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가능성 적은 남북정상회담…'비핵화' 합의 실효성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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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실질적 이행에 대비해야"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이 실패할 가능성은 적다. 남·​북, 북·미의 사전 정지작업이 워낙 잘 돼 있는 데다 방해 요소도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물꼬를 튼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합의의 실효성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합의문을 도출하는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차분히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장이 공개됐다. 정상회담 테이블은 궁궐의 교각 난간 형태를 모티브로 하여 두 개의 다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으로 제작됐으며, 정상들이 앉는 테이블 중앙 지점의 테이블 폭을 2018mm로 제작, 한반도 평화 정착 실현을 위한 역사적인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담장 배경은 금강산의 높고 푸른 기상을 담고 있는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작품이 걸려있다. 전체적인 실내 인테리어는 한옥의 대청마루를 모티브로 전체적으로 한옥 내부 느낌이 나도록 조성했다. ©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4월25일 정상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 일대에서 북측 실무준비단과 합동 리허설을 진행했다. 남·​​북 실무준비단은 실제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모의 행사를 진행하고 각종 시설을 둘러보며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또 정상회담 당일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특히 역사적인 두 정상의 첫 만남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 위해 카메라 각도와 조도, 방송 시스템 등을 수차례에 걸쳐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급적 일정을 잡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같이 철두철미한 준비는 우려보다 설렘 가운데 진행되는 모습이다. 걸림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여야가 정쟁을 잠시 멈추고 초당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과 긴밀하게 사전 교감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24일(현지시각)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그들(북한)이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직접 들어왔다"며 "이는 전 세계와 북한, 한국, 일본, 프랑스, 그리고 모두를 위해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세계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회담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4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학원 등 시민단체가 주최한 남·​​​​북 정상회담 지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협상을 통해 평화로 나아간다는 거대한 조류에 북한이 이미 동참한 상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계속 협상 국면이 이어질 텐데, 이를 촉발시킨 우리 정부는 꽃놀이패를 쥐었다"고 평가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남·​​​​​북 정상이 큰 틀에서의 비핵화 원칙을 합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패 없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 정상 간 담판 가능성 낮아…'합의 이행 플랜'이 더 중요 

 

남·​​​​​북은 정상회담 3대 의제 중 평화 체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선 합의문을 마련했으나, 비핵화 부분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직접 만나 조율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계 역사를 보면 예기치 못한 전쟁보다 예기치 못한 평화가 더 많다"며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평화 정착을 향한 거보(巨步)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협의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본게임'인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논의를 여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정영태 소장은 "혹여 남·​​​​​북 정상이 비핵화 담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핵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면서 "비핵화의 기본 방향, 원칙, 자세 등 북한 의중을 확인하는 자리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윤덕민 전 원장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는 정도의 언급이 나올 듯하다"며 "4월27일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윤 전 원장은 앞선 1,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만큼 회담 자체보다 후속 조치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북한 지도자가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경우, 합의는 쉽게 되는데 이행 과정에서는 얘기가 달라졌다"며 "이번 정상회담 합의 내용만 놓고 흥분하지 말고,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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