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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드는 ‘한한령’에 봄바람 부는 드라마와 면세점

中 사드 규제 해빙 조짐에 엔터·유통업계 반색…드라마·면세점업계 최대 수혜 기대

고재석·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13(Fri) 15: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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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 이어 한·중 관계에도 봄이 올까. 3월3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이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믿어주시기 바란다.” 사실상 사드 보복 철회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이 발언의 나비효과가 최근 산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빗장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관광객 감소로 시름시름 앓던 유통업계가 봄맞이 채비에 나설 조짐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단연 드라마가 최대 기대주다. 엔터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 일본에서는 수출단가가 예전만 못하고, 동남아에서도 화제성에 비해 단가가 높지 않다. 서구권은 아직 문화적 할인율이 커 완성품 수출 실적이 미미하다. 결국 캐시카우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적 할인은 특정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다른 시장에 수출됐을 때, 문화 차이 탓에 가치가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연구원도 “최근 자체 조사한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콘텐츠 1위가 응답률 50.4%를 얻은 드라마였고, 2016년에도 1위였다”며 “특히 한국 연상 이미지를 물으니 ‘뷰티’가 1위, ‘드라마’가 2위였는데 이는 맞물려 있는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한류가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한한령이 풀리면) 드라마가 가진 상품성이 다른 산업과 시너지를 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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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제츠 위원 발언 후 엔터주 급등세

 

주식시장은 누구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안다. 양 위원 발언 이후 처음 개장한 4월2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4.54% 급등세를 보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77명의 작가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 드라마 제작사다. 제이콘텐트리 주가도 3.18% 올랐다. 두 제작사 다 튼튼한 모회사(CJ E&M, 중앙그룹)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방송사 콘텐츠 수출 부서 관계자는 “방송사와 제작사 관계가 더 이상 ‘갑을’이 아니다. (한한령 이전에도) 아이치이 같은 중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국내 드라마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투자해 판권을 확보하고 있다. 제작사가 자본과 함께 중국 내 유통망을 스스로 확보하게 돼 방송사에 밀리지 않게 된 셈”이라며 “제작사가 좋은 작가도 먼저 계약해 버리니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 시장이 열릴수록 제작사 위상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한령이 현실 속 변수로 작동하는 사이에 되레 현지 업계 사정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에 유리하게 변모했다. NH투자증권은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의 올해 중국 판권 매출을 1개 작품당 각각 150억원, 100억원 수준으로 관측했다.

 

코스닥 시장이 양 위원 발언 이후 반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넷플릭스까지 드라마 판권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확보해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플랫폼 영향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는 이를 통해 투자유치 규모를 한껏 키울 수 있다. 중국 시장을 연결고리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드라마 업계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을 잘 만드는 편인데, 이런 장르가 가진 보편성이 아시아권에서 대중적 몰입을 키운다”며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미국 정서에 기반해 로맨스를 한국 드라마보다는 주변부로 다룬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를 확보하는 데는 이와 같이 아시아권을 노린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한반도로 실탄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한한령 해빙을 매개 삼아 국내 드라마 업계에 봄내음이 풍기고 있다.

 

사드 피해의 중심에 있던 유통업계도 양 위원의 발언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업계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한 한한령 탓에 연간 매출이 크게 악화됐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5조4539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국제 회계 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산점·김해공항점 제외).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99.2%나 줄어들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내점은 2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공항점에서는 1925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게 뼈아팠다. 2위 신라면세점은 매출이 3조5762억원으로 7.1%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583억원으로 26% 줄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은 1873억원이었지만, 43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두산이 운영하는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약 44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M면세점은 지난해 2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만 간신히 직격탄을 피한 모양새다. 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647억원, 146억원이었다. HDC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6819억원, 53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업계 “아직까지 긴장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업계가 줄줄이 고전을 겪은 까닭은 유커의 발길이 끊긴 상 황에서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및 특허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가장 넓은 구역을 차지하고 있던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부담으로 끝내 공항점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적자가 불어나자 지난해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다. 유커의 귀환이 간절했던 유통업계에 양 위원의 발언은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업계도 봄맞이 채비에 나설 조짐이지만 섣부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아직 중국 당국에서 발표한 구체적인 해제 방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회의론이 여전한 탓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양 위원 발언이 고무적이기는 한데 과거를 비춰봤을 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양국 관계개선 발표 때 한국 단체관광을 풀어준다고 해 놓고 아직까지 실질적인 액션은 없다”며 “당시 중국 내 여행 사이트에 한국 여행상품이 떴다가 1시간 내에 사라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계속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광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여유부에서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업계엔 여전히 부담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문화여유부)에서 아직 한국 여행 모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단체여행 패키지 수요 역시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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