부사건'의 변호인으로 송 후보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정우가 맡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말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사건을 법무법인이 수임한 것도 문제로 불거졌다. 

 

한국당은 지난 4월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송 후보의 변호사 사무장이 지난해 12월초 식당 주인 등 의뢰인과 계약 체결시 변호사 수임료로 5000만원을 받았다"며 "서민들에게 5000만원 수임료 받고 변호할거면 서민을 대변하는 인권변호사 얘기를 하지 말아야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송 후보가 선임료를 받은 뒤인 12월 말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과 만난 것은 사건 변호사와 담당 지방청 수장의 사적인 만남으로 또 다른 시빗거리가 될 것"이라며 "앞에서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뒷면'으로는 불법 포획한 고래고기를 판매한 업자를 변호하는 이중적 행태는 비도덕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4월30일에는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기획부동산 사건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말 울산 경찰은 개발이 불가능한 제주도의 땅을 개발될 것처럼 꾸며 쪼개 판매한 기획부동산 일당 15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며​ "송 후보가 400여 명이 넘는 피해자를 만든 기획부동산 사건의 피고인 변호를 맡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피해 규모가 221억원에 달하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울산의 주부나 노인, 아르바이트생 등으로 대부분 서민이 피해자라는 점"이라며 "인권변호사로서 시장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송 후보 측은 "변호를 맡은 사람은 고래고기 환부사건 피의자가 아니라 그 고래고기를 받아 장사한 식당 관계자이기 때문에 환부사건의 직접 피의자가 아니다"며 "변호사 수임료 5000만원은 상식적인 금액으로, 나중에 사건 관계자 1명이 구속된 것을 참작해 수임료를 모두 되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사기 사건 변호 수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다른 개인 변호사가 우리 법무법인(정우)에 입사하면서 자신이 수임한 이 사건을 가져왔고, 송 후보는 정우의 대표 변호사여서 이름이 올라갔으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두터운 보수층, 지난 대선 투표성향 변화 감지…"끝까지 박빙될 듯"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4파전으로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송철호 예비후보를 내세웠다. 한국당은 김기현 시장을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이영희 시당위원장, 민중당에서는 김창현 시당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1995년 제1기 민선 이후 지난 23년동안 보수정당이 계속 승리해 왔다. 한때 '노동운동의 메카' '노동자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면서 구청장과 시·구의원은 물론 국회의원 선거구 5곳 가운데 2곳에서 진보성향의 당선자를 배출하곤 했던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지역경제의 급성장 속에 보수 성향으로 점차 기울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 성향을 보면, 울산지역의 민심이 달라지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민주당 후보(문재인)에 대한 투표율은 38.14%로 18대(39.78%)와 비슷했지만, 18대에 출마하지 않은 정의당 후보(심상정)의 득표율(8.38%)을 감안하면 보수정당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박근혜)에 59.78%라는 높은 지지율을 보인 울산지역 유권자들은 19대 대선에서는 한국당에 27.46%의 지지를 보내는 데 그쳤다. 반면 바른정당(유승민 8.13%)과 국민의당(안철수 17.33%)에는 전국 평균보다 1.33% 높거나 4.07%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울산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북구와 동구지역을 제외하면 실제 ‘바닥민심’은 두터운 보수 성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끝까지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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