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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를 위한 ‘공매도’에 개인투자자들 분노

삼성증권 투자자들의 이유 있는 공매도 폐지 청원…“기관에만 유리한 제도 바로잡아야”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이석 기자 ㅣ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17(Tue) 14:27:33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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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금 지급을 위해 ‘1000원’을 입력해야 할 것을 ‘1000주’로 잘못 처리했다. 동시에 우리사주 계좌에 28억1000만 주가 새로 생겨났다. 이는 이 회사 발행 가능 주식 수를 30배나 뛰어넘는 수치다. 이른바 ‘유령주식’이다. 이 중 501만2000주가 시장에 실제 매도됐고, 삼성증권 주가는 일순간 곤두박질쳤다. 주가 급락에 놀란 일부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다시 시장에 내다 팔았다. 해당 증권사가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주가는 이내 급락 국면을 벗어났지만, 금융업계 전반으로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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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투기 세력과 결탁 가능성 조사

 

‘증권업계 희대의 사건’으로 불리는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이 외부 선물투자 세력과 결탁해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렸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주가가 급락할 당시 선물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 정황이 금융 당국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 16명의 휴대전화와 이메일, SNS 메신저 내용 등을 확보해 확인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금감원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증권 측은 서둘러 보상안을 발표했다. 구성훈 사장까지 나서 “피해 보상을 폭넓게 진행하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보상액 기준은 사고가 터진 4월6일 장중 최고가인 3만9800원으로 정했다. 요컨대 사고일 오전 9시35분부터 장 마감 때까지 매도했거나 재매수한 투자자에게 손해를 본 금액만큼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가 지불한 수수료나 세금까지도 삼성증권이 보전해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불과했다. 주식을 팔지 않은 나머지 주주들 역시 주식가치 훼손으로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삼성증권과의 주식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4월12일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금감원이 삼성증권에 대해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기관경고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연기금의 자금이 빠져나가면 삼성증권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로 공매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고, 불과 나흘 만에 청원자 수가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전산 입력 하나만으로 없던 주식을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관과 개인투자자 간의 불공정한 공매도 게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와 공매도 제도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도 공매도 제도보다는 부실한 증권사 시스템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 평가한다. 박병규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는 “삼성증권이 사고 당시 배당 착오된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공매도에 해당되기 어렵다. 또 직원들이 실제 개인 계좌에 입고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증권 사태에 공매도 폐지 요구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행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이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삼성증권 사태와 별개로 공매도 제도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현재 공매도 금지 청원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월11일 기준으로 공매도와 관련된 청원만 1295건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이후 올라온 글들이다. 삼성증권 사태가 공매도 제도 폐지 여론에 불을 댕긴 셈이 됐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한다는 뜻으로, 증권의 가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제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 발견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주가 버블’ 형성을 방지하는 이점 때문에 도입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다른 투자자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없는 주식을 시장에 우선적으로 내다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지급 불이행 우려로 국내에선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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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매도 금지 청원 20만 명 돌파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을 엄밀히 따지면 공매도가 아닌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타인의 주식을 차입한 상태에서 매도가 이뤄지는 공매도와 달리, 주식이 계좌에 실제 입고된 상황에서 주식이 매도된 까닭이다. 그렇다 보니 해당 매도 건에 업틱룰(up-tick rule·주식을 공매도할 때 매도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한 규정)도 적용되지 않았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의 문제 제기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공매도는 존재하는 주식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번 (삼성증권)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공매도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성격상으로 보면 사실상 공매도와 가깝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주식, 또는 없는 주식이 버젓이 시장에서 매도된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론상으론 어떤 증권사가 가공의 주식을 만들어내고 이를 시장에 매도한 다음, 결제일에 이 수량만 채워 넣으면 큰 문제가 없게 된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밝혀졌다”며 “이는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와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사태가 공매도 폐지 논란으로 번진 기저에는 한국 증권시장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많다. 그 중심에는 기관들의 공매도 행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데, 여기에 클릭 한 번만으로 유령주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며 “해당 사건이 공매도 제도 자체와는 큰 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투자자 불신 측면에선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제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개인과 기관이 공평하게 공매도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가보다 신용도와 자금 동원 능력에서 뒤처져 증권 차입이 쉽지 않다. 이 탓에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대차시장의 경우 기관투자가만 참여할 수 있다. 결국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처럼 공매도라는 칼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었고, 기관의 공매도 물량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했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포비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대표주인 셀트리온은 고질적인 공매도 탓에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적을 옮겼다. 코스피로 시장을 옮기면 코스피200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 개선 등을 통해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코스피에서도 공매도가 들끓었고,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셀트리온의 공매도 수량이나 방식이 비정상적이라며 적법하게 공매도가 이뤄지는지 조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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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도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곤욕

 

실제 기관이 공매도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공매도를 악용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적지 않게 나왔다. 증권사 출신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A증권사가 대차한 10만 주를 B증권사가 다시 대차하고, 이를 또 C증권사가 재대차했다고 가정했을 때 집계되는 대차잔고는 실제 대차잔고인 10만 주가 아닌 누적된 30만 주로 집계된다”며 “일부는 이를 이용해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꾸며 투자자를 겁준 다음 주식을 저가 매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도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일반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거나 진실을 파악하기 힘든 다양한 방식으로 공매도를 이용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는 사실상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매도 제도 폐지까진 아니더라도 금융 당국이 손을 봐야 할 요소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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