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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고난의 행군?’…정상회담 앞둔 北 ‘뒤숭숭’

[평양 Insight] 만성기근에 아사자 발생說까지…주민 배급망 사실상 붕괴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6(Mon) 14:24:00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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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역에 걸쳐 만성적인 식량난이 번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배급 중단으로 인해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특히 일부에선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단체 고위 인사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시에서도 식량부족으로 배급망이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물가 불안으로 장마당을 통한 식량과 식료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대홍수와 기근으로 북한 인구 2400만여 명 가운데 200만~300만 명이 굶어죽었다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언급한 참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정부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최근 실상과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와 차이가 난다. 통일부와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긴급구호를 받아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내구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근 수년 동안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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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FAO 2018 보고서, 북한 주민 41% 기근

최근 대북 특사단이나 예술단 방북 과정에서 평양을 다녀온 인사들도 북한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활기찬 모습이고, 주민들의 옷차림이나 표정이 밝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 보건 및 영양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도 아직 집행하지 않는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제기구 등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 경제 지표와 실상은 김정은 체제 아래서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월12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이 공동 발표한 ‘2018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북한 전체 주민의 41%에 해당하는 1050만 명이 지난해 기근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6년보다 50만 명 더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북한을 ‘외부로부터 식량 원조가 필요한 위기국가’ 37개 나라에 포함시켰다. FAO가 지난 3월 발표한 북한 식량 생산량 보고서는 북한이 수입이나 대북지원으로 확보해야 할 식량 부족분이 46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당국이나 전문가들의 판단과 달리 국제구호단체 등에선 북한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월 하순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집권 7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가장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는 형국이다.

눈길을 끄는 건 4월11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3기 6차 회의에서 다뤄진 북한 경제 관련 대목이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을 언급하면서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 것이 중심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외국의 좋은 문물이나 기술을 도입하도록 촉구하던 장면은 사라졌다.
 
올 예산안과 관련해선 국방비가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증가해 15.9%가 됐다고 발표한 점이 주목된다. 최근 수년간 최고인민회의가 발표한 북한 예산 집행 결과에 따르면, 16% 수준의 국방비(실제로는 은닉예산을 포함해 30% 정도일 것으로 정부 당국은 추산) 비중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는 5년 전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경제·핵 병진노선을 제시할 때의 언급과 차이가 난다.병진노선은 핵 보유로 탱크와 전투기·군함 등 재래식 무기를 살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국방비를 민생에 돌리겠다는 약속이다. 북한 스스로도 병진노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효과도 제한적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3월31일 병진노선 발표 5주년을 아무런 행사 없이 지나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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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개발에 경제정책 뒷걸음질 쳐”

김정은은 2012년 4월 평양 김일성광장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민생을 챙기겠다던 청년지도자 김정은의 약속에 주민들은 솔깃해했다. 김정은은 야심 찬 개혁 드라이브를 선보였다. 2012년 6월에는 노동당이 통제하는 공장·기업소 등 경제 단위에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6·28 개혁 조치를 선보였다. 이듬해 5월엔 경제개발구법을 만들어 중앙급 경제특구(5개)와 지방급 경제개발구(22개) 등 모두 27곳을 지정했다.

하지만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에 치중하면서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북제재의 파고 속에 북한에 투자를 하거나 교역 등에 나설 국가나 기업은 없었다. 그물망처럼  촘촘해진 대북제재는 해상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던 환적 행위까지 포착해 추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산소호흡기까지 떼인 형국이 됐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말 ‘국가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할 즈음 제재의 고통은 절정에 달했다. 그 충격파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이 전격적인 베이징(北京) 방문길에 나선 걸 두고도 서울·워싱턴과의 대화 문제를 중국 측과 사전에 조율하려는 목적과 함께, 대북제재의 숨통을 트려는 움직임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 측으로부터 긴급구호 성격의 식량이나 일용품·원유 등 체제생존에 절실한 물품을 조달하려는 포석이란 얘기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 수준의 지원확보 방안에 고심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북한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제재 해제나 긴급구호 성격의 식량·에너지 공급을 약속받는다 해도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에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실행하는 가시적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식량난에 이어 아사설(說)까지 제기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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