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윤진아’ 통해 직장 여성들의 고충 느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8 15:56
  • 호수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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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사랑 중’인 배우 손예진

 

웃을 때마다 반달눈을 머금는 그녀는 올해 나이 서른여섯이지만 여전히 ‘예쁨’의 대명사이고, ‘청순의 아이콘’이다. 수많은 여배우들이 멜로에 도전했지만, 여전히 ‘멜로 퀸’이라는 수식어는 손예진의 것이라는 데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손예진은 요즘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동시에 ‘사랑 중’이다.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 역을 맡아 심장을 간질이는 로맨스로 여심을 대리만족시키고 있다. 스크린도 멜로 감성으로 물들였다. 소지섭과 호흡을 맞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250만 관객을 넘기며 개봉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관객몰이 중이다.

 

© 서울문화사 자료실·JTBC 제공


 

요즘 여기저기서 《밥 잘 사주는 누나》에 대한 얘기다. 어떤 역할인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그러니까 ‘윤진아’는 커피 전문점 매장을 관리하고 있는 슈퍼바이저예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이죠. 제가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을 통해 직장 여성들이 겪는 고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진아도 성숙해지고 단단해지고 있어요. 이 드라마는 30대 중반 여성인 진아가 가지고 있는 매너리즘과 직장 내 갈등, ‘밥 잘 먹는’ 준희와의 사랑 등을 그리고 있어요.”

 

 

드라마의 인기만큼 상대 배우 정해인의 인기도 대단하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에 브라운관을 통해 해인씨가 연기하는 걸 봤어요. 이 역할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직감적으로 했어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섰어요. 해인씨가 너무 어려 보여서, 상대적으로 제가 늙어 보일까 봐요(손예진은 82년생으로 두 사람은 실제 6살 차이가 난다). 근데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웃음). 저 역시 많은 여성분들처럼 ‘준희’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또 그런 ‘준희’의 모습이 굉장히 예뻐 보여요. 시청자들도 그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옆에서 본 정해인은 어떤 배우인가.

 

“나이에 비해서 동안인데, 내면에는 단단한 어른스러움이 있어요. 매번 농담처럼 ‘넌 조선시대 사람이니?’라고 물을 정도로 생각과 가치관이 바른 친구예요. 똑똑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많죠. 실제 외모와 행동이 역할과 너무 잘 어울려서 제가 연기에 몰입하기도 좋아요.”

 

 

어느덧 손예진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선배’ 연기자가 됐다. 데뷔 20년 차를 코앞에 뒀다. 그 세월 동안 연기적인 기술도, 현장에서 여유도 늘었다. 예전엔 자신의 연기에만 급급해 스태프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면 이제는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에너지를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다. 밥 많이 사줬나.

 

“사실 몇 번이나 제가 사주려고 했는데 (정해인이) 미리 계산하더라고요. 드라마 제목에 대한 압박이 있어서 두 번이나 사주려고 했는데 한 번도 못 샀어요. 해인이가 꽃등심을 사달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웃음). 연하남과의 연애요? 기회가 된다면(당연히). 하하.”

 

 

극중에서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고, 또 행복해하고, 그 속에서 성장한다. 손예진이라는 여자는 ‘진짜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나.

 

“그동안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면서 그 순간에는 ‘진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했던 사랑이 ‘진짜였나?’ ‘정말 그 사람을 사랑했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어요. 드라마에도 그런 대사가 있어요. ‘그동안 내가 만났다 헤어진 사람들이, 다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아.’ 대사를 하면서도 공감을 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고 그게 전부였는데, 헤어진 후 과거를 떠올리면 ‘내가 정말 사랑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얘기로 돌아가 보자. 영화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등을 통해 ‘손예진표 청순’을 보여줬던 그녀는, 영화 《작업의 정석》(2005), 《아내가 결혼했다》(2008), 《백야행》(2009), 《해적》(2014)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도전을 감행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손예진이 아니었다면 어떤 배우가 여주인공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이 영화에서 손예진은 ‘멜로 내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 © 서울문화사 자료실·JTBC 제공


 

멜로퀸이 말하는 ‘멜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랑 이야기는 배우들이 항상 꿈꾸는 지점이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야기죠. 배우들은 그래서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꿈꿔요. 한 번도 내 멜로적 이미지를 싫어한 적은 없어요. 나이가 들어도 멜로 이미지는 가지고 가고 싶어요.”

 

 

소지섭과 호흡은 어땠나.

 

“오랜만에 함께 촬영을 하는 거라 반가웠죠. 워낙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 참 좋았어요. 대중은 (소)지섭 오빠가 마초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오빠는 든든한 외형 이면에 투박함이 숨어 있는 사람이에요. 극중 오빠 역할인 ‘우진’과 닮았죠. 그래서 영화에서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상대 배우의 자연스러움은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미혼이지만, 극 중 아이를 둔 부모를 연기했다.

 

“친언니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왔어요. 조카가 지금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실제로도 조카와 많이 놀아주죠. 30대 초중반에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니까 조금씩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걸 고민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못 만난 것 같아요.”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이후에도 꾸준히 다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다행히도 계속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물론 가끔 위기도 오지요. ‘더 이상 연기가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무도 나를 안 불러주면 어떡하지?’라는 두 가지 걱정이 공존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좋은 작품을 보면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보여드릴 게 많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내면의 고민과 별개로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 한시도 쉬지 못해요. 계속 카메라 앞에 서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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