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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르포] 라돈 농도 ‘전국 5위’ 강원의 한 초등학교

‘청정지역’ 강원도의 학교가 라돈에 더 위험하다

박소정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9(Mon) 16: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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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다르다.’ 지난 4월4일 서울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 한 시골마을의 첫인상을 코로 먼저 느꼈다.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오가는 차가 드물어 매연 냄새에 찌든 콧속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낡았지만 운치 있는 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곳이다. 기준치의 열 배 이상 되는 1485.6베크렐(Bq)/㎥의 라돈이 측정됐다. ‘저곳의 공기도 이렇게 상쾌할까.’ 떨리는 마음이 들었다.

 

40년 정도 된 학교 건물 외부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내부는 신설 학교처럼 깨끗했다. 12명이 전교생인 학교 건물은 단출하게 2층이다. 1~4학년은 1층에서, 5~6학년은 2층에서 활동한다. 학생들은 두 학년씩 모여 옹기종기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날 교실의 창문은 꽁꽁 닫혀 있었다. 취재하는 반나절 동안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라돈 저감에는 환기가 효과적이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작은 균열과 틈으로 라돈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

 

학교 측에 라돈 농도를 낮추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물었다. 교육부는 600Bq/㎥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학교에 환기 강화 및 시설 개선 등 저감 조치를 주문했다. 담당자는 “하루 두 차례 30분~1시간씩 환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벽돌 건물이라 저감시설 설치는 곤란하다”며 “학생 수가 12명인 소규모 학교라 새 시설을 들여놓는 게 부담도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 학교는 3월19일부터 수동형 측정기로 다시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해 측정했던 3~4학년 반에서 1~2학년 반으로 올해 수동형 측정기를 옮겨 달았다. 학교 관계자는 “90일간 지켜보고 그 이후에도 라돈 농도가 높게 나오면 2차 정밀 측정을 할 예정이다. 결과를 보고 향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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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인정하는 위험 수치 또 나와

 

현재 강원도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3월부터 수동형 측정기를 설치해 다시 라돈 점검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결과에 바로 대응하기보단 올해 제대로 측정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작년 라돈 측정을 (수치가 높게 나오는) 동절기에 했다”며 “(과대평가됐을 수 있는) 작년 결과만 보고 예산을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런 강원도교육청의 입장은 공문을 통해 지역 내 학교에 알려졌다. 강원도 내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작년 측정 결과는 측정 시기와 측정 교실 선정 등이 상이해 재측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당국 스스로 작년의 라돈 측정에 문제가 있다고 시인한 셈이다.

 

측정 시기와 환경이 바뀌면 라돈은 권고 기준치 아래로 내려갈까. 실시간 라돈 농도 측정기를 사용해 해당 학교 1층 화장실의 라돈 수치를 재봤다. 결과는 624Bq/㎥. 기준치 148Bq/㎥의 4배 이상으로 정밀 점검을 요구하는 2차 측정 대상 기준인 600Bq/㎥도 넘는 수치다. 학교 측의 완강한 거부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 내 라돈 수치는 측정해 볼 수 없었다. 이 지역의 라돈 수치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닐까. 한 주민의 협조를 얻어 학교 인근에 위치한 1층 가정집의 라돈 수치를 쟀다. 밀폐된 방에서 잰 라돈 수치는 104Bq/㎥이었다.

 

이날 학교 핵심 관계자 외에 라돈을 아는 학생, 주민은 없었다. 한 학생은 “라돈이 뭐예요. 몰라요”라고 말했다. ‘환기를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는 “더우면 잠깐 창문을 열지만 예전보다 환기를 더 자주 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학교 주변에서 인터뷰한 한 학부모는 “라돈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 이게 학교에서 왜 검출돼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라돈에 대한 설명을 하자 “애들이 그런 것에 노출돼 있다니 끔찍하다. 시골이라 안전하다고만 생각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교사들마저도 라돈 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한 듯했다. 쉬는 시간에 잠깐 대화를 나눈 한 교사는 “라돈이 발암물질인가요?”라고 물었다. 이 학교는 작년 라돈 측정 결과나 후속조치를 따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그런 지침은 없었다”며 “굳이 알렸다가 괜히 학부모들의 걱정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빨라도 내년까지는 라돈에 속수무책

 

단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사저널은 교육부가 고농도 라돈으로 인정하는 600Bq/㎥ 이상이 검출된 강원도 내 학교 19곳에 전화를 걸어 후속조치를 물었다. 조사 결과, 저감시설을 새로 설치했다고 대답한 학교는 4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학교들은 예산 문제 등으로 난감하다고만 답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라돈 문제가 공론화돼서 정부 등에서 저감시설 설치에 도움을 주면 모를까 예산 문제로 당장 해결은 할 수 없다”며 “기사화되면 모든 책임을 학교에 물을까 걱정”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환기조차 쉽게 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학교의 라돈 관리 담당자는 “초미세먼지가 걱정돼 환기를 잘 못한다”며 “공기청정기라도 구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가 라돈 문제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적지 않은 학교의 라돈 담당자는 “저희 학교가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측정 결과를 100%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측정한 장소가 제일 환기가 되지 않는 곳이라 그렇다” “환기를 잘 안 하는 겨울철에 측정해서 그렇다” 등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당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작년 라돈 측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건 아니지만, 저희는 재측정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재측정 후 시설개선 등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예산이 올해 잡혀 집행돼도 저감시설 설치는 내년에나 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청정지역 강원도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라돈에 그대로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걱정됐다.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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