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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영화에서 ‘체험’하는 영화 시대가 왔다

영화 《기억을 만나다》로 본 VR영화의 현주소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2(Thu) 16: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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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이 아닌 체험. VR(Virtual Reality)영화의 핵심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야는 이미 일찌감치 VR 전쟁에 뛰어들었고, 이제 기술은 실사영화의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 3월31일 개봉한 《기억을 만나다》는 세계 최초로 4DX와 VR을 결합한 사례다. VR영화 특수장비인 HMD(Head Mountained Display)를 착용하고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따라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공간을 ‘체험’하는 38분. 이것은 영화를 보는 전혀 다른 경험이며, 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시작된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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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VR영화

 

스토리로만 보자면 《기억을 만나다》는 특별할 것 없는 청춘 로맨스다. 뮤지션을 꿈꾸지만 번번이 좌절하는 우진(김정현)과 발랄한 배우 지망생 연수(서예지)의 사랑과 이별을 다루고 있다. 4DX와 VR 기술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바꿔놓았다. HMD 화면은 우진을 비추고 있지만, 관객이 조금만 고개를 돌린다면 뒤에서 우진을 바라보고 있는 연수를 목격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곁으로 지나가는 버스나 행인에게 한눈을 팔 수도 있고, 원한다면 이들의 방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지정된 화면을 바라봐야 하는 일반 스크린 영화와는 달리 360도의 풍경을 담는 VR영화에는 프레임(frame)의 개념이 없어서다. 4DX 기술도 적절히 몰입을 돕는다. 주인공들이 바다를 상상할 때 바닷바람이 관객의 볼에 와 닿는 식이다.

 

《기억을 만나다》를 연출한 구범석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로맨스 장르를 택한 이유를 ‘교감’이라고 밝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관객이 쉽게 교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를 VR로 푸는 것이 숙제”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오는 5월 열리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의 공식 마켓인 마르쉐 뒤 필름(Marche du Film)의 NEXT 프로그램 중 VR시어터 부문에서 공식 상영된다.

 

VR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소재와 화법은 무궁무진하다. 김진아 감독의 VR영화 《동두천》은 제74회 베니스영화제 베스트VR스토리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베니스에 앞서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작품이다. 주한미군 윤금이 살해 사건으로 대표되는 미군 기지촌 여성 문제를 동두천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시도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중간을 지향한다. 김 감독은 “관음이 아닌 체험이라는 점에서 VR은 재연 윤리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는 관객이 동두천의 으슥한 골목에서 기지촌 여성을 만나고 그의 소리를 듣는 체험 등을 통해 짧은 러닝타임(7분) 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도록 구성돼 있다. 기존 영화는 프레임과 숏으로 하나의 신(scene)을 만드는데, VR영화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대신 이 영화는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360도 화면처럼 사운드 스케이프 역시 360도로 제작해 사운드로 시선을 돌리고, 이전 장면과 다른 이야기를 끌어가는 식이다.

 

국내 VR 콘텐츠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 VR산업협회는 국내 VR 시장 규모가 2016년 1조4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작 지원 규모도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VR 콘텐츠 제작에 13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예산으로는 119억원을 책정했다. 상영관에서 VR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오는 6월 롯데시네마 잠실 월드타워점에 VR영화 상설 상영관이 개관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반군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주인공의 공포를 다룬 《나인 데이즈》, 1952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폭동 상황을 실감나게 구현한 《거제도: 제3의 전선》 등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VR영화들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을 통해 활발하게 발굴되고 소개됐다. 전통적 영화제인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 역시 VR 부문을 신설했다. 특히 선댄스영화제는 ‘뉴 프런티어’ 부문 신설 이후 영화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다양한 실험작들이 소개되는 대표적 경연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등에서 VR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바다 위 등대에 살던 소녀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려고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 《아르덴즈 웨이크(Arden’s Wake)》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최우수VR작품상을 수상하며 이 분야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외계인에 맞선 귀여운 전사들의 활약을 담은 연작 《인베이젼!(INVASION!)》과 《아스테로이드!(ASTEROIDS!)》도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참고로 이 두 작품은 용산CGV에서 《기억을 만나다》를 관람한 관객의 경우 상영관 앞 VR 부스에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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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콘텐츠 등 전방위로 뻗어가는 VR

 

세계 최대 규모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역시 VR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구글이 개발한 데이드림 뷰 헤드셋을 통해 유저들이 360도로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도 첫 시즌 방영 당시 VR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 VR은 이미 마케팅 툴로도 적극 활용되는 중이다. 가정용 VR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 마케팅에 뛰어든 회사 중 하나는 워너브러더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그것》(2017), 《콩: 스컬 아일랜드》(2017), 《덩케르크》(2017) 등 자사 영화 개봉 시 프로모션으로 VR 홍보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특정 공간에서 VR을 체험할 수 있는 ‘로케이션 VR’ 콘텐츠에 영화를 결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즈니의 경우 2015년 창립한 스타트업 ‘더 보이드’와 손잡고 최근 《스타워즈: 제국의 비밀》을 선보였다. 단순 판권 계약이 아니라 디즈니의 VR 전담부서, 디즈니 산하 VFX 전문기업인 ILM이 함께 개발한 프로그램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유저들은 직접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국군 스톰트루퍼가 되어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HMD뿐 아니라 특수제작 의상 착용으로 스톰트루퍼의 갑옷 무게까지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이 콘텐츠가 눈길을 끄는 건, 디즈니가 준비 중인 향후 VR 콘텐츠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2019년 개관을 앞둔 디즈니의 대형 테마파크 ‘스타워즈: 갤럭시 엣지’의 밑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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