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방불케 하는 김해 주촌·선천지구 개발사업
  • 경남 = 서진석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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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주촌도시개발 조합원 "수십억원 재산 손실" 호소

 

“어느 바보가 주차장만 마련되면 높이 제한 없는 건물을 지을수 있는 상가를 4층까지 밖에 건축하지 못하는 주거지역 토지로 바꾼다는 데 네 알겠습니다라고 서명을 하겠습니까

경남 김해시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 사업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른자위 땅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거액의 재산 손실을 입었다는 안정자(여·62·김해시 내외동)씨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 선천 도시개발사업은 조합원들이 보유한 약 132(40여만 평)의 토지를 주택지 상가용지 등으로 개발한 뒤 지분에 따라 개발된 토지를 돌려주는 사업이다조합은 지난 2007년 설립 등기를 하면서 개발 비용과 공공시설 조성 등을 위해 권리 면적에서 52%를 제하고 48%의 토지를 돌려주기로 결정했다100의 토지를 보유한 조합원은 48를 가져가는 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촌 풍경이었던 이 지역은 현재 곳곳에서 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돌려받는 땅의 면적은 줄어들었지만, 1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뽕나무 밭이 바다가 아닌 콘크리트 빌딩 숲으로 변하면서 엄청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곳이다.

 

주촌 선천지구 조합 공사현장. 건축중인 아파트는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 서진석 기자

평당 10만원대 땅이 몇년새 1000만원대 '천정부지'

 

인근 부동산사무소 등에 따르면, 절대 농지가 대부분이던 이 지역은 현재 3.3700~1500만원을 호가한다.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김해시의 유사한 토지의 시세는 3.350~70만원에 불과하다. 이 가격을 10년 전으로 되돌리면 주촌·선천지구의 과거 시세가 예상되고 이를 다시 현재 호가와 비교하면 백억대 부자가 엄청나게 탄생했다는 항간의 입방아도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하지만 15개 점포를 운영하며 상당한 월세 수입을 올리던 이곳 조합원인 안정자씨는 상가지역이 주거지역으로 변하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에 내몰렸다. 6차선 도로와 접하던 건물의 주 출입로가 반대 방향으로 개설되면서 몇 ㎞를 돌아가야 하는 상황 돌변으로 개발이익은커녕 손해를 감수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안씨는 땅이 2종 일반에서 1종 일반으로 변경돼 건축제한을 받는 등 중대한 결정사항을 조합측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냈지만 최근 패소했다. 결정적 원인은 안씨가 공람자 명부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종 변경과 환지 결정 등 중요 사항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씨는 이와 관련, 재산 가치 하락을 결정짓는 문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며 무슨 세미나한다고 해서 참석했다가 단순한 출석확인이므로 부담 없이 서명하라고 해서 사인을 했는데 떡 하니 공람자 명부에 이름이 올라있었다"고 주장했다. 

 

대리 서명 의혹을 받고 있는 공람자명부 ⓒ 시사저널

 

'이의신청' 기초자료 공람자명부 조작 흔적 곳곳


그런데 최근 안씨가 1심에서 패소한 중요 증거로 작용한 공람자명부의 효력을 의심하게 하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한 사람이 여러 토지에 대해 공람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사한 필체의 서명이 자주 보일 뿐만아니라 부산으로만 기재돼 있거나 ‘○○병원으로만 서명이 이뤄져 병원 직원인지 환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도 발견됐다.

 

공람자명부는 자신의 땅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문서다. 주천선천지구 이승용 조합장 또한 재산 가치를 결정하는 문서이므로 공람 과정도 중요하고 공람 명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사 서명 의혹과 관련, 조합 관계자는 처남, 매부 사이에 대신 서명한 경우와 친구를 시켰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며 대리 서명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80여명의 이의신청자 중에 부산’ ‘○○병원으로 서명한 사람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렇지만 대리서명자가 몇 명인지 그리고 이들 중에 이의신청을 한 사람은 없는지, 약식 공람을 하면서 왜 반드시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지참하라고 안내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공람자명부는 관청에 제출하는 필수서류는 아니지만 이의신청서는 인가 필수 요건이다. 조합원들이 공람을 하고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람해야 하기 때문에 부실한 공람자명부에서 출발한 이의신청서도 근거와 효력이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씨의 주장이다.

 

김해시는 이같은 조합원과 조합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공람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조합측이 알아서 진행하는 절차라며 공람자명부의 신뢰도는 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조합 임원·대의원, 환지 더 받은 특혜 의혹

 

주촌·선천 지구 도시개발사업은 52% 감보로 결정됐다. 그런데 환지 당시 약 65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상당수가 본인 권리 면적을 초과해 환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논란거리다. 특히 과다 환지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개발 주체인 조합의 전·현직 임원이나 대의원으로 파악됐다. 특정인에게 재산상 이익을 준 ‘특혜’ 여지의 흔적이다.

 

김해시와 환지회사 등에 따르면, 과다환지가 의심되는 전·현직 조합 간부 20여 명 가운데 총 9명이 최저 17에서 최대 316를 과다환지 받았다. (초과분 면적이 10이하인 경우 제외환지회사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 본인의 토지가 시장, 도로, 공동주택지에 포함돼 다른 곳으로 비환(飛換)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의 A 대의원은 무허가 불법 건물에서 식당을 했다는 이유로 감보율을 5%만 적용해 95%를 받았고 전 조합 임원 B씨 또한 자신의 건물과 인접한 불법건축물을 전체 면적에 포함시켜 추가로 과다 배분 받았다이와 관련, 담당 환지사는 불법·무허가 건물을 따지기 전에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 곳은 1급지로 산정해 95%를 적용했다면서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려는 편법·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1평에 1000만원 호가하는 땅을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준다면 고마운 일이고 바로 그것이 특혜라고 지적했다.

 

 

제보자 "김해시, 복마전 방불케하는 도시개발사업 방관"

 

과다분의 처리 방법도 풀어야할 숙제다. 초과분은 감정 평가를 통해 상응하는 금액을 조합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대상자들이 경제 상황 변화 등으로 토지 대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거나 초과분을 포기할 경우에는 공매를 하는 등 처리과정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이미 매매 계약이 체결됐을 경우에는 특약 등으로 추후 발생할 부담을 확실히 해 분쟁의 소지를 남기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과도분은 감정평가를 통해 해당 금액을 추징할 것이고 돈을 내지 않으면 등기를 못한다면서 또한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 가격으로 평가가 이뤄질 것이므로 특혜소지는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과도분은 나중에 포기를 해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으므로 일단 많이 받아두면 유리한 것이 사실이고, 이 점이 논란거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대리 서명·과다 환지 등과 관련해 제보자인 안정자씨는 도시개발법에 시청은 조합이 사업을 잘 진행하는지 챙겨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각종 의혹으로 복마전을 방불케하는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 사업에 김해시는 손을 놓고 있다”고 김해시를 성토했다. 

 

도시개발법 제75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시행자 지정, 조합 설립 인가, 실시계획 인가, 환지계획을 인가받은 자와 규약 · 시행규정 또는 정관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시장 · 군수 또는 구청장은 시행자 지정 또는 실시계획 인가 등을 취소하거나 공사의 중지 등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하거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한편,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오는 930일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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