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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처럼 커피에도 ‘암’ 경고문이?

커피·감자칩 등 ‘발암 가능 물질’ 함유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게 현명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2(Thu) 12: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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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처럼 커피에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이라는 판결이 미국에서 나왔다. 커피 속 발암물질 때문인데, 일반인은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 할지 걱정이다. 이 물질은 동물실험을 통해 암과 관련성이 확인됐고, 사람에서도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이 물질의 섭취를 줄이는 편이 이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커피로 암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를 보진 못했다”며 “반드시 발암물질 때문이 아니라도,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적정량, 그러니까 하루 3~4잔을 넘기면 우리 건강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여러 연구의 결론이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의 경우 그 물질이 들어 있는 음식을 과하게 먹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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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서 암 유발 확인…사람 대상 연구 중

 

3월2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이 스타벅스 등 커피 회사에 “암 경고문을 붙이라”고 판결한 것이 이번 논란의 발단이다. 2010년 미국 시민단체(CERT)가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 등 90여 개 커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지 8년 만의 판결이다. 이 시민단체는 “커피를 볶을 때 생성되는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는 1990년 캘리포니아 법률이 정한 발암물질 목록에 등재돼 있다”며 “이 물질이 있는 식품을 시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미 40여 개 업체는 소송을 포기하고 경고문을 부착하기로 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백색·무취의 화학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물질을 신경독성물질로 규정했고,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1950년대 이 물질은 식수의 불순물 제거제, 화장품의 피부연화제, 종이 강화제, 접착제 등에 사용돼 왔다. 스웨덴 국립식품청은 2002년 탄수화물이 많은 식품을 120도 이상 고온에서 조리한 음식·빵·커피·감자칩·감자튀김 등에서도 이 물질이 생긴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후 아크릴아마이드 함유 식품을 섭취하면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DNA 변형을 일으켜 발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수차례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미국 국립독성학연구소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2013년 음식 속에 든 이 물질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미국암협회는 “커피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전부터 커피는 암을 일으킨다거나 암을 예방한다는 등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해물질에 유독 까다로운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커피에 암 경고문을 붙이자, 커피를 그만 마셔야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었다. 현재로서는 이 궁금증에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IARC는 이 물질이 자궁내막암, 난소암,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 연구 중이다. 따라서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인적으로 아크릴아마이드 섭취를 줄이는 게 현명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남녀노소 누구나 이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감자튀김이나 과자류를 많이 먹기 때문에 성인보다 아크릴아마이드 섭취량이 2배 정도 많다. 이 물질은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고, 산모의 모유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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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가능 물질, 감자칩·감자튀김에 더 많다

 

사실 아크릴아마이드는 커피에만 있는 물질은 아니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곡물과 같은 전분이 있는 음식을 고열에서 조리할 때도 생성된다. 특히 음식을 튀기거나 굽거나 볶을 때 많이 생긴다. 예컨대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튀김과 감자칩에서 많이 검출된다. 이 때문에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감자 제품에 아크릴아마이드 경고문을 붙이기 시작했다. 식품공학 전문가인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커피보다 다른 음식을 통한 아크릴아마이드 섭취가 많다. 또 담배와 접착제 등 음식이 아닌 제품에도 이 물질이 있다. 따라서 커피 섭취만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2016년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의 아크릴아마이드 오염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감자칩·감자튀김·비스킷·시리얼·커피 등에서 이 성분이 검출됐다. 검출된 양은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자칩·감자튀김의 경우 최고 159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0분의 1mg)/kg, 커피류(커피믹스 포함)는 최고 818μg/kg이었다. 식약처는 유럽연합(EU) 등이 설정한 국제적 권고치에 맞춰, 식품 중 아크릴아마이드양을 1000μg/kg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담배 속에 발암물질이 있어도 흡연하는 사람이 있듯,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며 “오랜 세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를 하루아침에 퇴출할 수는 없다. 개인이 그런 음식 섭취를 조금씩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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