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손흥민 시대…‘몸값’ 1000억 넘어서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9 14:35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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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맹활약, 최고 시즌 경신하며 월드클래스로 도약

 

3월11일 본머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은 물오른 기량을 증명했다.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토트넘은 전반 35분 델레 알리가 동점 골을 만들어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후반은 손흥민의 원맨쇼였다. 후반 17분 발리슛으로 역전 골을 만든 데 이어 후반 42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골키퍼를 제치며 쐐기 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추가시간에 터진 오리에의 골까지 더해 4대1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은 토트넘의 원정 팬 앞으로 달려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유로운 골 셀레브레이션을 했다. 자신도 이날의 활약에 충분히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스퍼스(토트넘의 애칭)의 밝은 날이다. 손흥민은 그들의 태양이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의 성(SON)이 발음상 태양(SUN)과 비슷한 데서 착안한 표현이었다.

 

본머스전(戰) 멀티 골로 손흥민은 리그 12호 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8위로 올라섰다. 에당 아자르(첼시), 웨인 루니(에버턴),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 시티), 알렉시스 산체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손흥민의 아래에 있다. 시즌 18호 골을 달성, 지난 시즌 세운 한 시즌 개인 최다 골(21골) 기록 경신도 시간문제다. 시즌이 2개월 가까이 남았기 때문이다.

 

본머스전은 손흥민이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경기이기도 하다. 로치데일전(FA컵), 허드스필드전(프리미어리그), 유벤투스전(챔피언스리그)에서 넣은 5골을 포함해 4경기 7골의 엄청난 상승세다. 토트넘의 간판 공격수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인 해리 케인이 본머스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우려는 크지 않다. 손흥민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현지 언론도 “토트넘이 최근 10경기에서 7골을 넣은 케인을 잃었지만, 그들에겐 4경기에서 7골을 넣은 손흥민이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손흥민이 3월7일(현지 시각)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다재다능한 손흥민은 7골을 각기 다른 패턴으로 넣었다. 돌파, 침투, 크로스, 중거리 슈팅을 루트로 활용했고 오른발과 왼발, 머리를 골고루 이용했다. 올 시즌에는 ‘도움’ 숫자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리그에서 4도움, FA컵에서 3도움, 리그컵에서 2도움으로 총 9도움을 기록 중이다.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도움이다.

 

도움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보통 공격수가 전성기에 들어서면 골을 능숙하게 넣는 것을 넘어 적절한 판단력과 시야를 갖춘다고 한다. 최상의 타이밍에 동료를 위해 패스해 주고, 결정할 수 있을 때는 강력한 이기심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영국 현지에서 손흥민을 평가하는 최상의 덕목은 좌우 양발을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부친 손웅정씨로부터 집중 교육을 받은 손흥민은 양발 슈팅에 능하다. 어느 지점에서도 골키퍼가 막기 힘든 슈팅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빠른 돌파와 정교한 터치는 그를 유럽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격수로 만든 자산이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만 3번을 차지한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인 티에리 앙리는 손흥민의 팬으로 유명하다. 유명 축구 방송의 패널로 나설 때마다 일찌감치 손흥민의 대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앙리는 “왼쪽, 오른쪽, 중앙 모두 뛸 수 있는 공격수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많은 것을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됐다”며 경기를 지배하고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공격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골을 결정짓는 선수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로

 

역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인 크리스 서튼은 본머스전 직후 BBC방송에서 손흥민을 극찬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아스널을 거쳐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칠레 국가대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와 손흥민을 비교했다. 산체스는 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와 함께 남미를 대표하는 선수다. 서튼은 “나라면 산체스 대신 손흥민을 택하겠다. 환상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고 성실하며 다재다능하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의 가치는 이미 아시아 수준을 넘어섰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약 390억원)를 받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손흥민의 몸값은 수직 상승했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세계 축구 이적 시장 가치를 매달 발표한다. 지난 1월 7260만 유로(약 956억원)를 기록한 손흥민은 2월에는 23.3% 상승한 8320만 유로(약 1100억원)로 평가받았다. 이 발표로 손흥민은 1000억원을 넘어선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 전체 평가에서도 세계 50위 안에 진입했다. 연일 맹활약이 이어지자 3월 발표에서는 8650만 유로(약 1143억원)로 몸값이 높아졌다.

 

 

우상 호날두에 다가선 ‘손날두’의 가치

 

이제 손흥민의 가치와 활약은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교된다. 최근 챔피언스리그를 중심으로 다시 활약 중인 호날두는 CIES가 측정한 가치에서 9130만 유로를 기록 중이다. 스타일상 유사함은 있지만 아시아의 공격수를 현 발롱도르 수상자인 호날두와 비교한다는 것만으로 일대 사건이다. 영국의 BT스포츠는 아예 손흥민의 유니폼 등에 있는 이름을 호날두에 빗대 손날두(SONALDO·SON+RONALDO)로 바꾼 이미지를 올려 큰 화제가 됐다.

 

호날두는 손흥민이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여긴 선수다. 빠른 발과 양발을 이용한 강력한 슈팅이 닮았다. 비교될수록 손흥민의 가치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손흥민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유벤투스 등 유럽 내 강팀을 상대로 중요한 골을 터트리며 수준 높은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차례 증명했다.

 

토트넘과 잔여 계약이 2년 남은 손흥민은 벌써 올여름 재계약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활약으로 유럽 내 가치가 치솟으며 이적설도 제기된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이지만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 등 동료들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손흥민도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 변수는 둘이다.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월드컵과 8월에 열릴 자카르트-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병역 혜택을 더하며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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