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보석들이 숨겨져 있는 옹진군 이작도
  • 구자익 인천취재본부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1 14:36
  • 호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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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힐링, 옹진 섬]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모래섬 ‘풀등’…귀한 토종 해산물 ‘섭’ 맛도 일품

 

가수 이미자는 1966년 방송된 KBS 라디오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의 주제가를 불렀다. 주제가 제목도 ‘섬마을 선생님’이었다. 이 곡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은 영화 《섬마을 선생》으로도 제작됐다. 김기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1967년 개봉됐다. 이 영화의 주제가도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었다. 영화 《섬마을 선생》은 전체 분량의 90% 이상을 이작도에서 촬영했다. 그래서 이작도는 ‘영화의 고향’으로 불린다.

 

‘맛있는 힐링, 옹진 섬’의 다섯 번째 탐방지는 이작도다. 이작도는 두 개의 섬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섬 크기에 따라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로 나뉜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30분쯤, 차도선으로 2시간쯤 달리면 도착한다.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차도선도 2시간이면 대이작도에 들어선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는 200m쯤 떨어져 있다. 두 섬은 가깝기 때문에 생활환경이나 자연환경도 비슷하다. 이작도의 토속음식은 ‘갱(고둥)국’ ‘애각(바지락)탕’ ‘굴물회’다. 이들 중 갱국이 별미로 손꼽힌다. 갱국은 깨끗이 손질한 고둥을 생된장과 함께 으깨서 조리한다. 이작도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도 갱국 소리만 들으면 바로 일어난다고 한다. 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면 삶은 고둥 속살에 야채와 고추장을 곁들인 고둥비빔밥이나 고둥덮밥을 상에 내어놓기도 한다. 시원하고 새콤한 물회 양념에 자연산 굴을 넣은 굴물회도 별미다.

 

하늘에서 바라본 대이작도의 풀등 © 사진=옹진군 제공


 

이작도서 맛볼 수 있는 ‘갱국·섭탕·굴물회’

 

대이작도에서는 섭을 빼놓을 수 없다. 섭은 생김새가 홍합으로 불리는 지중해담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크기와 맛은 비교할 수 없다. 큼직한 섭의 속살에서는 진주도 나온다. 대이작도 사람들은 섭을 귀한 해산물로 여긴다. 섭은 물살이 빠른 바닷속 바위에서 자란다. 잠수부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채취한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크기가 10㎝ 이하인 작은 섭들이 자란다. 수심 10~15m쯤 들어가야 어른 손바닥만 한 섭을 채취할 수 있다. 잠수부가 채취한 섭은 대부분 40~60년쯤 된 것들이다. 섭 채취는 물살이 멈추는 정조(停潮) 시간에만 가능하다. 물살이 느린 조금 때는 정조시간이 20~30분쯤 되지만, 물살이 빠른 사리 때는 길어야 10여 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채취하기 어렵다. 뭍으로 내보낼 물량이 없다는 얘기다. 섭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채취한다. 잠수 작업이 어려운 한겨울에는 섭 맛을 보기 어렵다.

 

섭은 끊이면 끊일수록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섭 껍데기에서 국물이 우러나온다고 한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은 감동적이다. 섭탕을 끓일 때는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섭 자체에 바다 향과 간이 배어 있다. 특별한 재료도 넣지 않는다. 특히 향신료는 아예 넣지 않는다. 매콤한 맛을 낼 때는 청양고추와 파를 조금 넣는다. 섭을 맛보고 나면 국물에 칼국수 소면을 넣어 먹는다. 한 번 끊여 먹은 섭 껍데기는 재탕해서도 먹는다. 주민 정철호씨(59)는 “섭은 우리 바다에서 자라는 토종 해산물이다”며 “아무 때나 먹을 수 없고, 누구나 맛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이작도의 섭탕 © 시사저널 구자익


대이작도 고둥비빔밥 © 시사저널 구자익


 

옹진군은 대이작도의 ‘이작아일랜드맛집’(우럭튀김찜·소라무침·섭탕)과 소이작도의 ‘소이작식당’(우럭건작탕·소라회무침·수수부꾸미), ‘부영식당’(우럭회·우럭찜·소라무침)을 ‘청정옹진 7미(味) 음식점’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정부는 2003년 12월에 대이작도 주변 해역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신비의 모래섬으로 불리는 ‘풀등’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풀등은 수중 모래섬이다. 썰물 때면 3~5시간 동안 보였다가 밀물 때 사라진다. 곱고 단단한 모래로 이뤄졌기 때문에 여름철에 피서객들이 많이 몰린다. 바지락·비단조개·맛조개·골뱅이·고둥 등을 잡거나 일광욕·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풀등의 규모는 한때 1.8㎢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1.5㎢ 규모로 줄었다. 최근 30여 년간 인근 해역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했기 때문이다.

 

대이작도의 오형제바위 © 시사저널 구자익


부아산 정상 앞에 조성된 구름다리 © 시사저널 구자익


 

소이작도는 ‘힐링의 섬’으로 이름 붙여져

 

대이작도의 동쪽 끝에는 사승봉도를 바라보고 있는 ‘계남분교’가 있다. 이곳은 약 50년 전에 상영했던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다. 이미 오래전에 폐교됐기 때문에 폐허로 남아 있다. 옹진군이 관광명소로 살리려 했지만, 소유자의 이견으로 틀어졌다. 현재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였다는 기념비만 세워져 있다. 관광객 등이 출입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대이작도에는 부아산과 송이산이 있다. 총 4시간30분 정도 걸리는 바다산행 코스가 조성돼 있다. 특히 부아산은 해발 159m로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정상으로 가려면 길이 68m, 높이 7m 규모의 짜릿하게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부아산 정상에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부아정이 조성돼 있다. 인천 시내뿐만 아니라 승봉도·소이작도·사승봉도·덕적도·소야도·굴업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늑하고 깨끗한 큰풀안(장골)·작은풀안·목장골·떼넘어(계남) 등의 해변도 트레킹이나 물놀이하기에 좋다. 이들 해변은 아주 고운 모래가 깔려 있는 데다 바다 쪽으로 한참 들어가도 어른 키를 넘지 않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소이작도는 힐링의 섬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만큼 조용하고 풍경이 아름답다. 선착장에서 1.5㎞ 떨어진 거리에 ‘큰산’으로 불리는 언덕이 있다.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높낮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걷기 수월하다. 산책로 양쪽으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담한 약진너머해변과 벌안해변도 힐링하기에 좋다. 특히 벌안해변은 벌안마을 양쪽으로 자갈해변과 모래해변이 펼쳐져 있어 서로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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