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공급과잉 우려 현실로 나타날까
  •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 (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03 13:15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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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대한유화 등 2분기부터 영업이익 감소 예상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업황 호조를 누리고 있는 화학업계지만, 올해는 조심스럽게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느 산업이든 업황에 등락이 있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기 마련인데, 문제는 시점이다. 화학업계 일각에서는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3월 들어 화학제품 가격이 전월에 비해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부 제품의 재고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신규제품 수요는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석유화학업종의 이익 가늠자인 스프레드(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대교에서 바라본 울산 석유화학공단 공장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화학제품 스프레드 혼조세…일시적 조정?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는 범용 수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의 스프레드는 3월 중순 기준으로 전월 대비 각각 1.8%, 3.1% 줄었다. 자동차 내외장재로 활용되는 합성수지(ABS) 스프레드는 16.9% 떨어졌다. 화학섬유의 원료인 에틸렌글리콜(EG)과 자동차 타이어에 사용되는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의 스프레드는 전월 대비 각각 19.7%, 19.8%나 하락했다. 건자재 원료로 사용되는 프로필렌옥사이드(PO) 제품 스프레드는 지난달보다 8.8% 줄었다. 반면 PVC와 카프로락탐, 고순도텔레프탈산(TPA), 가성소다, 페놀유도체(BPA) 등의 스프레드는 개선되는 모습이다.

 

국내 화학업체들의 실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NCC(납사크래커) 마진은 일단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톤당 486달러 수준에서 올해 2월에는 514달러로 상승하더니, 3월 들어서는 525달러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업황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업체들로부터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탓이다. 3월12일 미국 화학업체 쉐브론필립스케미컬은 연산 150만톤 규모의 ECC(에탄크래커) 설비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4분기에 가동 예정으로 투자가 진행됐으나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가동이 늦어졌다.

 

북미 업체들도 최근 ECC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쉐브론필립스케미컬의 설비는 다우듀폰의 연산 150만톤 설비 등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자연재해로 가동이 늦어진 설비 중 하나다. 쉐브론필립스케미컬의 설비는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가동을 시작했다. 당초 지난해 말 미국에서 가동될 예정이었던 프로젝트 가운데 신테크의 연산 50만톤 설비와 포모사플라스틱의 연산 120만톤 설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석유화학 시장에서 제품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화학업계에서는 일단 제품 수요 역시 견조하다는 이유로 당장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상이고 실제 가동 후에도 수요가 받쳐줄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전방산업에서는 수익악화로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반면 늘어난 ECC 설비는 가동을 대기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사솔의 150만톤 규모 설비, 웨스트레이크와 롯데의 연산 100만톤 설비가 가동을 예고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틸렌 가격은 420달러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가격이 낮은 미국산 에틸렌의 아시아 유입이 임박했고 4월 에틸렌 가격 폭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1977년 준공된 남해화학공장은 연 70만톤의 복합비료를 생산해 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이다. © 시사저널 포토


 

북미 ECC 증설로 연말 공급과잉 가능성

 

ECC 공정은 NCC 공정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유리한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업계에서 기초유분 생산공정은 원료에 따라 납사를 이용한 NCC 공정과 석탄을 원료로 하는 CTO(Coal to Olefins) 공정,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ECC 공정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는 NCC 공정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원료인 납사(나프타)에 열을 가해 탄화수소로 분해한 후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한다. 납사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연동되고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ECC는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만든 뒤 에탄가스를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과거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납사보다 높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낮았으나 최근에는 저가의 셰일가스 생산으로 NCC보다 싼 가격에 에틸렌을 생산해 낼 수 있다. 북미 대륙을 중심으로 ECC 증설이 이어지는 이유다.

 

통상 화학업계에서는 ECC와 NCC 간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OGR(Oil 대비 Gas 비율)을 사용한다. NCC는 원유에서 원료를 확보하고, ECC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에틸렌 공급가격에서 NCC가 ECC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상 원유 가격이 가스에 비해 6배 이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저가의 셰일가스 영향이 건재하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체들의 분기별 실적은 하향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 NCC 보유 업체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등이다. 이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LG화학을 제외하고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등은 2분기부터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LG화학 역시 올해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18년에는 미국 ECC의 완공 및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2016~17년 대비 수익성이 하락할 전망”이라며 “다만 재무 건전성이 열악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어 잠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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