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자연산 굴 밭으로 이어진 옹진 자월도 해변
  • 인천 = 구자익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9 09:06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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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힐링, 옹진 섬] ‘붉은 달빛’의 전설을 간직한 섬 자월도 탐방

 

밤하늘의 달은 전통적으로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달빛에 안녕을 빌었고 풍요를 기원했으며 사랑을 고백했다. ‘맛있는 힐링, 옹진 섬’의 세 번째 탐방은 ‘붉은 달빛의 전설’을 간직한 섬 자월도다.

 

섬 이름에는 ‘자줏빛 자(紫)’자와 ‘달 월(月)’자가 붙여졌다. ‘조선시대 관가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섬으로 귀향 온 첫날 밤에 보름달을 보면서 억울함을 호소하자 달빛이 붉게 변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자월도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차도선(차량을 싣고 운항하는 선박)과 쾌속선이 각각 하루에 한 차례씩 왕복한다. 차도선은 1시간20분쯤, 쾌속선은 1시간쯤 달리면 자월도 달바위선착장에 도착한다. 또 안산시 단원구의 방아머리항여객터미널(대부도)에서도 1시간이면 자월도에 들어선다. 차도선이 하루에 한 차례씩 왕복한다.

 

자월도 장골해변 © 사진=옹진군 제공


 

갯벌에 낙지·바지락·굴 등이 지천

 

자월도에는 선박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거의 없다. 대부분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한 ‘이강망어업’ 방식으로 우럭이나 광어 등 물고기를 잡는다. 밀물에 밀려들어온 물고기가 썰물에 빠져나갈 때 그물에 걸리게 하는 어업 방식이다. 이렇게 잡힌 물고기는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육질이 더 담백하고 쫄깃하다.

 

물이 빠지면 넓게 드러나는 갯벌에서 해산물을 얻는다. 갯벌엔 낙지와 바지락, 굴 등이 지천이다. 굴은 날씨가 쌀쌀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제철이다.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많고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특히 타우린 성분이 많다. 타우린은 뇌 세포가 변형되지 않고 활성화되도록 돕고, 피로를 회복시키는 아미노산이다. 생굴 100g에는 에너지 드링크 한 병에 버금가는 타우린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은 또 고혈압 등 각종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한다. 아연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아연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이 때문에 굴은 남성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손꼽힌다. 굴은 여성의 피부미용에도 좋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피부에 수분을 보충하고 보습력을 향상시킨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 ‘생굴탕’

 

자월도 해변은 온통 자연산 굴 밭이다. 지난 2014년에는 굴이 잘 자라는 특성을 이용해 독바위 오른쪽 해변에다 자연석을 깔아 5ha 규모의 굴 양식장을 조성했다. 양식 굴이지만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기 때문에 수중에서만 자라는 양식 굴보다 맛과 품질이 훨씬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월도에는 굴이 흔한 만큼 굴 요리도 많다. 꼭 먹어봐야 할 굴 요리는 ‘생굴탕’이다. 생굴탕은 강된장이 연상되는 ‘밥도둑’ 요리다. 자연산 굴 한 움큼에다 진한 봄 향기가 묻어나는 냉이와 톡 쏘는 매운맛이 나는 달래, 표고버섯·팽이버섯·새송이버섯·호박·감자·양파·고추 등을 넣고 자작자작하게 끊여 내면 완성된다. 밥에 얹어 비벼 먹으면 콧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장골펜션식당을 운영하는 이정주씨(여·64)는 “청정해변에서 나는 자연산 굴에다 때 묻지 않은 들판에서 자란 야채로 조리한다”며 “생굴탕은 건강한 음식이다”고 말했다. 자월도는 옛날부터 세금을 현물로 낼 만큼 토지가 비옥해 자연산 둥굴레를 쉽게 볼 수 있고, 수수와 메밀 등 밭작물의 작황도 우수하다. 청정 들판에 풀어놓고 기르는 토종닭과 흑염소도 자월도의 특산물로 꼽힌다.

 

❶ 자월도 별난금해변의 바위에 자연산 굴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❷ 공해가 없는 자월도의 들판에서 기르는 흑염소들 ❸ 자월도 벚나무길 ❹ 자월도에서 수확한 자연산 둥글레 ❺ 자월도의 장골펜션식당에서 내놓은 생굴탕 © 사진=옹진군 제공·시사저널 구자익


 

반 박자 느리게 걷는 트레킹 코스 인기

 

자월도는 걷기 여행에 좋은 아담한 섬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봄 소풍을 즐기려는 트레킹족이 늘고 있다. 섬 전체의 해안선 길이는 20.4㎞다. 여객선 운항시간에 맞춰 공영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에 자동차가 없어도 여행하기 편한 섬이다.

 

자월도에는 크고 작은 11개의 해변이 있다. 달바위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길이 1km짜리 장골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물이 빠지면 백사장의 폭은 약 400m로 늘어난다. 모래가 곱고 해송 숲이 조성돼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장골해변에서 서쪽으로 약 10분쯤 걸어가면 작고 아담한 큰말해변이 나온다. 조용한 휴식을 갖기에 좋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바지락·낙지·소라 등을 잡을 수 있다. 자월도 북쪽 해안길은 하늬포해변과 구름다리로 연결된 목섬이 유명하다.

 

자월도의 벚꽃나무들은 육지의 벚꽃들이 질 무렵 기지개를 켠다. 해마다 4월말이나 5월초에 벚꽃이 활짝 핀다. 자월도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해발 166m)을 둘러싼 약 4km의 길 양쪽에 30여 년 된 벚꽃나무 6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길이 번잡하지 않아 천천히 걸으면서 봄 내음을 즐길 수 있다.

 

국사봉 정상에 설치된 정자에 오르면 벚꽃으로 이루어진 흰 분홍색 띠를 감상할 수 있다. 진달래꽃과 개나리꽃도 적잖다. 자월면사무소 정문 오른쪽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30~4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을 만큼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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